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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앞두고 다른 담당자가 본인에게 주어진 연수시행자로서의 과제에 대하여 기획서처럼 정식으로 작성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가시적으로 보이는 형식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던 게 아닌가. 나에게 자율성을 부과해주었으면 그것을 감사하며, 마땅히 잘 구성하여 진행해야하거늘 그 느슨함에 매사 무기력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이 들었다. 걸핏하면 남의 베이스를 흑백논리로 성급히 판단내리는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풍부한 경험과 사례로. 더보기
의외의 위로 잘 돌이켜보면 다른사람보다 내가 많이 손해를 보는 형태의 계이동에 있어서 , 내게 민망해는 하면서도 한편으론 지점장의 고유권한을 운운하는, 화자인 지점장의 입을 지켜보면서 나의 상황만을 주장하고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의 입장에서 어떤 의도와 불안감과 시너지를 예상하는지 자동으로 예상이 되어 다른 내색 없이 수긍은 하였지만 , 씁쓸한 마음은 감출수 없다. 진짜 오랜만에 소주가 땡겼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세부 분장을 정한답시고 들어갔는데 내 위치가 E팀이라고 떡하니 들어있는걸 보니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간 내가 그리 어려워하며 고사하던 업무를 , 그냥 C팀과 E팀을 같이 묶은 것 뿐이라고 하셨지만 결국은 내가 그 팀에 속하여버렸다는 돌이킬수 없는 결론이 그 종이 한장에 한순간 명확히 전.. 더보기
퇴근길 산책 19.06.07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날이 변덕스럽고 풍경이 심상치 않았다. 전날 내린 폭우로하늘이 맑다는 소식을 들었다. 번잡스런 부서 내 말들로 정신이 어지럽게 사무실을 나섰는데 하늘이 정말 너무나도 맑았다.건물을 나와 신논현역까지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이 아쉬웠다.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면서 급행을 타고 가리라 생각했다. 지하에 있을수 없는 날이었다. 당산에서 합정을 넘어가는 이호선을 갈아탔는데 순간 확하고 밝아지는 구간에서 창문너머를 힐끗 봤는데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한강과 파란 하늘 여의도의 녹색 나무들 , 평소엔 흉물스러워보이던 파크원건물의 붉은 띠조차 완벽했다. 창가에 붙어있었으면 홀리듯 사진을 찍었을 텐데 사람이 많아 그러질못했다. 합정에 도착하여 잠시.. 더보기
신년음악회 19.01.01 ​ 앞에 숫자를 쓰다가 한칸 지웠다. 새로운 숫자를 써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켰는데도 손가락이 제맘대로 움직여버린 것이다. 습관이란 이렇게나 놀라운 것이다. 당분간, 몇일동안 , 길면 한달이 다 되도록 익숙치 않아 한칸을 지우게 되겠지. 이 회사가 업무적으로 숫자를 많이 입력하는 자리라 그런지, 머리에서 입력하는 생각보다 한층 빠르게 자동으로 놀려지는 손가락이 이제 익숙해진 기분이다. ​ 오늘은 새해첫날, 뭘하면 새해를 새해답게 보낼수 있을까. 옆분은 출근했고 나는 좀 차분히 정리의 시간을 가질까 생각만 해둔채 오전을 맞았다. 작정하고 몇주전부터 메가박스에서 하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중계실황을 예매해놓았는데, 처음에는 짝꿍과 같이 가려했는데 오늘부터 시작된 근무지변경으로 신촌7시가 어.. 더보기
티타임 ​ ​ 세팅이라 일찍 와서 아침 연수까지 시간이 삼십분정도 남길래 차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내려왔다. 지갑을 갖고 내려올까 하다가 핸드폰으로 결제 가능한 스타벅스 카드에 돈이 있기도 하고, 혹 모자랄지라도 모바일로 충전이 되기 때문에, 목적지가 확실한 날이니만큼 그냥 핸드폰만 들고가기로 했다. 보고있는 책에다가 핸드폰만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입구로 들어서면서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앱을 켜니 스벅카드로 레몬진저차이티를 마시면 적립 별을 두개를 주는 프로모션을 하고있다. 음 어제부터 목이 간질하니 감기기운도 있는데, 이걸 마셔야겠다. 오! 마침 이건 프리퀀시 프로모션 특별음료이기도 하잖아! 좋네좋아! 사람이 없어 계산대로 직행하니 직원이 날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눈인사로.. 더보기
요새 인상적인 꿈을 계속 꾸는 기분이다. 주말에 아침잠이 길어지며 이야기도 같이 길어져 인상적으로 기억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아침도 긴 꿈을 꾸었는데 투명엘레베이터로 알프스같은 아주 높은 설산을 가로지르는 꿈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끝은 모래밭과 바다가 펼쳐진 해변이었고, 죽거나 살아있는 붉은 대게가 집게발을 내밀고 모래사이에 가득 숨어있어서 바다가 있는 곳까지 건너갈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신지는 않고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왜인지 양말이 없는 신발은 게에게서 나를 지켜줄수가 없었다. 해변에 다다른 기억은 없고 대신 다른 어느 건물로 들어가 색색이 꾸며진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물건을 정처없이 찾아 헤메었다. 방에서는 동창들 혹은 어디선가 봤던 유명인사들이 마구 섞여 등장했다. ​ 며.. 더보기
점심 습관적으로 옆구리에 책을 끼고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데 , 교보타워 유리출입문을 나섬과 동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변호사님이다. 왜 전화하셨지? 이분 점심 때마다 누구랑먹을지 뭐먹을지 동네방네 사냥하는 분인데, 혹시 오늘 점심파트너가 없어서 나에게까지 마수가 뻗치는 건가? 아 약간 귀찮은데 그래도 안받으면 안되겠지? “여보세요?” “윤과장님 어디에요?” “ 저 지금 로비인데요” “오늘 나랑 밥먹기로했잖아” “네.?...” 지난주 과외를 한시간 해드렸더니 변호사님이 고맙다고 점심을 먹자고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으시길래, 나가면서 아무때나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더니 뒷통수에 월요일에 먹어요 라고 스러지듯 메아리치던 소리가 이제야 기억이 난다. 난 심지어 혼자 삼계탕을 먹을까 미역국을 먹을까 .. 더보기
9호선 퇴근길 ​ 오늘은 퇴근길에 구호선 완행을 탔다. 방금전에 오른쪽 승강장에서 급행열차가 막 떠나기도 했고 , 동시에 왼쪽 승강장으로는 완행열차가 진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에는 아무래도 급행보단 완행이 사람이 적어서, 완행을 타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몸은 좀더 편히 갈수 있는데, 필사적으로 급행을 사수해야하는 출근시간과는 달리 조금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퇴근할수 있다고 해야하나. 금요일 퇴근길인데 일주일중에 가장 여유를 부려도 될만한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신논현에서 처음 탈 때까지만 해도 그 결정이 옳았다 할만큼 여유가 확보되었다. 완행을 탄김에 은행도서실에서 도착한 책을 읽으려고 꺼냈는데, 급행에서 책읽기란 사치이자 한사람의 숨쉴공간을 빼앗는 이기적인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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