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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결혼, 에로틱한 우정 # 사실 이 책에 대해서는 할말이 그리 많지 않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남기게 하는 책이라기보다,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깨닫는 느낌이랄까. 마치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최근 드물게 읽은 직설화법이었고 굉장히 뚜렷했다. 책도 길지도 않고, 각 목차당 내용도 열장내외로 자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명징하게 쓰려 노력했다. # 부제들은 상당히 도전적이랄까. '결혼, 에로틱한 우정'이라는 제목은 오히려 양호하다. 도전적인 이 책의 목차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날밤의 대재앙 이혼의 탄생 빗나간 기대 금지된 사랑, 의무적인 사랑 연애결혼의 비극 사랑의 양면성 이성과 감정의 이종교배 프로메테우스적 실패 목차를 보면, 웃음이 풋 하고 나오지만 동시에 거참 사람 땡기게 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 다시 말하지만.. 더보기
동양기행 동양의 느낌이란게 원래 음울한 느낌인지. 세상의 바닥을 치는 느낌인지. 그저 컨셉을 그리 잡았을 뿐인건지 그것에 대해서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자가 이렇게 굳이 불편하고 그로테스크한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이유는 대상이 '동양'이기 때문일까 '일본인 특유의 변태적 취향'때문일까. 궁극의 문장이라는게 있다면, 여행서적은 분명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무거우면 오히려 흠이 되는게 이 분야의 책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흠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고운 표지에 홀려 선뜻 집어든 이 책을 다만 30초만 훑어보아도 다시 곱게 내려놓을 것이 분명하다. 꽤나 사람 불편하게 하는 사진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이 사람의 글은 분명 어떤 부분에서의 고점을 찍고 있다. '성찰'.. 더보기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 천재 이야기 천재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말도 안되는 통쾌한 결과 내지는 복수. 거기서 오는 대리만족.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는 판타지. 픽션만큼 허구도 아니고 논픽션만큼 현실적이지도 않은, 적당히 짬뽕된 리얼판타지. 그 오래된 전형적인 욕구를 찾아서 책을 집어 들었다면, 이 책은 그걸 만족시켜주진 못했다고 봐야한다. 실제 페렐만을 만난 것도 아니다. (그레고리 페렐만은 1966년생. 그는 현재 멀쩡히 살아있지만 세상과 아무런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작가가 페렐만의 가까운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서 써놓은 일종의 위인전이다. ) 작가의 시선이 페렐만의 족적을 남기는 것에 가까운 이 책은, 사실의 나열. 건조하다면 참으로 건조한 책이다. 어느순.. 더보기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 내 수준에 적절하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하고, 화해로 넘어가는 감동에 엄마미소를 짓고, 남아있는 책장이 아깝다면 그건 나와 싱크로가 맞다는 거 아닌가. 곧 책을 읽을만한 나이의 아이를 안다면 기꺼이 사다가 선물해주고 싶을만큼, 좋은 책이다. # 어려서부터 사실 난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정의롭고, 의연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야기. 그래서 티비는 많이 안 보면서도 그렇게 '청소년드라마'들은 꼭 챙겨본 것 같다. 영웅같은 '멋진' 녀석들은 나에게 싸움을 잘하거나, 멋있게 잘 생겼거나, 운동을 잘 하거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희생'적이면서 '어른'스런 녀석이 나에게는 주인공이었다. '선善'을 향한 약간은 비현실적일 수 있는 이상적 전개가 나의 꿈의 스토리였다. # 트라우마와 받아들일 수.. 더보기
뭐라도 되겠지 "얘들아, 당근 같은 건 남겨도 상관없단다" 이 말을 보고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했다. 난 당근 좋아하지만, 당근 싫어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더라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라는 작가의 잉여마인드가 전반적인 책 속에 녹아있었다. 젊은 청춘에 무얼하든 상관없지만 너무 틀렸는지, 쫄거나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그런 이야기. 거창하게 이렇게저렇게 살아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공감을 하든말든 상관 없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칭 한량인 김중혁씨는, 역시 자칭 한량이라 칭하는 나 외 기타 몇몇 내 친구들과도 비슷했다. '뭐라도 되겠지' 라는 제목은 그 마인드의 정점이다. 아놔 나중에 진짜 혹시라도 내가 책을 낼 일이 생겨서 제목을 지었는데, 누군가가 '그.. 더보기
아프니까 청춘이다 사당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시간이 남아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인문사회 베스트코너를 죽 훑었다. 「 당신은 마음에게속고있다」 「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 「 아무도 울지않는 연애는 없다 」 「 심리학이 어린시절을 말하다 」 「 아프니까 청춘이다 」 「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 위 책들의 부제는 이러했다. 내 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위로의 이야기,사람에 상처입은 나를 위한 심리학,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메세지. 러프하게 말하자면, 저책들의 주제는 나를 만나라! 나를 위로하라!! 나를 사랑하라!! 쯤 되겠다. # 올해 출판계의 키워드는 '공감'과 '위로'라는데 우리 독자 모두는 어찌나 힘들고 그렇게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위시로 모두들 위로의 방법과 마음먹는 방법.. 더보기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실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어디를 둘러 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 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 더보기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수 있을까 # 살인자의 건강법부터 해서 키워드가 저렇게 되고 나면, 왠지 끌리는 게 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요새 너무나 범죄나 스릴러에 익숙해져서. 그런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그정도의 자극이 없으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 # 이 책을 빌리고 나서 반쯤 읽었을 때 꽤 흡입력이 있고 내용도 적잖이 맘에 들어서 옆에 계신 대리님께 퇴근길에 소개를 했더랬다. "독일에 한 변호사가 자기가 실제 맡았던 케이스중에서 뽑아서 쓴 거래요. 내용 괜찮네 " "아, 제목이 뭔데요?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에이 살인자를 뭘 변호해, 그냥 처넣어야지. 밥도 아까워. " 아, 이분 노선 확실하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책 내내 이야기하려고 했던 '인간'을 죽일 수 밖에 없던 '인간'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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