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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17년 가을의 책 ​ 서재를 공유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 1.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 책 , 제목을 많이 들어봤는데 , 들을 때마다 참 귀여운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단어만 봐도, 작가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나, 낮보다 밤, '걷는다'는 활동적인 움직임, 귀여운 아가씨, 현재를 소중히 - 게다가 저 제목은 귀엽게 반쯤 명령하는 듯한 어조가 더욱 더 좋았다. 이 문장은 실제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 약간 탄성이 나올 정도. ㅎㅎ 내용은 다분히 일본 판타지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소설로 옮겨놓은 기분. 작가가 주로 교토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는데, 교토에 놀러와서 서점에서 일본 만화를 들춰보고 있는 그런 기분. 그리고 제목과 책 표지 디자인을 뛰어넘는, 귀여운 문장이 있.. 더보기
냉정한 이타주의자 ​ "우리는 남을 도와야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곤 한다.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행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만다. " ​ 결론으로서, 본인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방향성을 굳이 제시하는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내용이었다. 이타주의적 행위, 즉 선행 (여기서는 특히 기부)를 할때, 같은 1달러를 내더라도, 수혜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리고 최고의 효과(가치창출)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 행위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재고해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 정작 별것 아닌것에 지나치게 진지하다고 핀잔을 듣는 나같은 사람한테, 이책은 나름 위안이 되는 책이었다. 어떤 행위의 소.. 더보기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최근에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위화의 이름을 봤다. 무슨 미세먼지 관련 인터뷰였는데,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 중국인들이 도대체 자각하고 있는지 아닌지 묻는 나름 예민한 질문에 그의 대답이 재밌었다. "중국 정부에서도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에서는 미세먼지 뿐 아니라 물, 식품 등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는데 중국 고위 관료들이 먹고 마시는 건 특수한 유통망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그들과 상관없는 문제이다. 지도층이 먹는 식품은 전세계 지도자들이 섭취하는 음식 중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공기는 다르다. - 민중은 지도자와 함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만민평등을 미세먼지로부터 느끼고 있으니 고위인사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건 믿어도 좋을 .. 더보기
인생 ​ 1.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게 반강제로(?) 읽게 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2. 이 책의 원제는 활착(活着) 인데, 중국어로는 '살아간다는 것'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매우 힘이 넘치는 말로서,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3. 주인공 푸구이는 젊은 시절 망나니같은 삶을 살지만, 마치 그 때 남은 행복을 다 끌어다 쓴것 마냥, 이후의 인생의 쓴맛을 다 겪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견줄만한 정도로 다이나믹하다. 전세계를 나돌고 유명인사를 만나지는 않지만, '우여곡절'이라는.. 더보기
소설가의 일 "주인공은 어떤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에서 가장 사랑할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떤사람이 사랑할만한 사람인가는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매력이란 그가 자신의 한계를 온몸으로 껴안는 행동을 할때 (우리 용어로 치자면 생고생할때)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내부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공감의 감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그 공감의 감정 없이는 작가는 한줄의 문장을 쓰기 어렵고 독자는 한 페이지를 읽기 어렵다. 형편 없는 인간이 나와서 주인공이랍시고 멍청한 소리를 늘어놓는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든 건 그걸 읽는 일이다" 최근 읽은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도 그렇고 김연수님의 이 소설도 그렇고 소설가들의 소설에 관한 에세이는 시니컬하면서도 셀프디스같.. 더보기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기후 변화를 부정했다. 물론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겨울이 변함없이 찾아오고 있지 않느냐는 트럼프나 티 파티 지지자들과 같은 입장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공포감을 자아내는 대부분의 뉴스보도들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과학은 너무 복잡하며 환경주의자들은 바로 그런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이런식으로 부정한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금세 관심을 딴데로 돌려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혹은 농담으로 넘겨버리기도 한다 '세계 종말의 조짐이 계속 늘고있군'이 역시 외면의 한 방법이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니 대기중의 탄소를 안전하게 흡수하는.. 더보기
삶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 줄거리랄 것이 특별한 것도 없이,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의 한 남자의사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나, 그 여성을 20여년동안이나 짝사랑하며 그의 마음을 적은 일기의 내용, 그리고 둘과 그간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이다. #조지오웰의 1984를 봤을 떄가 약간 이런 기분이었는데 뭔가 이 책을 내가 이번 한번에 소화하기에는 버겁다 이런느낌? 단순히 줄거리를 알게 되고 이런걸 떠나서 문장 하나하나가 지금 보기에 또 몇년뒤에 또 몇십년 뒤에 보기에 다 다르게 의미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책을 사서 곁에 두고 몇년뒤에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한번 본 책을 웬만해서는 다시 안 보는 내가 이런 기분이 들었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다. 그것도 그냥 내용 자체는 로맨스 소설일 뿐.. 더보기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Antoio Gramsci반파시즘의 기조 아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주장한 이탈리아의 지식인이자 정치인.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에 의해 불법정당 활동이라는 죄목으로 구속되었다. 재판당시 그람시를 기소한 검사는 그람시에 대해 '위험천만한 그람시, 우리는 이자가 앞으로 20년동안 두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결국 그람시는 20년 4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감옥에 갇힌지 11년째인 1937년 세상을 떠났다. 왜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이 파시스트 독재를 더 지지하는가? 이 책의 헤드문구이다. 그람시가 옥중에서 남긴 글을 모은 그람시 산문선. 굳이 20세기의, 그것도 저 먼 유럽의 이탈리아의 정치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