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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태교여행 3 - 경주, 포항

호수가 잘 보이는 창문가에서 자니 계속 동트는 걸 주목하게 된다. 새벽 네시경 그리고 다섯시경에 조금씩 눈을 떴나, 삐그덕대는 침대도 그렇지만 바깥이 밝아오는 걸 보고싶어 계속 설잠을 자게 되네

여섯시쯤인가 눈을 뜨니 어느새 밝아져있었다. 새벽녘의 구름은 아침과 한낮과도 다르다. 구름을 담기 위해 베란다로 나섰다. 사진을 몇장 채 찍기도 전에 비둘기가 날아든다. 그것도 두마리. 아니 내가 비둘기방을 예약했나 이거 너무 한거 아니오. 어쩔수 없이 오늘도 후퇴 ㅜㅜ

이틀연속 다녀왔으니 산책은 생략. 아침으로 집에서 가져온 명란바게트와 초코 크로아상을 순삭했다. 커피도 좀 끓여먹으려 했건만. 여행지의 여유로운 아침은 언제쯤. ?

짐을 다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현관 정문을 나서는데 어제아침보다 훨씬 따뜻한 온도다. 이정도 기온이면 초여름 날씨라 해도 믿을만한 정도. 4월 중순의 딱 좋은 날들.

첫번째 목적지는 불국사이다. 경주의 넘버원 유적지 불국사. 어렸을 적에도 십년전에도 왔던 불국사이지만 올 때마다 예뻐서 기분 좋아지는 곳. 경주 다른 유적지와 다르게 벌써 주차장에 차가 그득하다. 특히 불국사에 많다는 겹벛꽃 앞에 사진찍으려는 데이트족 상춘객들이 그득그득.

경내에 들어서자 예전엔 못 보던 불국사 박물관이 한켠에 보인다. 불국사와 별도로 입장료가 따로 또 있어서 조금 고민하다 들어갔는데 안에 있는 거의 모든 보물들이 재현품이라서 조금 실망 ㅎㅎ 석가탑에서 나왔다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여기 있을리가 없지. 있더라도 최소 경주 박물관. 내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을테다.

그래도 사람도 없고 찬찬히 둘러보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예전 진천에 종박물관 갔을 때처럼 전시실을 전세낸 듯 이거저거 눌러보며 쾌적하고 예쁜 것들을 구경하며 그곳을 즐겼다. 특히 미디어룸에 석가탑 복원 영상이 있어 15여분 구경했는데 이게 꽤 흥미로웠다. 돌탑 안에 철주(철심) 같은 걸 박아넣는 건 처음 알았네.

경주가 그려진 조선시대 지도 여덟장도 귀여웠다. 조선시대 지도 8장이었는데 지도마다 첨성대가 귀엽게 그려진것도 관전 포인트. 그나저나 여기 지도에 나온 경주 읍성은 지금 남아있는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문화재 복원 사업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 일인지도 새삼 느꼈다. 1200년 된 유물이라니 상상이나 했나. 120년 버티기도 너무 어렵고 12년도 안되어 낡았다고 부수고 다시 짓는 요새 시대에.

불국사에 국보 7점을 전부 구경하였는데 역시 회랑과 어우러진 정면의 계단들(청운교, 백운교)이 제일 예쁘다. 보자마자 압도되는 기분이랄까. 스케일이 아니라 숨막히는 단아함과 귀여움으로. ☺️ 가까운 중국만 가도 규모는 비빌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규모에 집착할 필요는 진짜 없다고 본다.

