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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막국수기행 쓰리

 

셋째날을 맞은 우리는 솔비치를 체크아웃하고 나왔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다시한번 전용해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어제 했잖아!' 뭐 이런 불만 없이
똑같은 코스 답습에 너무도 자연스러운 3인방.
같은 물치항 횟집과 생선구이집에 이틀연속 찾아갈 때부터 알아봤다.
 
생소한 열군데 레파토리보다 잘만든 단골 하나가 어울리는 사람들.  

셀카에 최적화된 진우님 팔길이
이십년지기 삼층 우정

쌓아온 시간도 이야기도 미래도 무궁무진한 인생의 보물.
내가 널 아끼고 네가 날 배려함도 서로 알고
한 순간 배려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마음 상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
 
가족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인생의 보물. 나는 몇이나?

그나저나 저 삼층구조 공학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당신은 진정한 그들의 친구.
 


 
# 개그욕심
 
점점 더 재미있는 사람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나는 익숙치 않았었던 개그 미덕(?) 
 
같은 장면을 목격한 후
여기저기서 적절한 말로 치고 올라오다
또 말 한마디에 머쓱해서 구박받는 장면을 자주 목격.
 
저 장면은 누가 무슨 애드립을 친 건지 ㅋ
 
 
 
# 마지막 막국수 집에 들렀다.
솔비치에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양양의 송월메밀국수. 전원주택과 같은 집에 입구까지 그득 들어찬 차가 그 소문을 익히 짐작케 한다.

삼일째 먹는 막국수, 이제 시큼담백한 신맛이 익숙하다.
막국수기행에서 깨달은 진짜 사실.
물막국수의 맛은 새콤하지 않고 산뜻하다는 것.

송월국수에서는 이 두부가 더 하이라이트였다.
한접시에 8천원이나 하는 고귀한 자태의 순모두부
같이 나오는 파간장 소스를 얹어 먹은 그 감칠맛은
먹어보지 못한자 말하지 말라, 또 먹고 싶다ㅠㅠ

밥을 먹고 서울로 향하는 길.
해가 뜨거운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던 우리들은 경치 좋은 미시령 옛길을 택해 올라가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서울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막힐 줄은 몰랐지...

미시령 휴게소 도착.
 
무서운 바람이 분다.
사진속의 눈을 모두 감겨버린 강력한 바람.
난 '바람에 날라갈 것 같아~'는 말을 쓰는 양심없는 여잔 아니지만 
이번엔 진심으로 좀 써도 될 것 같았다.  
 
진우오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하다. 역시 싸이즈가 달라도 남다르다.

지루한 상경길
저녁을 먹으러 양수리에 있는 기왓집 순두부에 찾아갔다.
두부백반과 콩비지백반이 맛있는 집. 국내여행좀 하는 사람이면 기가맥힌 길목에 있는 이집을 모르면 간첩이다.

굳이 식탐을 언급하지 않아도
메뉴판에서 '여기부터 여기까지 주세요' 라고 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메뉴가 너무 많았던 곳.
 


 


 
남자 셋에 여자 하나인 여행
그 여자는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여자일수도, 불편거리인 짐이 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였을 거다.
 
난 사랑 받을 수 있게 사랑스런 몸짓을 해야했다.
무리한 합류요구를 흔쾌히 허락해준 감사턱과
남자무리에서 화사함(?)을 담당하는 역할
대화에 흐름에 반하지 않으며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주는 센스  
잘 챙기고 (요리도 잘하면 더 좋을) 여자
심부름 척척하는 동생
 
어떤식으로 표출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봤는데 과연 효과는 있었을른지
 
이틀연속 나에게 침대를 내어주고
볼거리 먹을거리 (셋다 엘지팬인데) 두산경기까지 다 양보해주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진우오빠 좌석뒤 무릎 못 펴는 좁은 자리에 앉아 서울로 온 그들의 노고를
내가 더 호들갑호들갑 고마워해야하는 건 아닌지? 

-막국수 기행 끝 -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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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1. 혜진

    참 재미나게 맛나게 읽은 여행이야기~. 이런 글을 많이 읽게 해주소서 ㅎㅎ 아침부터 막국수가 무지 땡긴다

    2010.11.08 10:34 답글쓰기 삭제
    • 윤일로

      아는 어느분께서는 내 기똥찬 삼부작 막국수기행을 [막걸리기행]이라고 했어 OTL ....다음엔 술맛나게 읽게 해줘야할듯

      2010.11.09 00:38 삭제
  2. 김관용

    화사함을 담당해줘서 감사 ㅋ

    2010.11.08 11:30 답글쓰기 삭제
    • 윤일로

      안녕하세요, 화사함을 담당하는 일로에요 ㅋㅋㅋㅋ

      2010.11.09 00:36 삭제
  3. 김신영

    아...의도 하지 않았지만. 내 손가락은. 그저 자연스럽게 막걸리 기행이라고 썼다는거...지적할 때까지 몰랐다는거-_-;;;

    2010.11.10 00:28 답글쓰기 삭제
  4.  

최진우

막걸리가 인상이 깊기도 했지. 막국수집 = 막국수 + 수육 + 막걸리

2010.11.11 19:18 답글쓰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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