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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은유 내 핸드폰 사진첩에는 ‘책’이라는 앨범이 따로 있다. 대개 읽고싶은 책의 표지를 찍어두거나 책의 좋은 문장들을 찍어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최대한 반듯이 찍으려고 하지만 사진기의 그림자라던지, 자꾸 엎어지려하는 책을 붙잡고 찍다보면 예쁘게보단 비뚤게 나오게 마련. 옮겨적기 번거로워 그 책 문장들을 사진채로 블로그에 옮기면, 가독성이란 안드로메다로, 나만 보는 서평이 되버린다 ㅋㅋㅋㅋ이 책은 재작년에 재밌게 보았던 ‘쓰기의 말들’ 이다. 당시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문구들을 핸드폰으로 지우지도 못하고, 많아서 차마 블로그에 정리할 엄두도 나지 않았던 딜레마를 밀리가 해결해주었다 (오늘도 밀리 찬양)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문장들이다. ‘문장수집가’라는 말을 나만 만들어 쓰는 줄 알았는데 이분도 쓰고 있.. 더보기
스페인 18 - 프라도미술관으로부터 마욜광장까지 컨디션 회복한 사과양이 마지막날쯤 되니 다시 해사한 미소를 뽐내어 주었다. 생전 처음 겪는 신대륙의 강렬한 더위에 깜놀한 그녀의 유리바디가 이번 여행을 통해 강화유리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 마지막날 아침, 우리의 목적지는 저곳 프라도 미술관이다 👉🏻 이 미술관의 터줏대감이자 초유명인사 벨라크루즈 선생. 아침이라 아직 체력이 좋구만 멀리 스페인 고전미술계의 쌍두마차 고야 선생님도 보인다. 프라도 미술관! 사실 방문 전에 잘 알지도 못하던 미술관이었는데 (일자무식) 와 정말 너무나 대박 감동하고 돌아왔다. 다채롭고 선명하고 화려한 그림들도, 쾌적하고 품격있는 미술관 내부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미술관의 사이즈에 붐비지 않는 밀도도 좋았다. 박물관보다 미술관이 더 내 취향에 맞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역사적 .. 더보기
내 천재성 이외에는 신고할 것이 없다. 1890년대는 오스카 와일드의 해였다. 세계를 누비며 미학 강연을 했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꺼질 줄 몰랐다. 미국에 방문했을 때 세관에 "내 천재성 이외에는 신고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은 전 세계 나르시시스트의 귀감이 되었다. 더보기
스페인 17 - 대도시의 품격, 마드리드 그라나다를 떠나 마드리드로 가는 날, 아침 일찍 기차에 올랐다. 그라나다를 출발해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에서 체력 충전을 좀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잠들기에 불편했다. 좌우로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바람에 머리를 가누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십여분간 눈을 감고 잠을 붙여보려 했지만 목이 아파 이내 포기하고 책자와 지도를 꺼내들었다. 전체 길이가 10여미터쯤 될까. 한줄에 네좌석씩 여섯줄이 있는 이 칸은 기차 전체에서 마지막 칸인데, 여기만 사람이 다 차서 시끄럽고 조금 덥다. 앞에 마주보고 앉은 출신불명의 남녀학생 무리는 안방에 앉은 듯 신발도 벗고 맞은편 친구에게 다리를 올려 짖궂은 장난을 쳐대는데, 그 맞은편 애가 나와 눈이 딱 마주치는 자리라 힐끗힐끗 보이는 시선 피하기도 어색하다. 오른쪽 끝에는 핸드폰을.. 더보기
스페인 16 - 세상 평화로운 그라나다의 오후 오전 내 알함브라 궁전에 들러서 가장 중요한 볼일을 마친 우리는 이미 일찌감치 시작된 씨에스타에 맞추어 사과양은 숙소에서 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궁전터가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데다가 특별히 높은 현대화된 건물도 없는 이 도시는 어지간한 카페만 가도 환상적인 뷰를 제공했다.많은 전망을 봐왔지만 어느 화려한 도시의 전망도 여기 그라나다의 풍경에 견주어 이기긴 어려울 것 같다. 알함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관광으로 먹고사는 작은 관광도시. 도시도 큰 건물도 따로 없고 화려한 스카이라인도 없는 곳. 그렇지만 넓고 탁트인 땅에, 통일감 있는 낮은 집들이 이뤄내는 풍경은 참으로 멋있었다. 내가 화려한 고층의 스카이라인보다 넓은 곳에 탁트인 풍경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도 이때부터 알았나싶다. 흰색 벽에.. 더보기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최근에 김영하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게 되었는데, 일상생활로 넘어온 작가의 글쓰기에 하루하루 감탄해 마지 않고 있다. 소설을 읽을 땐 잘 몰라서 짐작도 할 수 없는 경지였을테지. 이 책도 '여행기'이고 일상의 범주인지라 ,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사소한 일상 속 글쓰기에 계속해서 감탄하며 읽었다. 요새 인스타에서도 (요리시간 15분 이하를 지향하는) 요리 이야기 많이 하시던데, 이 책에도 요리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와서 신선했다. 마치 하루키가 재즈와 와인 이야기를 썼듯, 김영하님도 소설과 여행기 말고 미식에 관한 에세이 하나 쓰셨으면 좋겠다. 여행기는 그래도 꽤 대중화된 분야인데, 아직 요리에세이는 많지는 않은 듯 하여. 에세이 분야도 자기위안과 여행 이외의 분야로 조금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나저나 하.. 더보기
스페인 15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제목을 이렇게 뻔하게밖에 짓지 못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당신도 막상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답하고 싶네요. 그렇다. 바로 그 유명한 알함브라의 궁전이 바로 이곳이다. 스페인을 방문한 자. 알함브라에 노관심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정이 안 맞아 못 볼 지언정 말이지. 다들 소싯적에 클래식 기타로 '알함브라의 궁전' 아르페지오 정도는 뜯어보지 않았나요? ㅋㅋㅋ아침일찍 숙소에서 출발하여,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알함브라 입구에 도착했다. 마치 마리오에서 벽돌쌓기 한것 같은 느낌의 궁전 벽 입장 전 일단 비주얼로 압도하는 예쁜 풍경 알함브라 내 공간은 크게 4개로 구성된다. 처음 지어진 건축물이자 가장 전망 좋은 요새인 알 카사바, 사자의 정원을 품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 더보기
연휴의 끝 아직 냉장고엔 명절음식이 남아 있지만, 연어초밥과 펜네를 사와서 MOLINA 와인과 곁들여 나달의 롤랑가로스를 보았다. 이사를 포함한 일주일간의 긴 휴가가 끝났고, 이제 출근을 포함한 진짜 내 일상의 시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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