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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pain

스페인 7 - 건축물 투어 : 상파우병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상 파우 병원 벽면에 그려진 벽화. 세계유산 건축물다운가요?

가우디에 밀려 빛을 바랬지만
바르셀로나엔 천재적인 건축가가 한명 더 있는데, 그가 바로 '몬타네르'이다.
꽃의 건축가 몬타네르의 건축물
상파우 병원에 가는길.
 
구엘공원에서 내려와
지도를 보니 몇블럭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
대충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관광하기 딱 좋은 도시
여행 첫날에 버스와 지하철과 도보루트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은
곧이어 '뜨거운 태양의 도시'를 얕잡아봤다는 사실과 함께 온 몸에 흐르는 땀으로 바뀌어버렸다.
 
한블럭 걸어가는 길이 불같이 덥다. 크악

가는 길에 이런 사진이라도 건지지 못했다면, 그 길이 두배는 더웠겠지?

상파우 병원 본동 입구에 도착했다. 원래는 사진 좌측으로 쭉 뻗은 날개가 오른쪽으로도 대칭으로 펼쳐져 있는데, 안타깝게 공사중.

십사만오천평방미터. = 대략 43800평이란다.
얼마나 큰지 눈으로 다 훑지도 못했음.ㅋㅋㅋㅋ 병원이라고 생각할수도 없는 호화로운 이슬람양식의 건물들. 아직도 병원으로 쓰고 있다는데 어디 세계유산 망가질까 벽이나 짚겠나요?


더워서 상파우를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오늘의 메인 코스로 발길을 돌린다.

2004년 미국에 있을 때 같은 교회에 다니던 한 오빠가 건축 공부를 했었더랬다. 당시 휴가를 얻어서 스페인에 간다던 그 오빠가
"스페인에 백년째 짓고 있는 건물이 있는 거 알아?"

 라길래
"에이..설마.. “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긴게. 그때 그 승일오빠가 나한테 얘기했던 백년째 짓고 있다던 그 건물이 바로 여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 성가족 성당이다

대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은 어디선가 사진 한 컷이라도 스쳐간 기억이 있어서 대개의 모양새나 느낌 같은 걸 갖고 있기 마련인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런 '대강의 윤곽'이 잡히지 않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인터넷으로, 하다못해 가이드북에서라도 파밀리아 사진을 보아도 삐죽삐죽한 첨탑 말고는 볼때마다 모양도 달라보이고 무슨 느낌인지도 모르겠고 단순화해서 스케치로 절대 그릴수 없는 그 이유를
도착해서야 알았다. 실제로 봐도 건물의 윤곽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건 성당의 아주 일부분인데, 모양이 보이도록 확대해서 찍은 것이다.

예전에 중국에 상하이에 놀러갔을 때 상하이 항주, 소주의 멋스런 정원들 사진을 멋지게 찍어놓은 엽서 세트를 사온 적이 있다.그 엽서를 한장한장 넘기다보면 정말 멋진 풍경인데, 뭔가 묘하게 위화감이 든다. 하지만 그게 왜 이상한지 발견하기가 참 어렵다. 도대체 뭐지? 그때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그 이상한 점은 바로 풍경(사진)의 포인트의 존재였다.

포인트는 주된 빛으로 강조된다.빛의 장난이라고도 말하는 사진작품에서는 어떤 사진이든 작가의 주된 주제에 빛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그게 사진의 주요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그것을 꾸며주는 역할을 하기 마련.
 
