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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내방송 처음으로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다보니 다른 땐 못들었던 것 같은 안내방송이 자꾸 귀에 걸린다. 6호선에선 "출입문 닫습니다" 라고 나오는 안내방송이 4호선에선 "출입문 닫겠습니다" 라고 나오는 게 바로 그것. 사실 닫습니다나 닫겠습니다나 평범한 한국인인 내가 듣기에 의미상 별 차이는 없어보이긴 하는데, 자꾸 듣다보니 묘하게 뉘앙스 차이가 점점 심해지는 기분이다. 일단, 진행형 문장인 '닫습니다'에 비해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닫겠습니다'가 좀더 공격적인 느낌이 나는건 사실. 특히 문이 열리고 안에 탄 승객들이 미처 다 내리기 전부터 "출입문 닫겠습니다!" "출입문 닫겠습니다!!" 라고 무자비하게 반복하는걸 듣고 있자면 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이 스크린도어가 나를 .. 더보기
세상은 잔혹하다. 돈받고 일하는 프로는 잔혹한 세상의 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 가치로 나를 평가했을 때 나는 얼마나 값을 하는 사람인가. 그들이 나를 돈 주고 일을 시키는데 내가 그걸 맞다 틀리다 얼마만큼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속한 조직이 좀더 잘되고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은 어디까지인가. 내가 그간 여기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기에, 노동의 질과 양에서 외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한편 세상의 '프로'들 에게는 나조차도 위와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 난 프로가 아닌건가, 아마추어인가..? 충격적인 사고전환이다. 더보기
소설가의 일 "주인공은 어떤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에서 가장 사랑할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떤사람이 사랑할만한 사람인가는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매력이란 그가 자신의 한계를 온몸으로 껴안는 행동을 할때 (우리 용어로 치자면 생고생할때)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내부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공감의 감정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그 공감의 감정 없이는 작가는 한줄의 문장을 쓰기 어렵고 독자는 한 페이지를 읽기 어렵다. 형편 없는 인간이 나와서 주인공이랍시고 멍청한 소리를 늘어놓는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든 건 그걸 읽는 일이다" 최근 읽은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도 그렇고 김연수님의 이 소설도 그렇고 소설가들의 소설에 관한 에세이는 시니컬하면서도 셀프디스같.. 더보기
함께하지 못했던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이 더 많아 늘 외로우셨을 우리 아버지. 더 많이 손잡아드리지 못해서 더 많이 안아드리지 못해서 늘 죄송하고 안타까운 아버지. 이제 세상의 아픔 다 털어버리고 편히 여행을 떠나세요 사랑합니다 언젠가 읽었던 납골당의 문구가 볼때마다 마음을 울린다. 효도해야지. 더보기
- 이제 재미가 없어졌다는 그의 말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몰라 급히 일어나 거실과 방의 불을 끄고 표정을 숨겼다. 어쩌면 나는 재미없는 채 너무 오랜기간 직장 생활을 해왔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은 걸 들켜버린 부끄러움 같은거랄까 더보기
이사 ​​​​​​​​​​​​​​​​​​​​​​​​​​​​​​​​​​​​​​​​​​​​​​​​​​​​​​​​​​​​​​​​​​​​​​​​​​​​​​​​​​​​​​​​​​​​​​​​​​​​​​​​​​​​​​​​​​​​​​​​​​​​​​​​​​​​​​​​​​​​​​​​​​​​​​​​​​​​​​​​​​​​​​​​​​​​​​​​​​​​​​​​​​​​​​​​​​​​​​​​​​ ​이사한지 한달쯤되었다. 상수집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기억에서 빠르게 지워지는 기분이다. 아마 새로운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생각이 났으려나. 어찌보면 좋은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 우리의 신혼집, 첫 결혼생활의집​ 상수장이 되어버린 추억의 공간에서의 2년 이집의 장점은 역시 좋은 위치! 상수 합정에서 놀다가 집에 가기도, 누굴 불러놀기도,택시.. 더보기
필라테스 2 오늘 필라테스 마지막 수업이다. 최근들어 한번은 미루고 두번씩이나 빠지는 바람에, 유이 강사를 볼 면목이 없지만..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위해서 일찌감치 퇴근해서 집에 왔다 . 처음 시작했을때만해도 뭔가 몸을 잘 이해하고 너무 빡세지 않게 적절한 강도인것같아서 맘에 쏙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 50분 수업이 남은 시간이 두려워질 만큼 강도가 세졌다. 기구를 이용한 운동은 신선했지만 저질 코어와 저질 근력을 들키고 난 후엔 그마저도 유산소나 스쿼트같은 기본기 운동부터 하느라고 많은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근육 운동의 뻐근한 후유증이 체력증진 보다 피곤함정도에만 기껏 머물러 있기를 한달. 최근 저녁만되면 지쳐 나가 떨어질만큼 회사일이 몰아쳐 차마 저녁을 간단히 하고 운동을 갈 엄두도 안났더랬다. 그러다보니 한.. 더보기
뮤지컬 미스터마우스 (김성철 배우) 은경이 초청으로 뮤지컬을 보러갔다 미스터마우스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2017.3.9 - 5.14 1. 뮤지컬계에선 유명인사인 홍광호가 선택했다고 하여 이름있어진 공연인데 우리는 그와 더블캐스팅된 신예 김성철 주연 버전으로 관람했다. 91년생 푸릇한 패기로 당당히 홍과 더블캐스팅에 도전한 그의 극은, 결론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작은키의 피지컬 부족을 노래로 극복하고 있는 느낌. 아이돌같은 마른 체격에 작은 얼굴로도 쭉쭉뻗는 카랑카랑한 가창과 풍부한 성량, 연기적 몰입도가 잠재적 스타성이 충분해 보였다. 2. 특히 자폐연기를 하다가 독백으로 표정과 발음과 몸이 변화하는 예의 그 장면에서 설마하며 소름이 돋았다. 뭉개지던 발음이 정확해질때, 구겨지던 얼굴이 멀쩡해질때 소름이돋았다. 내용도 하나도 모르고 보기 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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