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28-30
남편 생일에 맞춰서 여행을 계획했다. 첫번째 결혼기념일 이후로 6년만에 방문하는 부산. 아기가 태어나고 만 2살이 되기전에 비행기를 한번 타봐야지 싶었는데, 가장 짧은 구간으로 예행연습 겸 시험삼아 한번 도전해 보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두좌석을 끊고 24개월 미만의 아기는 등본을 보여주고 무료로 탑승하였다. 공항에 무인발급기가 있다하여 등본 실물 없이 왔는데 둘다 지문이 잘 안되는 관계로 ..... 체크인할때 애 좀 먹었다. 등본 사진으로 패스할 줄 느슨하게 생각했는데 전자지갑까지 받아 꼭 원본 확인을 해야한다고 함. 좀 더 늦었으면 비행기 놓칠뻔 ㅋㅋㅋ
유스타키오관 발달이 미숙한 아기들은 기압변화에 귀가 약하여 이륙시에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 여러 생생한 후기들이 겁을 주는 바람에 미리 분유를 준비했다. 비행기 타서 준비하면 정신 없다고 게이트 입장 전에 뜨거운 물로 미리 타서 백팩에 꽂고 가는 팁까지. 덕분에 비행기가 이륙 직전까지 이동하느라 활주로를 뺑글뺑글 돌 때 타이밍 재느라고 우리가 더 정신 없었다.
그리고 나선 공중에선 비교적 수월하게 지내준 아기. 떡뻥 한팩과 스티커북으로 시간을 잘 때웠다. 멍멍이 스티커, 전화기 스티커 앞좌석 뒤통수와 옆에 창문에 덕지덕지 붙인 거 신선하고 귀여웠는데 사진이 없네 ㅋ
이게 얼마만의 비행기냐. 코로나 터지고 처음인데 거의 3년만.
아침부터 준비하느라 한끼도 못 먹은지라 김해공항에 내려서 급한대로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했다. 아기는 공항 수유실에서 먹일랬는데 전자렌지가 없어 그냥 우리랑 같이 감자튀김 먹음.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앞에서 나오길 기다리는데 알바생이 햄버거 내주기전에 옆에 갓 튀긴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먹는 걸 보며 충격에 휩싸였던 뉴욕버거.
이번 여행은 비행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차 없이 다니는 뚜벅이 여행이다. 숙소가 해운대 지하철역 근처이고 숙소 기반으로 많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서 굳이 차렌트를 하진 않았는데, 하나 문제는 김해공항에서 숙소까지 거리가(25km정도) 꽤나 멀다는 것. 경전철로 3개역+ 지하철로 24개역이니 한시간반 가까이 전철을 타야하는데 과연 괜찮을까...?
택시로 50분 갈까 지하철 탈까 고민 많이 했는데, 햄버거 먹고 힘내서(?) 일단 되는데까지 지하철로 도전해보기로!!
그나마 빈자리가 많이 있어서 유모차는 한켠에 세워놓고 좌석 세개에 우리 둘이 양쪽에서 무릎으로 가드하고 앉으니 꽤 안정적이 되었다. 아기는 지하철 타자마자 양말부터 벗어던지고 일어나 사람 구경, 창문으로 가끔 보이는 역사 구경 하면서 한시간을 너끈히 보냈는데 진짜 이 친구의 잠재력이란 우리의 상상 그 이상!
짠! 끼룩끼룩 해운대
남편 회사 휴양소로 숙소 + 비행기 마일리지 + 지하철 타고 오는 바람에 여행경비가 많이 세이브 되었다.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지.
해운대역의 에스티엑스 바이 펠릭스 호텔. 일단 입지가 환상이구요. 27층 고층 뷰도 좋은데 연식은 좀 있다. 주상복합이라 통창 아니고 프레임이 큰 창문이 살짝 아쉽. 사이드오션뷰인 이 방도 구조가 좀 특이한 편인데 넓은 데 비해 애매한 공간이 많고 살짝쿵 어두움.
민트 깔맞춤으로 캐리어 위에서 사진한방 꼭 찍고 싶었다 훗
낮잠 안자고 여기까지 온 아기가 슬슬 졸려하는 기색이었지만 새 숙소에서 언제 잠들지도 모르는데 더 늘어질 수 없었던 우리는 일단 나왔다. 바쁘다 아가야 잠은 알아서 자볼래 ㅎㅎㅎ
해운대 해수욕장에 닿기도 전에 잠든 아기. 그리고 더 신난 우리들
해수욕장을 따라 조성된 해변길을 좀 걸은지 십분도 되지 않아 근처 노천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한 것도 없었지만 산책이란 것도 걷다보면 미련이 생기게 마련인데, 멀리 쪼끄맣게 보이는 해변길 끝벽을 치고 와봤자 뿌듯함 이상으로 체력과 시간만 빠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곁들일 안주를 고민하다가 남편이 강추한 메론하몽을 시켰는데 메론도 안 즐기고 짠것도 안 즐기는 나로서는 탐탁치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의견은 내비치지 않기를 잘 하였다. 이 둘의 조화 무슨 일이죠? 집에 메론 좀 사다놔야겠다.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혔던 맥주 타임. 맥주 거품과 습한 공기까지 완벽했다.
왜인지 모르게 부산의 노천 호프에는 아시아쪽 외국인 사장들이 많았다. 차양막도 없는데 비가 올까 우려해주는 사장님의 한국어는 서툴었지만 사진 실력은 서툴지 않았네
적당히 취기가 오른 후에는 우리끼리 신나 낄낄거리며 놀다가 어쩌다 상황극스러운 동영상을 하나 찍었는데 다시보니 부끄러웠으나 이 순간만은 너무 사랑스러워 캡쳐해 두었다.
남편이 봐둔 회무침 집을 찾아 시장 속으로. 망원시장보다 붐비지 않는 게 놀라웠던 해운대 전통시장
개미집 낙곱새와 멸치회무침과 이시원. 부산의 맛은 짜고 터프하다. 낙곱새를 햇반에 비벼 국물까지 비웠더니 육퇴 후 회무침을 앞에 두고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먹긴 먹고 즐겨야겠는데 피곤과 부른 배가 짓눌러온다. 내일을 위해 우리도 퇴근합시다.
부산에서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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