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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부운
자폐아다.


영화나 책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피부로 느끼는 존재는 내 사촌 다니엘(태호)이다.
다니엘은 뛰어난 능력이 있다. 

"다니엘,  2016년 8월 25일은 무슨 요일이지?"
"... 목요일입.니.다."
"다니엘, 작년 크리스마스에 엄마랑 마트에서 같이 산 장갑이 얼마였지?"
" 16달러 25센트."

여기, 이 책의 주인공 크리스토퍼를 보면서 그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숫자와 기억에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그.

너무나 비슷한 그 외향적인 묘사에 감탄하면서도
더욱 놀라운 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그 사고의 흐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거꾸로 입장에서 그러한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 본 적이 없기에 이 책은 나에게 독특한 경험이었다.
대개의 자폐아는 책을 쓸 수 있을만큼 객관적 사고를 하지 못하지만,
이 작가는 그 아이의 입장에서 창의력을 발휘했다.
누구도 어떨지 모르는 그 마음속의 생각을 한껏 풀어놨고 난 그에 꽤 얼마간 공감했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사건
발단은 그저 한 마을의 작은 개의 죽음이었지만
그에 얽힌 뒷배경은
우리가 모두 불쾌해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적나라한 모습인 불륜의 장면이다.
그걸 그 아이의 입을 통해 , 담담히 써내려갈 때 다른 어떤 치정극보다도 비극이 되었다.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감정적 묵인이
이 아이에겐 이해되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한편
한없는 참을성을 보이는 아버지와,
다혈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무한한 인내를 요하는 자폐아의 존재에 대해 쓰라린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떨어져있는 동안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아끼는 마음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그 아들 크리스토퍼가 찾아오니 이틀여만에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리는 엄마.
그 어머니의 편지에 무수히 써 있던 '사랑한다 , 크리스토퍼'라는 말
사랑한다, 아낀다는 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그냥 어떤 대상으로서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는 것과
그 존재를 껴안고 뒹굴며 살아가는 사람이 진심으로 토해내는 사랑이라는 단어.
나는 그런 가슴넓은 사랑을 하고 있나.
자신있게 그런 말을 꺼내 할 수 있는가.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은 없지만
무겁지 않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선한 소설.

CuriousIncidentoftheDogintheNight-Time
카테고리 문학>소설>소설일반
지은이 Haddon, Mark (Vintage,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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