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지상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일을 하든 금하지 않겠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 파우스트
비록 다른 책 소개이지만, 이 문장 하나만을 접하고 건졌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파우스트가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는 누군가와의 이야기가 스쳐생각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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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흥미진진하다.
파우스트로 시선을 동여잡은 서두하며, 원본인가 이미지인가 논의하는 '키치' 논쟁,
당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실존의 고민을 표현하는 고급예술의 어법
창의성과 천재성의 구별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응시와, 응시를 낳는 침묵
원래 형이상학적 컨텐츠 동경이 심한 나는, 대번에 훅 빠져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1장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지나 2장 '세상과의 대화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빠져든 그곳에서 헤어나왔고, 이후로는 급속도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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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도 목차에서 기승전결이 안보인다. 한눈에 분류가 되질 않는다.
난 목차를 굉장히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책을 읽던 중간중간에도 목차를 자주 펼쳐보는데
이건 어느 구석에서 돌아와서 목차를 봐도, 다시 읽던 페이지로 돌린지 1초만에 목차 줄기를 까먹게 된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에필로그에 반전이 숨어있다.
두장반 분량으로 여태껏 한 말을 교묘(?)히 이어붙이며 이 책의 주장을 요약한다. (김영하의 '퀴즈쇼'를 다섯줄로 요약했던 문화평론가님의 요약과는 또다른 의미로 진심 뛰어나다.)
어찌보면 놀라운 글솜씨로 뛰어난 기승전결구조를 손수 증명해주고 있지만, 역시 약간은 억지스럽다. ㅎㅎㅎ
(내 생각엔 이 책에는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자기혁명이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선 모든 분류를 포괄할 수 있는 정말 탁월한 단어조합이다. )
막판에 가서 한참 발췌독 중에
'그렇게 고른책을 읽어나가다가 처음 3분의1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 다음은 간독하고 넘어간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은데 돈주고 산 책이라고 해서 억지로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돌아가신 분의 책을 읽어라'
아이쿠 감사합니다. 저의 부담을 줄여주셔서.
# 그동안 그렇게 많이 회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박경철 씨의 책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우리은행 도서관에서 4권이 모두 무려 5순위 예약까지 모두 걸려있을만큼(이렇게 예약까지 모조리 다 끝난 것도 처음봤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책 내내 그리할만큼 훌륭한 인성과 식견이 엿보였다. 다만 내가 홍익문고에서 처음 느꼈던 충격적 서두 파우스트와 자기혁명의 '썰'을 기대했던것만큼 느끼진 못하여 조금 아쉬웠다.
많은 부분 공감하고 당장 생활에 써먹을만한 생활의 태도나, 써붙여놓을만한 문구 ('궁즉변,변즉통,통즉구' 와 같은) 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감동을 우려내는 컨텐츠까진 아닌지라 내 기대가 조금 과했나보다. 박경철 씨는 숙독(사유로 연결하는 독서방식)을 독서법 중 하나로 설명해주었지만 이 책은 숙독으로 연결짓기에는 너무 친절히 다 드러내주었다.
# 얘기하다보니 박경철씨 안티같다. 나 이분 좋아하는데. ㅜ_ㅜ 트윗 잘 받아보고 있어요.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트윗도 정말 좋았어요.
# 좋았던 말 -
* 시간의 가치는 밀도가 결정한다.시간의 밀도를 결정하는 것은 집중이다.
* '서른살이 되기전에 해야할 백가지' 같은 책은 내면적인 것을 사회화시킨 시간장사꾼들의 불안마케팅에 불과하다.
* 청년에 대한 교육은 전방위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 철학자는 현상과 본질의 문제에서 차이를 좁히려 노력하는 존재이다.
* SYMPATHY 동정심 & EMPATHY 공감력
공감력:적극적인 자유의지와 강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나의 그것만큼 타인의 자존감도 중요하단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 지혜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질적인 것들을 만나야 하고, 내가 지금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습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이 축적되면 지혜가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민하지 않는다거나 고민이 없다는 것은 안주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 아무래도 놓았던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야겠다. 그리고 빨간머리앤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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