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읽히는 책이라는 건 내게 두 부류다. 너무 장황한 묘사체이던가, 덜 다듬어진 번역소설의 결과물이던가. 이책은 후자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자아성찰, 번뇌를 다루기에는 너무 빠른 전개가 필요한 추리장르인데 하나씩 짚어 깊이있는 단어들의 조합을 느끼기에는 이탈리아 작품 번역물의 한계가 느껴진다. 부팔리노가 이 작품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에 내놓자 다른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했다는 이야기가 진짜일까 의구심이 들 만큼이나 전달되지 못하였다. 역자의 말을 읽으니 더욱 더 그러하다.
반전에 반전은 좋았으나 결말이 치밀하지 못하고, 그 결말을 이끌기까지 네명 주인공의 에피소드간의 유기성이 떨어진다. 그저 자극적 소재로, 한낱 골방에서 흔히 굴러다니는 성애소설정도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혹은 내가 그나라 문학의 분위기를 좀더 안다면 이러한 평과는 다를 수도 있겠으나, 당분간 혹은 어쩌면 꽤 높은 가능성으로 몇 십년간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미련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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