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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김연수님의 책은 산문집 '소설가의 일' 이후로 처음이다. 정작 소설가의 '소설'은 처음인 셈이다. 그때 '소설가의 일'을 나름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소설을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한국소설이 흔히 가진 "신파 내지 처절함"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경계했기 때문 같다. 난 소설을 보면서 감정소모하는 것을 그렇게 내키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어쩌다 이 책을 집어들었을까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소설이 보고 싶었다. 기쁨과 낙담을 조울증처럼 오가는 시기에 책을 고른다면 팩트보단 판타지였다. 그때 행자언니가 늘 추천해 마지않던 김연수 작가님이 생각이 났다. 김영하 작가님이 알쓸신잡에서 언급했던 '문장수집가' 가 나의 꿈 중에 하나라면, 이 책은 내게 그 꿈의 조각들을 많이 제공.. 더보기
포르투갈 12 - 아베이루 : 예쁜 이름과 예쁜 운하를 가진 작은 마을 여행 여섯째날 ​ ​​아침마다 꿈을 꾸는데 무슨 꿈인지를 잘 모르겠다. 시차가 있어서 자꾸 꿈을 꾸는 건지. 알람이 울린게 6시반쯤이었나, 일어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제도 그저 잠이 들어버린 것 같은데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 밖은 아직 어둑하여 조금 기다리다가 7시쯤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였다. 아베이루 메인 운하를 한바퀴 운행하는 배를 타고, 근처의 코스타노바에 들르는 것 정도가 오늘 오전에 할 일. 7시 30분부터 조식이 시작이라 일착을 해볼까 서둘렀다. 부지런 떤다고 7시 40분에 내려갔는데 왠걸 벌써 두팀이나 앉아있네. 숙소의 자그마한 조식 코너는 며칠째 비슷한 음식들이다. 굽는 빵, 치즈, 버터, 주스, 커피, 계란, 햄, 요거트, 시리얼 등이 숙소는 작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마음에 .. 더보기
포루투갈 11 - 아베이루, 작은 염전에서 뜻밖의 석양 아베이루는 저녁 무렵에 입성했다. 이 동네의 첫 느낌은 저지대 느낌? 낮게 쫙 깔린 지대의 느낌. 물과 땅이 섞여있는 늪과 같은 곳에 가운데 단단한 길을 찾아 차를 달리는 기분. 꼭 이럴땐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생각난다. 흡사 늪과 같은 도로를 달리는데 어느사이에 보니 물이 바로 옆까지 가까이 와있다. 멀리 다리가 보인다. 호텔은 고속도로 나오자 마자 코너에 있는 곳이라고 네비가 목적지를 화면에 표시해준다. 호텔을 확인하고 건물이 위치한 블럭의 코너를 돌아서 주차장 쪽으로 들어서자 건물 사이에 숨겨졌던 작은 공터가 등장했다. 차량이 돌 블럭위로 올라서게 만들어놓은 이동네 주차공간인 모양이다. 한쪽편에 코인기계도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인 모양. 하지만 빈자리가 없네? 주차장을 서서히 한바퀴 돌며.. 더보기
책 고르기 어제는 가져온 책이 없어 오랜만에 교보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이리저리 들춰보았는데 보고싶은게 많았다. 그동안 제목만 적어놓았던 “아무튼 발레”도 들춰봤는데 한 1/4보았나 , 역시나 글도 좋고 내용도 좋아 살까하고 선뜻 집어들었으나 그 책을 품은 채 또 다른 책들을 훑어보다보니 그것보다 훨씬 중하고 노력과 고민이 담긴 책들이 많아서 과연 이 구매가 최선의 가치있는 선택인가 하는 생각에 도로 책장에 꽂고 말았다. 발레 책도 잘쓴 글인데, 이 책도 사고 그 책도 사면 안되는건가 싶다가도, 독자로서 ‘작가의 노력과 고민’ 을 인정해 주는 것이 단 한권 고를 때 그 책을 선택하고, 그 책만을 사는 것을 통해서 ‘책을 통한 성취’를 이룬다는 기분이 들어서 꼭 고민하게 된다. 사실 출판계 전체로는 나처럼 고작 한권.. 더보기
포르투갈 10 - 바탈랴, 미완성의 미학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각. 카스카이스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바탈랴를 들렀다가 아베이루까지 가는 여정. 출발할 때 네비에 바탈랴를 찍었더니 150km가 나왔다. 카스카이스에서 리스본 근처로 돌아가 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탈 것이다.포르투갈은 우리나라(99천km2)와 비슷한 면적(92천km2)에 비슷한 위도에(북위 39도) , 심지어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북동쪽에 비교적 높은 산맥이 있고 서쪽으로 서서히 산맥줄기가 뻗어있는 구조까지도.우리는 리스본 남쪽과 포르투 북쪽을 포기하고 대략 리스본(in) -> 포르투(out)로 북상하는 여행을 짰는데 , 그 중 오늘이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날이다.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산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토목기술이.. 더보기
포르투갈 9 - 카스카이스 : 컴팩트한 아름다움, 카스카이스 산책 여행 다섯째날 일어나 산책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벌떡, 알람이 계속 울린다. 어제밤에 진한 포트 한병을 다비워 그런가 숙취인지 모를 배아픔이 올라와 바로 조식먹으러 출동!!식당은 일층 로비 옆에 붙어있었는데, 다시 보니 어제 밤 와인잔을 얻으러 들렀다가 벨기에 아줌마를 만난 곳이다. 친구들과 여행 모임이 있어 세계방방곡곡 여행을 즐기신다면서 일본 중국 다 가봤는데 한국만 안가봤다던 분. 아니, 우리도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중간에 낀 벨기에의 앤트워프 겐트 브뤼셀을 들렀는데, 당신은 일본 중국 가면서도 왜 한국은 못 와봤냐고 취한김에 이런저런 말을 신나게 주고받았었네. 해외나가면 쓸데없이 인지도 놀이를 하게 되는건 모든 여행자가 다 그런가 봄 ㅎㅎ식당 통 유리창 너머로 바깥 광경이 벌써부터 말.. 더보기
회사를 떠나는 동료를 보며 상을 치르면서 홍 생각이 많이 났다. 남편이 계속 아프고, 회사 부서는 너무 늦고 힘들게 하여 그저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했던 그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 분개했던 건 나였다. 오히려 억울하게 네가 왜 관두냐며 회사의 그 부조리함에 분노했던 건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부서의 나였다. 그러나 시부모님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친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리랍시고 지껄였지만 ,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친구의 마음, 배우자를 그저 바라보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마음에 대해 난 들어주지 못했다. 홍은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 그녀.. 더보기
포르투갈 8 - 신트라 : 알록달록 레고같은 페냐성 호카곶에서 나온 우리는 차를 돌려 다시 신트라로 돌아가는게 아닌, 카스카이스로 향했다. 벌써 3시가 넘어간 시각이라 숙소에 체크인을 먼저 하고 재출발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도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 이것 역시 결과론적 이야기긴 하지만.카스카이스로 넘어가는 길은 그 와중에 너무나도 예뻤다. 헤어핀을 도는 동안 예쁜 뷰가 나왔다 가렸다 또 나왔다가 무한 반복. 탄성의 음도 점점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크로아티아와 비슷한 바다 뷰이기긴 했는데, 그만큼 심한 절벽은 아니라서 덜 무서운 것이 내게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해안가의 경도만으로는 제주도와 비슷한 그런 지형이라 할까.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또 회전교차로가 나왔다. 포르투갈은 차량이 적어선지, 효율적 도로교통 설계때문인지 유독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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