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안자? 일해?
....... 나 가도 돼?
...... 오라고 좀 해봐."
세상의 모든 냄새가 묻은 비루한 인간사의 기삿거리를 써 넣어놓고, 오히려 진실된 못다한 뒷 이야기들을 그의 연인에게 찾아와 털어놓는 대목은 저릿할만큼 현실적이다. 그의 말은 듣는 사람이 없어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듣고서 잘했어 내버려둬 라고 응답해주지 않으면 울음으로 변해버릴 말처럼 들렸다.
*
"국물을 좀 마셔, 튀김이 좀 딱딱해, 만든지 오래된것 같아. "
그 사소함과 명료함이라니.
그건 아마 본래 작가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는데도 그가 묘사하는 새벽한시 그녀의 숨냄새는 손에 잡힐만큼 뚜렷하다.
*
"그들의 작업은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인내하는 자들의 종교의식처럼 보였다."
이 책, 이렇게 '시간을 인내하는 자'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담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표정한 얼굴로 읽는 나의 표정이 그들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 3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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