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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살인자의 기억법

 

 

본인은 작가로서의 신비감이 사라진다 투덜댔지만 알쓸신잡에서의 집학다식 유쾌함이 오히려 내게는 자리를 내준 것이 김영하 작가님이다.

오래전부터 예의 그 파괴적인 제목으로 눈에 띄어 몇권의 책을 보고 리뷰도 보았었지만, 난 의외로 최근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로 옮겨진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뭔가 선입견(그저 자극적인 스릴러일 것으로 예상) 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읽고나니 아니 이런 섬세한 필치를 어떻게 영화로 옮겼나 믿어지지 않을 지경.

그리고 특이한 형식도 마음에 들었다. 몇줄씩이나 마음껏 비운 의도적이고 과감한 편집과, 자꾸 희미해져가는 기억에 맞춰 스러지듯 끝나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책이었지만 강렬했다.

 

수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것이다. 죄책감은 기준이 타인에게, 자기 바깥에 있다. 남부끄럽다는 것.
작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시로 데운 구들이 따뜻했다

 



“나 같은 천재적인 살인자도 살인을 그만두는데 그 정도 재능으로 여태 시를 쓰고 있다니. 뻔뻔하다”

아, 이 살벌한 유머감각 사랑스럽다.

김영하님은 이 주인공이 뻔뻔하다 했지만,

난 이런 글을 (아마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써내려 갔을 작가님이 더 뻔뻔한 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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