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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이 깊어지는 밤 아기는 밤에 가끔 자다가 깨서 운다. 대체로 잘 자는 편이지만 새벽시간에 깨서 한참 울때는 같이 자기 시작했던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걸 알 정도로 깨버렸을 경우다. 그럴 때 문을 살금 열고 들어가보면 어구컴컴한 방 구석 침대한켠에 일어나 앉아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오늘도 아기가 울었다. 내가 들어와 매트리스 위에 눕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아기는 자기 이불위로 풀썩 엎어졌다. 그리곤 잠시 뒤에 벌떡 일어나서 내가 살짝 열어둔 방 문을 꾹 눌러 닫고 다시 누웠다. 요샌 아기는 거의 문을 닫고 자는 편이긴 했지만 왠지 내가 뜨끔하다. 가끔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아직 푹 잠들진 못한 것 같다. 사실 소환되기 전 난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렇다. 클렌징과 양치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더보기
크로아티아 11 - 우리는 플리트비체로 간다. 크로아티아 여행계획을 처음 짤 때, 이곳저곳 도시들을 넣었다 뺐다 했지만 한 곳은 무조건 픽스였는데 그게 바로 이곳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영화 아바타의 비주얼적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도 함께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현지인들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관광온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은 핫플이다. 나는 원래 대자연보다는 도시와 건축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인데 이건 뭐 취향의 문제가 아닌 의무사항에 가까운 것. 동선상으로도 내륙 한가운데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곳을 위해 온전한 하루를 할애했고 규모도 워낙 크고 붐비는 것으로 유명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하이킹을 준비했다. 날씨도 맑고 컨디션 굿 공원 입구쪽으로 가는 배가 있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배를 올라탔다.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 더보기
크로아티아 10 - 파그섬 : 해수욕장에서 스노쿨링하다가 물고기 백마리를 만났다. 블루 플래그 해변의 위엄 파그섬에 또 유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넘사벽 해변 클라스. 면적에 비해 마을도 작고 인구도 적은 조용한 섬이지만 블루플래그 인증(국제 인증된 청정 해변) 받은 해변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즈르체(zrce)해변으로 스페인 이비자 섬에 필적할만큼 떠오르는 핫플이라던데, 우린 끼어놀기 제발저리게 핫하지 못하여 옆동네 해변으로 향했다. (궁금하신분 인스타에 zrce치면 깜짝놀람) 아드리아해의 투명한 바닷물은 이미 즐라트니 해변에서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바 이 동네 해변의 물맛은 어떤지 발 한 번 담궈볼까 적당히 나무숲에 차를 세워두고 비치타월과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 슬리퍼 끌고 해변가에 편하게 드러누웠지만 남의 동네 놀러온 이방인 느낌은 지울수가 없네 ㅋㅋㅋ 이쯤에서 , 그러니까 기껏해야.. 더보기
크로아티아 9 - 파그섬, 세상 끝의 풍경 파그섬은 아드리아해에서 다섯번째로 큰 섬이다. 그간 북으로 달려오며 만난 여러 섬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이즈이다. 지도에서 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꼭 들어서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식물이 부족한 파그의 동쪽은 마치 달에서 본 풍경으로 유명하단다.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해변과 비옥한 숲도 만날 수 있는 곳. 처음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했을 때 파그섬은 우리의 예상 경로에 없었던 곳이었다. 시간과 발 닿는대로 가보자고 떠났던 여행 중에 처음으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게 이 곳이었다. 짧은 시간 부지런히 달려 틈을 내 자다르의 일몰을 기어이 보고 난 후 받은 감동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자다르에서 떠난 우리의 다음날 숙박지는 플리트비체였다. 목적지까지.. 더보기
크로아티아 8 - 자다르 : 흔한 일몰 하나로 도시가 이렇게 로맨틱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유독 잊혀지지 않는 도시가 있다. 가보기 전에는 존재도 몰랐지만 발길 한번 들인 인연으로 평생동안 소망하게 되는 그런 도시. 크로아티아의 많은 소도시들이 그러했지만 자다르는 그중에서도 마음속에 깊이 박힌 인상이 있었다.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도시였다. ‘자다르’ 그 세글자 이름자도 ‘Zadar’ 영문자의 조합도 어여뻤다. #거리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차는 숙소에 두고 시내까지 걸어들어갔다. 길은 깨끗하고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했다. # 걸어가는 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처음엔 대여섯씩 일행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한 무더기가 되었다. 모두가 약속한 듯 똑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지도도 필요 없고 시계도 필요 없었다. 해가 들어 모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기다림 광장의 끄트머리에 다달았다. 여태.. 더보기
봉변 당한 아기 간만에 날이 따뜻해서 오후에 아기와 둘이 한강에 나갔다. 요새 아기는 돌 줍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원 없이 줍고 또 주웠다. 손에 그득 쥐고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닥도 못 짚고 다칠까봐 줍는 족족 받아 내 패딩 주머니에 보관해줬는데 덕분에 내 왼손은 돌무더기 주머니에 찔러넣을 수 없어 하릴없이 시려웠더랬다. 한참 줍고 걷던 중에 반대쪽에서 한 아주머니가 운동하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셨는데 아기가 그분께 갑자기 다가가 손에 들었던 조그만 돌멩이를 건넸다. 아는 사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미처 말릴 틈도 없어 당황. 그러나 놀란 건 나 뿐인지 아주머니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살짝 허리를 굽히고 왼손을 펴 돌을 받고는 “고마워”하고 싱긋 웃은 뒤 돌이 든 주먹을 가볍게 쥐고 오던 .. 더보기
재우기 미션 임파서블 잠을 잘 때 아기는 양손에 엄마 아빠를 거느리고 침실로 들어선다. 자자고 들어는 왔지만 잠은 아직 멀고 먼 일. 아기는 졸려도 자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놀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원하는 아기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의 할일은 자극을 줄이고 아기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 손으로 부드럽게 아기의 배와 다리를 감싸안고 이불을 덮어 토닥이면서 궁극의 자는 척에 돌입한다. 파닥거리던 아기의 움직임이 잦아드는 것 같으면 너무나 궁금해서 실눈을 뜨고 동태를 살피지만 자칫 아기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서둘러 다시 감는다. 지루하게 늘어지는 시간. 어두운 방 안에 엉켜 누워있으면 없던 잠도 찾아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조용한 가운데 주기적으로 쪽쪽이를 세차게 무는 소리가 들리면 잠이 온다는 신호다. 조금.. 더보기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마음에 든 책일수록 각 잡고 독후감을 남기기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아쉬우니 그냥 아무 소회라도 작지만 남겨보기로. 이 책을 권하며 빌려준 친구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좋아하니 , ‘제 주인에게 잘 도달한 것 같다’ 며 예상치 않게 선물해주었을 때 사실 정말 행복했다. 책의 값을 떠나 동경하고 갖고 싶은 문장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서 어떤 선물 보다도 귀중했다. 심윤경 작가의 소설은 두권 본적 있지만 그때보다도 오히려 에세이를 읽고 나니 그녀의 어마한 수준의 글쓰기 내공이 무섭도록 느껴졌다. 오늘부터 무조건 모시는 작가로 하기로.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겪는 일상 속에 아주 작지만 뻔하지 않은 통찰의 포인트들, 그리고 그 가운데 등장하는 현명한 어른들의 속 깊은 마음씀을 단아하고 따뜻한 문장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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