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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읽기와 쓰기 (feat 열두발자국, 셜록을 찾아서)

일기를 안쓴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요샌 어쩐일인지 자꾸 정신 팔리는게 많아서 시간을 그냥 막 버리는 기분. 모자란 일기를 하루하루 챙기는 것도 중간중간 끼워 넣으면 그나마 채워질 때의 이야기지, 몇일사이에 간혹 하루 듬성듬성만 써놓은 상태는 뭔가 껴넣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여 집에서 가져온 책 '열두발자국'하고 '셜록을 찾아서'를 서류봉투에 넣고 봉하여 회사 도서실로 보냈다. 벌려놓은 책들만 한가득이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것이 없는 기분이다. 그래도 거기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것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책을 뗀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생각. 나란 사람을 잘 돌이켜보면 책의 문구들을 적고 정리하고 블로그 같은데 업로드하여 두고두고 돌이켜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문구는 곱씹을수록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 들고 몸에 와서 박히는 기분이 든다. 많은 문장들이 나에게까지 닿지 못하고 흩어지는 것이 두렵고, 그냥 눈으로만 읽어낸 글자들이 눈앞에서 둥실거리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서도 붙잡지 못한 안달감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엊저녁에 '열두발자국'책을 다시금 한차례 읽었던 것은 좋은 시간이었던것 같다. 몇일에 걸쳐서 책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그중 좋았던 문장들과 화제들을 목차별로 쭉 정리하려면 한번 더 전체적으로 훑는 방식을 통해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두번째 읽을 때 시간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초반에 점찍어둔 문장들과 개념들을 반복해 읽으니 더욱 명료하게 책 한권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문단들은 빌린책이라 어쩔수 없이 책표지와 해당하는 페이지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는데, 끝나고 세어보니 표지빼고 34장의 사진을 찍었다. 음- 이걸 또 언제다 블로그에 옮겨적는담.. 시간이 늘 부족하다.

 

셜록 책은 생각보다 약했던 것이 아쉽다. 표창원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의 개인적 글쓰기는 소재의 참신성에 비해 그리고 그의 전문적 경력에 비해 표현력이 많이 부족했다. 추리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것이 좀 감성적이기만 하여 읽는 내가 얼굴이 조금 화끈거릴지경이었다. 테마여행과 그에 맞는 글쓰기는 늘 응원할 일이고, 추리물 마니아로서 이만큼 눈길을 바로 잡아끈 소재의 책도 없었는데, 그 기대감이 컸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내가 아무 테마조차 없이 나 개인적으로 떠벌여놓은 블로그의 여행기도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민망함에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여행기와 에세이라는 것은 작은 한끝 차이로 감성적이냐 아니면 유치하냐가 갈라지는 것 같은데, 그 경계를 유려하게 넘어선 자에 대한 원인은 어떻게 얻을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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