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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부산여행 3 -

아기의 취향이 슬슬 드러나니 여행에도 요령이 생긴다. 좋아하는 방울토마토 씻어 담아놨더니 아침 먹기도 전에 올 클리어

오늘도 또 걷는다 이 길. 해운대역부터 해수욕장까지 잇는 (삼일째 주구장창 나다니는) 중앙광장. 마침 날씨도 쨍쨍 눈이 부실 지경.

갑자기 생각나 왔지만 끼워맞춘듯 티피오 완벽. 그랜드조선 부산의 스타벅스. 한번은 와보고 싶었는데 잘됐음.

이제 소파 자리에서는 제법 편하게 놀 수 있다. 볼수록 마이 컸네

다른 것 못 먹어도 돼지국밥은 포기할 수 없지. 가격 완전 착하고 깔끔한 맛. 생일 맞으신 분 미역국 대신 만족스러우십니까 ㅎㅎㅎ

유행은 돌고돈다. 동네에서도 한번 찍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부산에서 첨 찍은 인생네컷(류). 아기랑 함께 기념으로 남김.

그러나 소품 고른 것 무색하게 너무 짧은 촬영시간에다가 리모콘과 아기와 소품을 모두 들기엔 두 손이 모자랐다는 슬픈 후문. 생일 토퍼도 들었는데, 저거 왜 좌우반전 고려안하는지 어이 없는 거 나뿐입니까?

짐 찾아서 공항으로 이동 전, 뜨는 시간에 찾은 밀크티 카페. 2층 전세 내고 앉았는데 아기가 상가 계단 걷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ㅋㅋㅋㅋ 원샷하고 후퇴했다.

서면역에 잠시 내려 백화점 휴게실 찾아 점심 끼니 해결. 긴긴 지하철 구간도 끊어탈 겸 식사도 해결할 겸 나이스 아이디어라고 자찬했으나 서면역 인파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외지인의 아마추어틱한 계획덕에 체력 50 소진.  

공항 앞마당에 도착하니 지친 아기는 유모차에서 (또) 잠들었고, 유모차 접고 품에 안아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동안에도 깨지 않을만큼 짧은시간 딥슬립했다. 비행기가 30분 연착되어 시간도 벌었겠다 어제 다 못먹고 백팩에 넣어둔 맥주 두캔으로 치얼스.

지나가다 만난 많은 부산사람들이 아기에게 인사를 해줬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노약자석까지 양보해주시며 “ 아 소리가 얼마나 귀한교” 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지하철 곳곳의 엘리베이터를 반복해서 갈아타며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노인 분들이 워낙 많았고 그 안에서 덩치 큰 유모차는 고군분투 해야 했다. 초 고령화 사회. 나중에 노인들만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갈 아기의 성인시절이 어떨지 조금 무거워지는 마음.
 
둘째날 저녁에는 회를 포장하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숙소근처 언덕길에서 아기와 걸음마를 하고 있었는데 언덕 윗편에 세워둔 유모차 브레이크가 풀려 굴러 떨어졌다. 유모차 장바구니에 담았던 와인이 찻길로 데굴데굴 굴러가길래 깜짝 놀라 잡은 아기손을 놓고 와인병을 쫒아가려는데 어떤 여자분이 번개같이 나타나서 유모차를 잡고 물건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너저분하게 떨어진 물건들을 다 줍는 게 민망해 이제 괜찮다고 나머진 내가 하겠다고 손사래 했더니 "저도 조카 있어 힘든 거 알아요"  라셨는데 목소리는 컸고 행동은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전부 줍고 확인한 그분은 서둘러 일행에게 돌아갔다.
사실 힘들다기보단 부끄러워서 괜찮다고 한 거였지만 그 마음씀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뭐래도 확신에 찬 행동이 멋졌다. 어설픈 행동이었지만 따뜻한 부산 사람을 하나 경험했다.   
 
아기는 이번 여행으로 비행기와 지하철과 택시를 처음으로 타보았다. 해변열차도 기차라면 기차도 처음 타보았다. 적응을 잘하는 아기가 대견하고 신기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셀 수 없는 여행을 함께 할까. 이 아기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내게도 설레는 일이라니 그만큼의 시간을 번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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