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신년음악회 19.01.01 ​ 앞에 숫자를 쓰다가 한칸 지웠다. 새로운 숫자를 써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켰는데도 손가락이 제맘대로 움직여버린 것이다. 습관이란 이렇게나 놀라운 것이다. 당분간, 몇일동안 , 길면 한달이 다 되도록 익숙치 않아 한칸을 지우게 되겠지. 이 회사가 업무적으로 숫자를 많이 입력하는 자리라 그런지, 머리에서 입력하는 생각보다 한층 빠르게 자동으로 놀려지는 손가락이 이제 익숙해진 기분이다. ​ 오늘은 새해첫날, 뭘하면 새해를 새해답게 보낼수 있을까. 옆분은 출근했고 나는 좀 차분히 정리의 시간을 가질까 생각만 해둔채 오전을 맞았다. 작정하고 몇주전부터 메가박스에서 하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중계실황을 예매해놓았는데, 처음에는 짝꿍과 같이 가려했는데 오늘부터 시작된 근무지변경으로 신촌7시가 어.. 더보기
티타임 ​ ​ 세팅이라 일찍 와서 아침 연수까지 시간이 삼십분정도 남길래 차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내려왔다. 지갑을 갖고 내려올까 하다가 핸드폰으로 결제 가능한 스타벅스 카드에 돈이 있기도 하고, 혹 모자랄지라도 모바일로 충전이 되기 때문에, 목적지가 확실한 날이니만큼 그냥 핸드폰만 들고가기로 했다. 보고있는 책에다가 핸드폰만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입구로 들어서면서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앱을 켜니 스벅카드로 레몬진저차이티를 마시면 적립 별을 두개를 주는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음 어제부터 목이 간질하니 감기기운도 있는데, 이걸 마셔야겠다. 오! 마침 이건 프리퀀시 프로모션 특별음료이기도 하잖아! 좋네좋아! 사람이 없어 계산대로 직행하니 직원이 날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눈인사로.. 더보기
요새 인상적인 꿈을 계속 꾸는 기분이다. 주말에 아침잠이 길어지며 이야기도 같이 길어져 인상적으로 기억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아침도 긴 꿈을 꾸었는데 투명엘레베이터로 알프스같은 아주 높은 설산을 가로지르는 꿈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끝은 모래밭과 바다가 펼쳐진 해변이었고, 죽거나 살아있는 붉은 대게가 집게발을 내밀고 모래사이에 가득 숨어있어서 바다가 있는 곳까지 건너갈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신지는 않고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왜인지 양말이 없는 신발은 게에게서 나를 지켜줄수가 없었다. 해변에 다다른 기억은 없고 대신 다른 어느 건물로 들어가 색색이 꾸며진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물건을 정처없이 찾아 헤메었다. 방에서는 동창들 혹은 어디선가 봤던 유명인사들이 마구 섞여 등장했다. ​ 며.. 더보기
점심 습관적으로 옆구리에 책을 끼고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데 , 교보타워 유리출입문을 나섬과 동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변호사님이다. 왜 전화하셨지? 이분 점심 때마다 누구랑먹을지 뭐먹을지 동네방네 사냥하는 분인데, 혹시 오늘 점심파트너가 없어서 나에게까지 마수가 뻗치는 건가? 아 약간 귀찮은데 그래도 안받으면 안되겠지? “여보세요?” “윤과장님 어디에요?” “ 저 지금 로비인데요” “오늘 나랑 밥먹기로했잖아” “네.?...” 지난주 과외를 한시간 해드렸더니 변호사님이 고맙다고 점심을 먹자고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으시길래, 나가면서 아무때나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더니 뒷통수에 월요일에 먹어요 라고 스러지듯 메아리치던 소리가 이제야 기억이 난다. 난 심지어 혼자 삼계탕을 먹을까 미역국을 먹을까 .. 더보기
9호선 퇴근길 ​ 오늘은 퇴근길에 구호선 완행을 탔다. 방금전에 오른쪽 승강장에서 급행열차가 막 떠나기도 했고 , 동시에 왼쪽 승강장으로는 완행열차가 진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에는 아무래도 급행보단 완행이 사람이 적어서, 완행을 타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몸은 좀더 편히 갈수 있는데, 필사적으로 급행을 사수해야하는 출근시간과는 달리 조금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퇴근할수 있다고 해야하나. 금요일 퇴근길인데 일주일중에 가장 여유를 부려도 될만한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신논현에서 처음 탈 때까지만 해도 그 결정이 옳았다 할만큼 여유가 확보되었다. 완행을 탄김에 은행도서실에서 도착한 책을 읽으려고 꺼냈는데, 급행에서 책읽기란 사치이자 한사람의 숨쉴공간을 빼앗는 이기적인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더보기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끝내 책에 포스트맨은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포스트맨이 부재중인 경우 그냥 가는게 아니라 책임감에 두번째 벨을 누르다가 이들의 위태한 동거 속에 숨겨진 살인행각을 우연히 발견하는게 아닌가 상상했는데, 의외로 비밀은 소설속이 아닌, 배경에 숨어있었다. 미서부의 클래식한 시대적 배경이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의 변화무쌍한 감정, 사정없는 사건전개, 치밀한 법정싸움,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나니 역시 세계문학다웠고, 감탄할만했다. 적당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으로 저명한 문학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원초적 감정으로의 설득력을 주거나, 아니면 그걸 뛰어넘는 엄청난 전개력이 있어야겠지. 그런관점에서 이책은 후자가 아닌가싶다. 재밌는 스토리를 좋아하나 식상한 추리물에 질릴때 보면.. 더보기
10월-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나오는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나를 기다린다. 어두컴컴한 상가복도를 나오는 순간 별안간 환해진 빛에 눈을 반쯤 찡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간간히 불어오는 서늘하고 깨끗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어 그 깨끗함을 카메라로 한장 담았다. 뒷길 차도를 조심스레 건너 교보타워 주차장쪽 보도로 올라섰는데 점심시간에 몰려 우르르 이동하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느라 화단 사이의 좁은 보도로 잠시 발을 옮겨 서 있었더니 화단에 수북히 꽂힌 자주색 국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내뿜는게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이게얼마만에 맡아본 꽃향기인가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등뒤로 내려앉은.. 더보기
9호선 출근길 내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9호선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가끔 기관사가 안내를 직접 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1~8호선에서는 “출입문 닫습니다” 안내를 주로 녹음된 멘트로 들었던 기억인데, 유독 9호선 이용시에 직접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걸 자주 느낀다. 9호선이 출퇴근 시간에 혼잡도가 유독 높아서인지, 홀로 민자라서 시스템이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녹음된 멘트가 아닌 라이브멘트가 튀어나오면 갑자기 현실감이 나고, 더불어 의례히 타고 내리던 행위에 대해 경각심있게 주변을 살피게 되는 건 사실이다. 오늘 9호선 기관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급행열차의 출입문을 여닫을때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 출입문 닫으니 다음열차 이용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자 처음엔 녹음된 멘..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