다음 목적지는 석굴암. 석굴암은 조군이 처음 가본다고 기대했던 곳인데 막상 도착하니 사이즈에 조금 실망한 표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1)이것이 인공석굴이라는 것, 2) 돌의 재질이 단단하기로 소문난 화강암이라는 것 3) 불상을 화강암 돔안에 모셔 만들어놓은 것이 포인트라는 거다. 유럽의 판테옹이 당시 기둥 없이 돔으로 넓은 공간을 구현해낸 것에 찬사를 받았듯, 석굴암도 화강암으로 돔을 마무리한 기술이 당시 시대로서 선진적이고 우아한 것이라 들으니 좀 이해가 될법도 했다. 근데 막상 관광객은 정면 뷰만 볼 수 있어 돔은 구경할수 조차 없는 구조인 것은 좀 아쉽다. 문화재의 보존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을 꽁꽁 싸매어 두면 만들어낸 의미도 퇴색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생각해보면 돌로 만든 불상이 이리도 부드러운 느낌인 것 자체로도 매우 놀라운 일이지. 암

어느덧 두시반이 넘었다. 오늘도 점심 시간을 넘어 점심을 먹는다. 이왕 포항을 가는 김에 식사장소는 경주시내로 돌아가지 않고 감포쪽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원래 점심으로 먹으려던 밀면집이 폐업하여 즉석으로 찾은 곳은 역시 바다의 해물로 먹을수 있는 1. 회 (제끼고) 대신 2. 해물짬뽕. 그래서 점심은 어느 동에나 있을 법한 '중국성'으로 낙찰. 여러분 경주 감포 중국성 맛있어요.

몇년 전 좋았던 기억이 있는 경주 양남 주상절리. 다시 보아도 역시 사랑스러웠다.
강풍이 심하고 구름낀 날씨라 반짝이지 않는 바다는 좀 아쉽지만 그래도 바위와 파도의 춤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그새 생겼나 주상절리 전망대도 올라갔다 오고 데크를 따라 걷다가 맞은편 카페에서 아인슈페너 하나 테익아웃하니 딱 맞춤.

오늘의 숙소로 이동하기 전 감은사지 삼층석탑에 마지막으로 들렀다. 멀리서 차로 지나갈때는 석탑 두개가 휑뎅그레한 느낌일 뿐이었는데, 막상 차를 대고 그 높은 지대에 풀밭을 밟으니 갑자기 쓸쓸한 감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감은사지는 왜구의 침략을 막으려 가까운 바다에서 경주 시내로 들어서는 길목에 방어를 위해 지켜보겠다는 사찰이었다는데 임진왜란때고 6.25때고 제1의 타겟이 되기에 너무나 적절해보였다. 사찰의 나머지는 모두 불타 없어지고 유물들은 약탈 당했어도 석탑은 어쩔수 없었나보지. 두 석탑이 버텨낸 세월과 그간의 역사가 어떨지 짐작조차 되질 않네.

오늘 숙소는 포항의 르브아 펜션.
태교여행 5박6일 중 바닷가에서 자는 단 하루를 두고 어느 숙소를 할지 고민하면서 그럴싸한 풀빌라를 여럿 뒤진 끝에 마지막에 선택한 이곳은, 외지지만 바다 앞에 떠있는 것 같은 현장감 하나로 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부디 내일 아침 날씨가 맑아야 할텐데. 기회는 오늘 단 하루 뿐이란 말이다.

이미 해가 거의 저문 시간이라, 저녁은 그냥 뭉개며 이곳 숙소에서 만들어파는 떡볶이와 참소라 찜을 먹기로 했다. 집에서 보는 것처럼 티비 채널을 돌려가며 보았는데, 티비를 보던 조군이 앞으로 휴직 후에는 저녁마다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동감이다.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하면 마냥 흘러갈테니.
더불어 난 태교여행을 온 목적이 무엇인지 남은 3일동안 좀 뭔가를 깨닫고 가고 싶은 생각이다. 앞의 3일이 관광이 주목적이었다면, 뒤의 3일은 대개 휴식으로 맞춰져 있는데, 평소엔 하지 않던 수업도 따로 일부러 예약했으니, 컬러테러피 아로마테러피 명상을 하는 것이 나에게 가져오는 행복. 기분. 느낌에 집중해 보고싶다.

그리고 아이 이름도 짓고. 어떤 부모가 될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출산과 육아의 두려움도 이기고 남은 날들을 어떻게 채울지도 고민하자. 점점 장시간 산책이나 계단오르기, 자세 변화가 어려워지는 몸이 내게 각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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