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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Sydney and Melbourne

호주2 - 비행기를 놓치다

 

출발당일, 오후2시
 
난 지금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인천공항 1층 입국 게이트 앞 벤치다. 옆에 캐리어를 실은 카트를 두고, 1층 출국장 TV앞 벤치에 앉아 야구를 보고 있다. 언니는 핸드폰을 충전하러 잠깐 3층에 올라갔다.
 
오늘 아침, 호주 전자 비자발급이 안되어 있어 오전10시에 타기로 했던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미리 의뢰했던 여행사에서 비자체크를 놓쳤던 것인데, 이륙 한시간반전 체크인 카운터에서 비자가 없으니 수속을 거절하는데 고작 삼십여분의 시간에 수습할 능사가 없었다. 수속을 마감하고 게이트를 닫는다고 내팽개쳐졌을땐 좀 멍해지긴 했다.어떻게 해야하지?

한 20여분 넋을 놓았나. 여행사에 계속 통화하며 컴플레인 하던 언니를 설득해 전화를 끊고는 일층의 아무 에이전시나 일단 찾아갔다. 이번에도 내게 손을 내민 건 탑항공이었다. 애초에 경비를 줄이려 경유 티켓을 끊었었고 그 언저리 표는 당연히 남아있지 않았지만 난 한번도 타보지 못한 국적기 직항의 위엄을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다.
“지금으로부터 가장 빠른시간에 시드니로 뜨는 대한항공 직항 주세요. “
표는 물론 남아있었다. 비싼표.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쉬운 문제라고 누가 그랬더라. (그리고 차액은 여행사에서 지불했다)

나머지는 그냥 수습이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면세품을 전부 취소 전부 재구매하는 정도는 애교다. 어떻게어떻게 결국 대충 해결하고 당일 저녁 7시 대한항공 티켓을 발권 후 별로 손해보지 않는 일정으로 PO3차전까지 보게 되었다.
 
전화위복이라던가
스트레스는 받는 만큼 몸에 해롭고, 이왕 이렇게 된것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에 짜증을 내거나 화만 내고 있는 것보다 이미 닥친 일을 인정하고 이제 어떻게 수습하는 게 좋을지 침착하게 생각에 돌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고.

또 어떻게 보면 포기가 빠른 것일 수도 있는데 감정적 대응(쉽게 말해 '제대로 화내는 것')을 능란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현명한, 빠른 대응방식이란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문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미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한다. 창의적일 필요까지도 없이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때 그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아가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

비행기를 놓치는 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적어도 다음에 반복할 확률은 낮은 것 같아 다행이랄까.
 
말하는 순간, 현수의 PO첫 안타! 핫 

2009.10.10일 (토)

#2009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