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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태교여행 1 - 경주

2021.04.14-19
휴직 다음주, 따뜻한 봄날에 떠난 태교여행

아침 일찍 당직을 마치고 와 맞이한 조군. 다른 때와 다르게 짐도 여유있게 쌌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이름에 걸맞게 급하거나 서두르지 않기이다.

짐은 작은 캐리어 1개, 큰 캐리어 1개, 보스턴백에 쇼핑백 2개. 쇼핑백 하나엔 탄산수만 6병이다. 짐이 둘만 가도 이리 한가득인데 두부가 태어나면 우린 어쩔려고 이러는가 ㅎㅎ

어느 걷기여행프로에서인가 ‘짐은 곧 두려움’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두려움이 많은 타입이 분명.

천마총 천마가 귀엽게 그려진 경주의 인터체인지

오늘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경부 타고 지방에 내려간적은 오랜만이다. 그간 주말에 인파를 피하느라 우회길을 택해 온 탓인듯. 생각해보니 여행일정을 주말에 꼭 맞출 필요가 없던 이 친구는 나를 위해 희생해왔네. 내려가는 길 운전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조군이 내게 휴직 소감을 물었다. 휴가 기분이냐고.

아니 그건 아닌데? 휴가는 남은 날을 세게 되는데 지금은 그건 아니니까.

이것은 국사책에 나온...??

첫 도시 경주까지 네시간 코스. 오랜만에 장거리다. 두시간 지나 화서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고 또 두시간을 달렸다. 평소 강원도 가는 것의 두배정도 되는듯. 꽤 오래왔다 싶은데도 계속 간다.

경주에 도착한건 오후 5시 15분쯤. 숙소는 회사를 통해 예약한 대명 소노벨이다. 호수 바로 앞에 면하고 있는 숙소. 시설은 좀 낡았지만 기본 뷰는 훌륭한 곳.

어두운 커텐을 젖히니 180도 물결이 반짝이는 호수가 드러났다. 와!

플러스틱 투명 난간의 베란다는 공기까지 맛볼수 있어 더욱 좋았다. 그런데 비둘기가 자꾸 놀러와 난간에 앉는다.

일곱마리까지 앉았어 😭 아니여기 객실이 최소100개는 있을건데 하필 이방에만ㅋㅋㅋ

해가 마저 지기 전에 노을을 만끽하러 보문호수 산책길에 입성. 따뜻한 햇빛을 마주하며 사진을 몇컷 찍고 한껏 예쁜 길을 걸었다.

벚꽃은 졌지만 연두색 푸르름은 살아있다.

숙소 근처에 있는 경주 맛집 교리김밥까지 걸어가 두줄을 포장해와 벤치에서 먹었다. 계란이 좀 짜다. 그래도 부드러운 맛. 간식이니 세개만 먹는대놓고 잘도 날름날름 집어먹는다.

해가 산을 넘어가 조금 어두워졌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길은 넘나 로맨틱하네. 보문호수 짱

차를 타고 안압지(동궁과 월지)로 출동. 경주 명승지 중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입구에 LED 풍선이 사고싶어질만큼 들뜬 기분. 경주 명승지마다 있는 스탬프 투어종이도 8년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안압지는 기억보다 촌스럽지 않았다. 아이폰 12PRO를 실컷 누리며 사진 좀 찍고 넉넉히 산책을 했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수요일이 무료입장인가?

신라의 궁궐지를 구경하다보니 선정릉과 창경궁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음엔 비원에 꼭 가봐야지 이야기했다. 서울의 많은 것도 충분히 누려야지.

오랜만에 데이트 기분을 만끽했는데 그믐달이 너무 예쁘게 걸려있어 분위기를 더했다. 잔디밭도 예쁘고. 워낙 야경이 유명한 곳이라 지난번 경주방문때도 밤에 왔는데 , 낮 풍경을 못 본 건 좀 아숩지만 내일 잔디 또 많이 볼테니 괜찮아.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고 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황리단길에 대충 차를 대고 근처를 살피며 걸어가는데, 길앞 통닭집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나 기다리던 포장 손님에게 큼지막한 비닐을 하나 주고 사라진다. 알싸한 통닭냄새.
범상치 않은 곳이다. 느낌이 왔다! 이름은 땡큐통닭. 9시가 다 된 시간이라 가게들도 어지간히 닫은 듯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반반 주문을 했더니 아주머니가 포장닭은 야무지게 튀겨줘야 한다며 (식을 걸 대비하여 바싹 튀겨주신단 뜻인듯?)20분만 기다리란다.
근처 편의점에서 물, 맥주, 콜라, 주스 등 음료를 잔뜩 사서 기다리며 황리단길을 걷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젊은 여성들. 커플들. 일방통행에 넓은 보도가 걷기에 좋아보인다. 망리단길도 이렇게 보도 좀 넓히면 좋을텐데

그러나 작년 갔던 전주와 큰 차이가 안 느껴지는 것은 아쉽다. 카페와 디저트로 이 길이 얼마나 연명할 것인지. 마치 맛있는 교토를 지어 일본 분위기를 낸 홍대 거리와 얼마나 다른지. 이런 퓨전 한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전 이길의 기억은 군산처럼 고즈넉한 골목 길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 꾸며진 기분이 들었다. 다음 다음 골목들도 마찬가지. 경주의 특색을 찾아볼 수 있는 건 그냥 지천에 깔린 황남빵 (전주는 초코파이) 그 차이 뿐이다.

이맛 이느낌, 경주

숙소 돌아와 먹은 땡큐치킨은 역시 배반하지 않았다. 감동적인 맛. 이십분도 안되어 순삭한듯 ㅋㅋㅋ

후식으로 가져간 청포도를 좀 씻어 먹고, 음악을 틀고 경주 지도를 침대에 펼치고 내일 일정을 그리며 김동률과 토이의 음악을 듣는 밤. 밤의 보문호는 조용하고 사늘하다. 간간히 불빛이 점점히 반짝인다. 임신중이라 술에 취하지 않지만 충분히 분위기에 취하는 밤이다.

조용하고 넉넉한 여행지의 시간과 공간을 밤을 누리는 것. 태교여행의 목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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