하지만 어느하나 빼놓을 것 없는 아름다운 정원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은 후터칭 막배운 중국분들. 사진 전체에 채도,명암,콘트라스트 100% 날리면  어느 한 곳에도 눈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산만한 사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우디의 필생역작 파밀리아를 두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파밀리아가 중국의 엽서와 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 건물을 조망하는 자리에서 난 도대체 그 건축물의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당최 모르겠더라. 사진에서도, 실제로 보고서도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가까이서 눈을 크게 뜨고 성당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은 섬세한 조각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멀리서 볼때 너무 많은 섬세한 조각은 어떤 큰 윤곽도 그려주지 못한다. 더불어 다이나믹함을 주기 위한 구불구불한 곡선은 전체적으로는 통일감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채도 100%의 사진과 다른 점은, 그 가까운 곳 묘사가 200%의 완성도를 지닌다는 점.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조각이 수십만점은 모여서 건물을 이루고 있다는 점. 그 조각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 몇십가지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발견하고 몇십분만에야 그 감상을 모두 엮어서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을 그려내는  보쉬의 '쾌락의 정원'과 같은 그런 느낌?

보쉬 "쾌락의 정원"
잇힝 *-_-*

나의 파밀리아.
파밀리아의 진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러났다. 가까이서 건물이나 보자고 꾸역꾸역 입구를 찾아들어가던 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1층으로 들어오다가 우연히 한 남성합창 성가대를 마주쳤다. 북유럽에서 스페인으로 원정 미사중이었던 모양인데 특별히 준비한 성가를 부르는 중이었다.  
 
고요한 가운데 경건하게 울려펴지는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엄숙한 그 소리. 정제된 목소리의 화합와 섬세한 강약조절. 무엇보다 그 성스러운 분위기.

십여분간 의자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
 
음악과 목소리. 신에 대한 믿음.그리고 그 믿음으로 쌓아올린 이 장소.분명 궁극적 가치로 빛나는 것들이자 , 나에게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스페인에서의 베스트 찰나 중의 첫번째

파밀리아 건물 입구에 새겨진 글자조각들.
12유로나 내고 들어간 미완성 건물 내부 천장. 보자마자 예상치 못한 모양에 웃어버렸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역시 좀 이상하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의 한 레스또우란떼(식당). 무려 '피카소'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해물 빠에야와 버섯베이컨 피자를 시켰는데 빠에야는 스페인의 대표음식이자, "밥"이라서 다른 어떤 메뉴보다 선택에 가점을 받았지만 사실 생각만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혹시나 시킨 피자가 오히려 역할을 했더랬다. 이 길들여진 입맛은 어찌할꼬.

피카소 식당에서 우아하게, 화진의 아이폰 픽쳐로 마무리!

#2010스페인

댓글7

  1. 혜진

    난 가우디에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고 가서인지 사실 좀 실망했었어 ㅋ 100년동안 이거밖에 못지었냐며… ㅋㅋㅋ

    2010.10.14 12:22 답글쓰기 삭제
  2. 서화진

    내가중국한국스페인서빠에야를먹어봤지만스페인이젤맛없었다는... 넘짰어

    2010.10.14 13:56 답글쓰기 삭제
  3. 윤일로

    다들 스페인에서 실망하고 오는 거야? ㅋㅋㅋ

    2010.10.14 17:36 답글쓰기 삭제
  4. 권남표

    디게 좋아보이는데.ㅋㅋㅋㅋㅋ스페인 안갔다가 한국귀국하는 거는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할일인듯.

    2010.10.14 20:52 답글쓰기 삭제
  5. 김신영

    어딜가나 믿는 도끼에 맛없는 밥 먹고 다니는구나;;;; 근데 건축물..리얼 알흠다우심..ㅎㅎ

    2010.10.16 21:47 답글쓰기 삭제
  6. 김현민

    건물이 합성같아.. 왤케 희끄무레하고무너져내리는거 같지?ㅋㅋㅋㅋ 가서봐야겠다나도 ㅋㅋ

    2010.10.26 12:30 답글쓰기 삭제
    • 윤일로

      그것도 다 조각이 자잘해서 그런거임ㅋㅋㅋ 또렷하지 않고 무너지는 느낌 완전 제대로 짚으셨음!

      2010.10.26 22:5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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