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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6 - 상상 속 바로 그곳 세인트 메리스 대성당 앞, 넓은 나무계단에 잠깐 앉아 햇빛을 즐기기로 했다. 날씨가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걸 하루이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오늘 아침 차이나타운-시티홀간의 그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분위기와의 첫만남은 날 상당히 당황케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몸이 피곤하고 추운 것도 한 몫했지만, 조악한 품질과 산만한 분위기까지 실망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와 조금 안정을 찾은 뒤 맞은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져 그런가 마음이 편해져 그런가 훨씬, 훨씬 더 좋은, 상상속 여유로운 바로 그 시드니가 되었다. 시내에서 하이드파크를 가로질러 나와 세인트 메리스를 한바퀴 도는 동안 그들의 여유에 여러번 웃었다. ▲ David Jones 백화점에서 피아노 치던 할아버지. 그 섬세한 음 조절, 고운 선율.. 더보기
호주5 - 시드니의 첫인상 we are strict , beware ! 검역에 엄격하다는 시드니 공항, 차가운 환영문구보다는 좀 더 안온한 이미지다. 습기 머금은 일요일 오전의 한적한 거리. 시드니의 첫인상은 그렇게 뿌옇고 조금은 추웠다. 더보기
호주4- 호주행 대한항공 KE121 비행기 안 한국시각 2009년 10월 10일 오후 11시 12분 시드니 현지시각 10월 11일 오전 1시 12분. 시차는 두시간 - 익숙해질 듯 익숙치 않은 비행기 소음은 여전하다. 자리가 비교적 뒤쪽이라 그런지 흔들림은 간간히 찾아온다. 이미 기내식을 끝내고 레드 와인까지 반잔정도 들이킨 후, 불도 다 꺼진 기내에서 나 혼자 천장램프를 켜놓고 있다. 무대 위 연극배우라도 된 듯한 기분인데다 집중이 참 잘되는 것에 감동하여 사진도 하나 남겨놓았다. 복도 건너 오른쪽 자리에 뚱뚱한 중국녀석은 세시간동안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열중하던 닌텐도 디에스를 끄고 드디어 잠들었고, 그 뒤의 매거진삼매경 연인도 읽던 책을 덮고 마침내 천장램프를 꺼서 나에게 마지막 주인공 자리를 넘겨주었다. 기내공기가 건조한지 아까부터 목.. 더보기
호주3 - 나는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가? 오늘 아침 떠나기 전 엄마의 기도에서, 친구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참 좋은 이 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고 오라는 메세지를 들었다. 하루에도 몇번씩(떠나기 전 하루하루를 포함하여) 얼른 가고 싶은 설렘과 알찬 여행을 준비해야한다는 부담감 , 여행일정과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교차한다. 그 첫발을 내디딘 오늘에도, 중간중간 세 감정이 섞여든다 나는 좋은가? 얼마나 좋은가? 부담스러운가? 싫은가? 지금 타인들이 나에게 좋겠다고 부럽다고 말하는 이 순간, 나는 지금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가? 몇번의 여행을 통해 배운 교훈 중의 하나가 즐겁게 마음먹은 순간, 모든 사건이 유쾌한 경험담으로 느껴지고 불편하다고 마음먹은 순간 후회와 미련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명사의 말 중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더보기
호주2 - 비행기를 놓치다 출발당일, 오후2시 난 지금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인천공항 1층 입국 게이트 앞 벤치다. 옆에 캐리어를 실은 카트를 두고, 1층 출국장 TV앞 벤치에 앉아 야구를 보고 있다. 언니는 핸드폰을 충전하러 잠깐 3층에 올라갔다. 오늘 아침, 호주 전자 비자발급이 안되어 있어 오전10시에 타기로 했던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미리 의뢰했던 여행사에서 비자체크를 놓쳤던 것인데, 이륙 한시간반전 체크인 카운터에서 비자가 없으니 수속을 거절하는데 고작 삼십여분의 시간에 수습할 능사가 없었다. 수속을 마감하고 게이트를 닫는다고 내팽개쳐졌을땐 좀 멍해지긴 했다.어떻게 해야하지? 한 20여분 넋을 놓았나. 여행사에 계속 통화하며 컴플레인 하던 언니를 설득해 전화를 끊고는 일층의 아무 에이전시나 일단 찾아갔다... 더보기
호주1 - 호주에 간다 싸이에서 퍼온 2009년 호주 여행 업데이트 (오글거림 주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중에 돌아보면 웃음짓게 하는 안주거리에 불과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운명의 장난이다. 본래 가려했던 호주 + 뉴질랜드에서 뉴질랜드가 빠진 이후 언니는 호주를 가자고 했고, 나는 다른 단일국가 여행을 생각했다. 돈은 좀 더 들 것 같았지만, 뭔가 더 풍성한 곳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종일 육대주를 다섯번은 돌아봤다. 스페인, 러시아, 파리, 베네룩스, 두바이, 뉴칼레도니아, 이집트가 물망에 올랐다. 이쯤 되어서 난 사실 여행 자체의 파토까지도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오픈된 마인드로 가시를 접고 보면, 사실 난 어디든 괜찮았다. 돈벌고 난 후 제대로 떠나는 해외여행. 언니와 비행기를 타.. 더보기
스페인 19 - 에필로그(사진대방출) #사진찍는나 # 쓰는 나 # 지도보는 나 # ....?? 더움의 미학 스페인 여행을 하려면 자신이 더위를 타는지 아닌지 일단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긴 정말 덥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심하게 틀 것 같지만 오히려 약하게 트는데 바깥 과의 기온차가 너무 심해서 냉방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어도 덥다) 이런이들에게 씨에스타는 사치가 아니라 필수이다. 햇빛이 뜨거워지는 1시에서 5시 사이에는 어떤 일이든 의욕적으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뭔가를 한다면 엄청난 비효율을 낳는다. 밖에 나가 무언가를 한다는 건 웬만해선 상상할 수조차 없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 이란 모호하고 잔인한 말도 없지만 사람의 정신적인 부분이 그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여기서 하루 이틀.. 더보기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허지웅님에 대한 편견이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행자언니가 전에 같은 책에 대해 리뷰를 했을 때 댓글을 달았었더랬다."허지웅씨의 글은 매력적인데 또 한편 질투나게끔 하는 양면성이 있는 거 같아 선뜻 안 집어들게 되더라. 왜 약간 넘사벽인 작가들의 글은 권위를 인정하고 그렇군요 끄덕끄덕 하는데 , 자칭 평론가들의 글은 권위를 스스로 부여한 것 같은 기분이라 “네가 왜?” 하는 기분이 먼저 든단 말이지. 근데 이번에 건강문제로 삶의 바닥까지 딛고 돌아온 걸 보니, 그에게 없던 권위가 생겼달까. 한마디한마디가 허투루 보이지 않더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나 겸손치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맞나요?" ​그러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무려 50개의 문구를 캡쳐한 나 , 뭔가요? ㅋㅋㅋㅋㅋ ​아마도 이번부터 내가 자의적으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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