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끝내 책에 포스트맨은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포스트맨이 부재중인 경우 그냥 가는게 아니라 책임감에 두번째 벨을 누르다가 이들의 위태한 동거 속에 숨겨진 살인행각을 우연히 발견하는게 아닌가 상상했는데, 의외로 비밀은 소설속이 아닌, 배경에 숨어있었다. 미서부의 클래식한 시대적 배경이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의 변화무쌍한 감정, 사정없는 사건전개, 치밀한 법정싸움,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나니 역시 세계문학다웠고, 감탄할만했다. 적당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으로 저명한 문학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원초적 감정으로의 설득력을 주거나, 아니면 그걸 뛰어넘는 엄청난 전개력이 있어야겠지. 그런관점에서 이책은 후자가 아닌가싶다. 재밌는 스토리를 좋아하나 식상한 추리물에 질릴때 보면.. 더보기
10월-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나오는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나를 기다린다. 어두컴컴한 상가복도를 나오는 순간 별안간 환해진 빛에 눈을 반쯤 찡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간간히 불어오는 서늘하고 깨끗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어 그 깨끗함을 카메라로 한장 담았다. 뒷길 차도를 조심스레 건너 교보타워 주차장쪽 보도로 올라섰는데 점심시간에 몰려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화단 사이의 좁은 보도로 잠시 발을 옮겨 서 있었더니 화단에 수북히 꽂힌 자주색 국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내뿜는게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이게얼마만에 맡아본 꽃향기인가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등뒤로 내려앉은.. 더보기
9호선 출근길 내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9호선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가끔 기관사가 안내를 직접 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1~8호선에서는 “출입문 닫습니다” 안내를 주로 녹음된 멘트로 들었던 기억인데, 유독 9호선 이용시에 직접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걸 자주 느낀다. 9호선이 출퇴근 시간에 혼잡도가 유독 높아서인지, 홀로 민자라서 시스템이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녹음된 멘트가 아닌 라이브멘트가 튀어나오면 갑자기 현실감이 나고, 더불어 의례히 타고 내리던 행위에 대해 경각심있게 주변을 살피게 되는 건 사실이다. 오늘 9호선 기관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급행열차의 출입문을 여닫을때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 출입문 닫으니 다음열차 이용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자 처음엔 녹음된 멘.. 더보기
몸의 일기 어제밤에는 몸의 일기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이 소설은 몇달전 처음 읽었을때의 충격과 같이 유머러스한 문체와 솔직한 글소재가 여전히 돋보인다. 장황하고 현학적인 묘사 같은건 안중에도 없는 적확한 단어선택과 직접적이고 속이 시원한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스며있는 따스한 시선과 유머. 이 따스한 시선이야말로 작가와 독자와의 친밀도를 확 올려주는 놀라운 힘이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여기 나오는 작은 소년이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여느 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보다 생생히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마치 옆집에서 오래도록 본 사람처럼, 얼굴마저 상상이 될 것 같것 같은 그런 기분.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오래전 읽었던 ‘ 잠수종과 나비’ 가 연상이 되었는데 본인의 병중 생활에 대해 노화의 .. 더보기
지성만이무기다 아침엔 출근길에 데미안을 시작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내뱉는 나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은 아주 단어를 하나하나 곱씹어 정독을 해볼까 고민중이다. 어제 읽은 ‘지성만이무기다’ 책에 정독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에 감명을 좀 받았다. 정작 그 책이 정독을 요하는 책이 아닌것이 좀 아이러니했지만. 천천히 읽다보니 기껏 읽었는데도 다섯페이지정도밖에 보질 못했다. 그렇지만 그 짧은 가운데에도 관념적인 단어들이 아주 많았고, 잘골라 배열한 단어들이 세심하였다. 정독을 잘 하기 위해서 필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좋은 펜과 종이를 갖추어서 체계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겠다. * ‘지성만이 무기다’의 몇가지 좋았던 점을 꼽아보자면, - 망상으로 시간을 버리지 말아라 (특히 걱정) 그리고.. 더보기
모두 거짓말을 한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오랜만에 본 자기계발서- 요약보다 자료가 훨씬 디테일하고 풍부했으며, 특히 구글 본질의 특성상 음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고 흥미로웠으나, 아래 내용은 정말 큰 줄기만 옮겼다. 생각보다 재밌었고, 기억하고 싶어서 정리하고 남겨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건, 빅데이터는 확보만 되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책이 아니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결국 질문자의 통찰과 적절한 질문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자료와 합쳐질때 궁극의 결과물을 낼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 O 주변사람들이 당황하거나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기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전형적인 정보원에서는 숨겨졌지만 인터넷 검색어에는 사람들의 악의와 미움이 확연.. 더보기
칠월과 안생 내가 읽은 소설중에 가장 감수성있는 단편이었다고 단연 최고로 꼽을수 있겠다. 짧아서 더욱 강렬하고, 아쉽고도 너무나 슬펐다. 더보기
당산역입니다 당산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이번역은 당산,당산역입니다. 이번역에서 내리실 고객님은 왼쪽으로 하차하여 주십시오. “ 이시간에도 구호선 급행은 사람이 많아 내리려면 사람들을 헤치고 문으로 돌진해야 한다. 고속터미널에서 꾸역꾸역 밀려든 사람때문에 나는 이미 반대편 출입문언저리까지 와있었다. “내릴께요” 사람들을 밀치고 나가는게 싫어 차가 서지도 않았는데 무미건조한 말투로 미리 내뱉었다. 아무도 내 말에 머리털하나 반응하지 않는다. “내릴께요!” 바로 앞에 선 키큰 남자의 등이 움찔한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내 눈이 착각한것 같기도 하고 . 서있는 사람들의 어깨가 다같이 왼쪽으로 출렁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두발에 중력이 고루 느껴진다. 어서 퀘퀘한 냄새나는 칸에서 벗어나야지. 출입문 유리밖으로 줄서있는 ..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