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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국민의 의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무는 필요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요청되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2010년 병역거부가 아직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 군대규모의 강성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의미있는 것이다.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면, 어느순간 갑자기 변해지는 게 아니라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서서히 바뀌어가는 거니까. 누군가의 전례가 되고 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 역시 시작은 작은 누군가에 불과하니까. 병역거부를 통해 얻는 개인적 가치 역시 존재한다. 본인이 군필이라는 특권을 포기하고 페널티를 안고, 본인 스스로의 관성을 깨어 가치를 얻겠다는 것.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상태이고, 전..
고양이 버스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고마웠어요 언니 집에 갖고와 무심코 꺼내 놓았는데 우리오빠가 보더니, 침 흘리며 탐내더라 대나무 숲 사이의 바람같이 멋진 녀석이라며? 고백하는데 난 토토로를 보지 않아서 그날 리액션이 클수가 없었어 알고도 그냥 받아 집어 넣은 게 아니야, 그 가치를 몰랐던 거야요. 당장 볼께 토토로!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했다. 글이라는 게 그것을 쓰는 인간하고 너무 밀착돼 있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 는 질문은 마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어려운 질문이 돼버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물론 인생 그 자체는 아니죠. 저는 글이 가진 매력은 세계와 인간 사이에 흥미로운 매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쓰면 그 순간 글이 실제의 세계를 대신하잖아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면 그가 실제로 본 세계는 사라지고 동방견문록의 세계만 남지 않겠습니까.
성격이 너무 좋으시네요 성격이 너무 좋으시네요 하던 소개팅 남자와 남자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달라던 현빈의 대사 그 둘이 묘하게 겹치는 구석이 있다. 내가 틈없이 완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난 곰과 여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눈치를 봐가며 행동한다. 상황파악하지 못하는 건 최악이니까. 상대를 보면서 그에 맞춰 가능성을 타진해본 뒤에 용기를 낼지, 무모함을 버릴지 선택한다. 그 때 나는 어쩌면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지 않고, 신호를 주지 않는 그런 상대일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라면 설사 그 상대방이 내가 맘에 들고 내가 그 상대가 맘에 들어도 일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미련한 짓이다. 밀고 당기기를 하란 얘기가 아니라 조금 더 센스있게 캐치하라는 거다. 싸이는 곰보다 여우가 좋다고 했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 스페인 산티아고편 언젠가 한비야와 김남희의 여행에세이가 같이 소개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비야만큼 많이 걷고 여행한 여성작가,김남희. 그렇지만 한비야와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여자. 강하고 적극적인 것이 한비야라면, 김남희는 소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조그맣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적당히 지껄인 글과 핀트 날린 로모 사진만 갖다 대면 그저 여행에세이라고 서점에 흘러 넘치는 요새 여행에세이들. 난 몇 권 읽지도 않았지만 집어들 때부터 거부감이 들었었다. 내가 인정하는 작가가 아니면 읽지도 않겠다는 폐쇄주의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걸 전부 읽어주기에는 시간도 돈도 아까웠다. 그런데 김남희의 소설도 시작은 똑같이 여행 에세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설은 시작부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할까. 뭐 그렇게 감칠맛 나는 어..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달을 뚝 떼서 옆에다 밀어놓고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오늘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내 시간의 텀을 뚝 잘라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게 모든 이에게 가능한 보편적 감성의 범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날 진정시키는 방법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지극히 칸트적인 이 방법이 나에겐 놀랍지만 가능하다. 2010.9.16
지도선배 Round 1 갑자기 인사부 과장님한테 메신저가 왔을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름을 부르고 시작했고, 시간이 늦었으며 바쁘냐고 굳이 물었기 때문에. "지도선배 할 생각있어?" 신입행원시절, 당시의 모든 것이었던 두달간의 연수원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이 바뀌는 합숙생활의 처절함 속에서. 가장 빛나던 위치에 서 있던 지도선배. 그게 가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 동기 몇이 지도선배를 다녀온 이후로 그건 실로 괜찮은 평가를 받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낙담같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제의를 받게 되다니 사실 지도선배 그 자체보다 내가 그런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그 자신감 그게 더 컸다. 책임감도 느껴졌다. 난 그런 제의를 받을만큼 지점에서 잘 ..
퀴즈쇼 "인생의 큰 시험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어" 계속 알 수없는 소리였다. "기회는 신선한 음식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퀴즈를 계속 주고받다보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퀴즈방 밖 세상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조금은 재수 없는 자아도취 성향을 서로 눈감아주는 데에서 오는 은밀한 해방감도 있었다. 말하자면 퀴즈방에서는 어느정도 잘난척을 해도 제지나 지탄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적절한 매너만 뒷받침한다면 얼마간의 자기 과시는 용인되었다. 퀴즈쇼 중에서 - #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지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