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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결혼, 에로틱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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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대해서는 할말이 그리 많지 않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남기게 하는 책이라기보다,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깨닫는 느낌이랄까. 마치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최근 드물게 읽은 직설화법이었고 굉장히 뚜렷했다.  책도 길지도 않고, 각 목차당 내용도 열장내외로 자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명징하게 쓰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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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들은 상당히 도전적이랄까.
'결혼, 에로틱한 우정'이라는 제목은 오히려 양호하다.
도전적인 이 책의 목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첫날밤의 대재앙
이혼의 탄생
빗나간 기대
금지된 사랑, 의무적인 사랑
연애결혼의 비극
사랑의 양면성
이성과 감정의 이종교배
프로메테우스적 실패


목차를 보면, 웃음이 풋 하고 나오지만 동시에 거참 사람 땡기게 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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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뚜렷하며, 간단명료하다. 한마디로 하면 '연애결혼의 비극'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삶의 방식으로 결혼이란 제도는 존재해왔고 여성의 지위향상으로 인하여, 불평등과 강압, 혼외정사를 극복할 대안으로 연애결혼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이혼'의 보장과 함께 결혼은 참고 살아야 하는 감옥살이가 아닌, 선택받은 운명으로 바뀐다. 더불어 결혼상대자 뿐 아니라 결혼여부의 문제 역시 개인의 선택사항이 되고, 고금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예견된 결혼 후폭풍은 고스란히 개인의 책임이 되어 현대의 결혼자는 더욱 피폐해진다는 것.

뭐 이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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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몇몇 이는 이런 주제로 이 분이 이런 글을 썼다고 하니,

'이혼에 실패한(그것도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전력을 가진 사람은 아닌지'

'왜 이렇게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지, 그냥 좀 비관적인 사람은 아닌지'  이런 의문을 던졌다.

근데 난 그렇다기보다는 이 분이 지금 행복할지라도, 매(?)의 눈을 가져 보고 싶지 않아도 인간들의 현상과 답이 보이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곁의 그 뻔한 싸이클의 멍에에 빠진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그들에게 본인이 빠진 악순환의 고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이른바 아는자(=지식인=통찰력을 가진자 = 매의눈?) 의 사회적 책임이란 거 말이다.

그들도 꼭 보고 싶어서 보는 건 아닐수도 있잖은가.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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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파리정치대학 교수라는 작가분 (이름도 완죤 어려운 파스칼 브뤼크네르씨)의 유려(?)한 필체는 책읽는 맛을 고조시켰지만, 지나치게 개념적 단어를 합성어처럼 섞어쓰는 현학적 작태는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깔린 염세적인 시선에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염세적인데 무겁기까지한 작품만큼 읽기 힘들고 처절한 것도 없더라) 이 이 책의 미덕.

또한 고금을 아우르는 식견과 더불어, 작은 범위의 주제임에도 그 내용을 세분화시켜 콕콕 짚어내는 통찰력이 돋보이며 중언부언 늘려붙이는 설명 및 장수만 늘리는 흔하고 지저분한 예시하나 없이 깔끔한 본문.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그분의 문장력과 통찰력에 감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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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송>에 나왔다는, 작가가 공감한 이상적인 부부의 마음가짐

"그렇게까지는 말고 그냥 오래도록 사랑해줘. "

아-! 이건 좀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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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보면서 감탄했던, 배우고 싶었던 그의 문장들.

* 결별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부부는 정신적인 질식 상태와 되돌릴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절망적인 현실에 짓눌려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내내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절대 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약 파기를 허가하면 두 사람의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서 오히려 단조로운 일상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본래 달아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뿌리내리는 법이다. 툭하면 갈라서겠다고 협박하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서로 의지하며 평생 함께 사는 부부도 있지 않은가.

* 사랑과 결혼을 혼동한 나머지 결혼을 길들이고 사랑을 마음껏 풀어놓은 결과, 이제 사람들은 결혼은 덜 하고 이혼은 더 많이 하며, 자신의 감정을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려고 내연 관계를 선택한다...이로써 얻은 이중의 교훈은, 부부가 되는 과정이 너무 수월해진 나머지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제 아무리 멍에가 가벼워도 여전히 견고한 속박을 견뎌 낼 인내심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사랑은 항구 불변한 의지이자 격렬한 욕망이며, 이 둘은 모두 진실된 것이다. 따라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예찬함으로써, 모든 해악의 해결책을 사랑에서 구하려는 시도는 너무나도 안일한 사고방식이다. 오로지 사랑의 격렬함만으로 한 쌍의 커플을 판단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두 사람이 제대로 사랑하지 않으면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뭔지 통 모르는 것 같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배우라고 설교하는 것과 같다.

 

* 레옹 블룸은 고비를 넘긴 뒤에는 격정이 완화되면서 결국엔 부부관계가 자리 잡힐 거라고 내다 봤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다 신중해지는 것은 아니어서, 죽음을 코앞에 둔 나이에도 중년의 마魔는 엄습한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오늘날의 우리느 그 어느 때보다도 욕구불만 상태로, 매 순간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 과거결혼은 가족의 동의를 필요로 했지만, 오늘날의 결혼은 가족의 찬성과 축복을 여전히 기대할망정 그들의 반대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 오늘날 사랑의 지도는 좀 더 노골적이긴 해도 그다지 유쾌하거나 경쾌하지 않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부정, 상실, 배반이 줄거리의 대부분을 이루며, 그 결합이 강제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사에 의한 것인 만큼 그로 인한 환멸은 더더욱 크다.

 

* 자신을 꾸미고 지어내는 사회에서 더 이상 비극은 없다. 체결했다가 파기하는 계약만 있을 뿐. 이것이야말로 낙관적 이데올로기가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다.

 

* 오늘날 간통의 진정한 삼총사는 남편, 아내, 그리고 사례금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변호사, 이 셋이다.

 


결혼 에로틱한 우정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출판사
뮤진트리 | 2012-01-2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로지 사랑의 격렬함만으로 한 쌍의 커플을 판단할 수 있을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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