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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살인자의 기억법 본인은 작가로서의 신비감이 사라진다 투덜댔지만 알쓸신잡에서의 집학다식 유쾌함이 오히려 내게는 자리를 내준 것이 김영하 작가님이다. 오래전부터 예의 그 파괴적인 제목으로 눈에 띄어 몇권의 책을 보고 리뷰도 보았었지만, 난 의외로 최근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로 옮겨진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뭔가 선입견(그저 자극적인 스릴러일 것으로 예상) 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읽고나니 아니 이런 섬세한 필치를 어떻게 영화로 옮겼나 믿어지지 않을 지경. 그리고 특이한 형식도 마음에 들었다. 몇줄씩이나 마음껏 비운 의도적이고 과감한 편집과, 자꾸 희미해져가는 기억에 맞춰 스러지듯 끝나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책이었지만 강렬했다. “나 같은 천재적인 살인자도 살인을 그만두는데 그 정도 재능으로 여태 시를 쓰고 .. 더보기
플립 반짝반짝 빛나는 말과 따스한 마음이 가득가득 차오른다. 생명력이 넘치는 여자아이와, 소심하고 겁이많은 남자아이의 옆집살이가 사소한,하지만 그 시절에게는 의미가 있을 작은 일들을 겪으며 간극이 좁혀지고 더불어 점차 설레임으로 바뀌는 걸 보니 한장한장 넘기는 내 손놀림이 같이 떨리고 가슴이 같이 두근거린다. 불편한 악의와 심오한 철학적 격정이 없이도 기꺼이 함께 따라 울고 웃을 수있도록 마음가득 치유의 선물을 안겨주는 느낌. 이 어여쁜 소년소녀를 보니 내 나이를 잊어버릴것만 같아 !! 나도 줄리처럼 플라타너스 나무에 기대어 바람에 뺨을 부비고 싶다! 더보기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인삼과 고구마 이야기 재밌다. 촌철살인이라 함은 꼭 심각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질투하는 인삼과 그걸 굳이 또 고구마에게 말해야하는 인삼과 그래도 행복한 고구마가 인상깊다. 이 작가분의 한장짜리 유머 구사를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또 다른 종류의 글을 쓰고 싶다. 예를 들면 빨래? 그 글은 내 진지충 컨셉 블로그에는 어떻게 해도 잘 안어울리는 느낌이라 고민했는데 이 책과 비슷하게 써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소개해준 내 동료분 H는, 내게는 재미난 사람이다. 같은팀 직원은 H가 술먹은 다음날 영혼이 탈출하여 일을 안한다고 화를 내곤 하는데, 내가 같은 팀은 아니니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워도 생각없이 일하는 것 보다랴야. 변호사의 책임감.. 더보기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 스미노 요루 생각해보면 췌장 책에서 이리도 많은 문구를 찍어놓은 건 늘 보던 아주 담담한 필체의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에서의 활용이 뛰어나면서도 간단한 단어의 조합으로 심경을 아주 잘 묘사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우 현실감각이 있었다. 슬프면서도 예쁜 책 # 그거, 본인들에게 물어본 거야?” 그녀는 내 인간성의 핵심을 꿰뚫어보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어본 건 아니지. 하지만 틀림없이 그래.” “그런 건 본인들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야. 그냥 너만의 상상이잖아?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어.” “맞든 틀리든 상관없어. 어차피 그 애들과 함께할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상상이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라고. 내 이름을 부를 때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상하는 게 내 취미야.” “뭐야, 그 자.. 더보기
공무도하 * "...... 아직 안자? 일해? ....... 나 가도 돼? ...... 오라고 좀 해봐." 세상의 모든 냄새가 묻은 비루한 인간사의 기삿거리를 써 넣어놓고, 오히려 진실된 못다한 뒷 이야기들을 그의 연인에게 찾아와 털어놓는 대목은 저릿할만큼 현실적이다. 그의 말은 듣는 사람이 없어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듣고서 잘했어 내버려둬 라고 응답해주지 않으면 울음으로 변해버릴 말처럼 들렸다. * "국물을 좀 마셔, 튀김이 좀 딱딱해, 만든지 오래된것 같아. " 그 사소함과 명료함이라니. 그건 아마 본래 작가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는데도 그가 묘사하는 새벽한시 그녀의 숨냄새는 손에 잡힐만큼 뚜렷하다. * "그들의 작업은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인내하는 자들의 종교의식처럼 보.. 더보기
그날밤의 거짓말 잘 안 읽히는 책이라는 건 내게 두 부류다. 너무 장황한 묘사체이던가, 덜 다듬어진 번역소설의 결과물이던가. 이책은 후자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자아성찰, 번뇌를 다루기에는 너무 빠른 전개가 필요한 추리장르인데 하나씩 짚어 깊이있는 단어들의 조합을 느끼기에는 이탈리아 작품 번역물의 한계가 느껴진다. 부팔리노가 이 작품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에 내놓자 다른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했다는 이야기가 진짜일까 의구심이 들 만큼이나 전달되지 못하였다. 역자의 말을 읽으니 더욱 더 그러하다. 반전에 반전은 좋았으나 결말이 치밀하지 못하고, 그 결말을 이끌기까지 네명 주인공의 에피소드간의 유기성이 떨어진다. 그저 자극적 소재로, 한낱 골방에서 흔히 굴러다니는 성애소설정도라고 해도 크게 이상.. 더보기
구해줘 1. 프랑스문학,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 기욤 뮈소 2. 불꽃같은 로맨스로 타오르기 시작해서, 테러리즘 추리소설로 끝나는 이상한 소설. 3. 보통과 닮았으면서도 조금더 극적 전개를 꿈꾸는 느낌의 작가 4. 몰입도는 상당한 편. 독자의 섣부른 짐작을 보란듯 비껴나가면서도 전개 결말을 맞추어낸 완성도는 칭찬할만하나 여운은 초중반 몰입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느낌. 5. 가장 맘에 들었던, 챕터마다 남겨놓은 적절한 인용구,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옥까지라도 간다" 문득 영화 대부가 보고 싶어졌다. 더보기
읽기와 쓰기 (feat 열두발자국, 셜록을 찾아서) 일기를 안쓴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요샌 어쩐일인지 자꾸 정신 팔리는게 많아서 시간을 그냥 막 버리는 기분. 모자란 일기를 하루하루 챙기는 것도 중간중간 끼워 넣으면 그나마 채워질 때의 이야기지, 몇일사이에 간혹 하루 듬성듬성만 써놓은 상태는 뭔가 껴넣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여 집에서 가져온 책 '열두발자국'하고 '셜록을 찾아서'를 서류봉투에 넣고 봉하여 회사 도서실로 보냈다. 벌려놓은 책들만 한가득이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것이 없는 기분이다. 그래도 거기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것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책을 뗀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생각. 나란 사람을 잘 돌이켜보면 책의 문구들을 적고 정리하고 블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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