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로 김연수 님의 책을 여러권 시도해보았다.
- '청춘의 문장들+' 는 10주년 기념 대담집을 잘못 샀고 (원래 책은 플러스가 아니라 그냥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ㅋㅋ)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다가 중단. 뭔가 내 타입이 아니야... 잘 읽히지 않음.
그 와중에 도서실에 예약해두었던 에세이 두권 ‘언젠가 아마도’와 ‘지지 않는다는 말’ 이 뒤늦게 도착하여읽어보았다.
- 지지 않는다는 말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책. 특별히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세한 필치가 느껴진다. 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주제가 좀더 일상적인 것들이라서,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더 와닿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가 이분이 완성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럽고 부럽다. 한국작가의 소설읽기가 진도가 더디다면, 한국작가의 에세이 읽기로 전향해볼까 보다.
* 모든 게 다 사고 싶어서 하나도 못사는 결정장애자. (그게 바로 나야나. ) 그건 마치 인생의 질문처럼 느껴졌다. 모든 삶을 살 수 없다면, 그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 감각의 대상이 사라지는 것과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나는 구분하지 못하리라는 것
* 외국에 나가도, 정겨운 지옥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해야할 일을 할 때 인간은 자기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는 것
* 비오는 날의 에피소드. 내가 여행만 가면 비가 온다고 불평이었던 한 동료 직원에게 통채로 글을 보내준 기억이 나네 ㅎㅎ
* 첫눈은 수십번도 더 남아 있었다. 나는 시큰둥했다.
* 이눔의 데미안 ㅋㅋㅋㅋ 여기저기 안나오는데가 없다. 근데 데미안에서 선지자 컴플렉스나, 음모론까지 얘기하는 건 처음 봤다. 그래도 뭔가 건설적으로 마무리 할줄 알았는데, 피곤하다고 끝난 결말도 넘 맘에 듦.
* 이건 여행기 쓰면서 내가 맨날 하는 질문일세 -
- 언젠가 아마도
포르투갈 여행기 막바지를 쓸 때 이분의 여행에세이를 처음 읽게 되었는데, 문득 내 여행기 쓰기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가 반성이 들었다. 이 책은 론리플래닛에 담긴 김연수 작가의 짧은 칼럼들을 모은 책이라 한다. 칼럼을 쓰는 기분으로, 신선한 도입부와 의미심장한 주제를 연결하는 식으로 완성형 글쓰기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에세이 끝부분을 읽을 때쯤, 그리고 최근 또 시작한 김영하님의 시칠리아 여행기까지 함께 생각해보니, 나는 그냥 여행기 쓰기를 포기해야될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글자 낭비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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