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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pain

스페인 8 - 피카소 미술관


 
늦은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우리는 바르셀로나 구시가로 옮겨 피카소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피카소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오래된 골목은 블럭도 닳고 곳곳은 인적도 드문 곳이었지만
오래된 냄새와 구유럽 특유의 고풍스런 분위기가 신비스러운 길이었다. 

미술관이 가까울수록 많아지는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음악소리-

 


음악소리의 주인공
흡사 Once를 떠올리게 하는 기타치던 청년
그 미로같이 좁고 운치있던 골목과
기타줄을 스치는 소리가 묘하게 매치되며
입장하는 길 기다림의 지루함까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해줬다. 


고대하던 피카소 미술관, 예기치 않게도 주말 3시 이후는 특별히 무료입장이었다. 아싸
2년전 파리의 루브르 무료관람과, 이번 피카소미술관 무료관람, 며칠 뒤 마드리드의 소피아미술관 무료관람까지
외국에서 즐기는 공짜 퍼레이드도 쏠쏠하다.


피카소의 대표작인 게르니카는 마드리드 소피아에 있고,
아비뇽의 여인들은 뉴욕 모마에 있고,
사방 각지에 흩어져서 각 미술관을 먹여살리는 피카소의 작품들.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는 대표작이라기보다 그의 어릴적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 이날 피카소 미술관에서는 특별전으로 피카소와 루시뇰의 작품 비교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루시뇰이란 작가는 피카소와 동시대에 살며 그와 영향을 주고받던 인물인데
실제 인물을 묘사한 연필뎃셍과 스케치작품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사람도 붐비지 않아 더욱 쾌적한 관람. 

▼위부터 라스메니나스 연작과, 게르니카



스페인의 대표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라스메니나스[:시녀들]는 당시에도 유명한 작품이었다는데 
피카소도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다양한 종류의 연작을 남겼다.
실존인물인 공주와 난쟁이 시녀, 강아지, 거울에 비친 부모님, 벨라스케스 본인까지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을
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피카소 특유의 개구진 장난을 쳐놨다.

▲ 벨라스케스의 라스메니나스

▼ 피카소의 라스메니나스


바르셀로나에 가면 피카소 미술관은 꼭 가자.
그리고 피카소의 <라스 메니나스> 연작은 꼭 보고 오자.
가능하면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의 <라스메니나스> 원작도 꼭 보자.

 


 바르셀로나 구시가에서 처음 만난 스타벅스 
 나의 콜렉션 컵 중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시리즈의 충격을 안겨줬던 바로 그 스타벅스
 역시 그녀는 탁월한 모델!


거리를 천천히 가로질러 람브라스 거리로 들어서던 길
▼ 대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던 댄서들도 보았고 


▼ 가지런히 놓여진 자전거 떼도 보았고


▼ 부엉이떼와 고양이 떼도 보았다!

이곳은 밀이 찾아낸, 무척 가고 싶어하던 람브라스 거리의 소규모 꿀시장이다.

홍대에 토요일마다 플리마켓이 열리듯 
솜씨좋은 사람들이 손수 담근 와인과 꿀 따위를 파는 작은 시장.

거기서 밀은 어머니께 드릴 꿀을 두 병 샀고 
나는 여행의 유쾌한 밤을 함께할 비싸지 않은 와인을 하나 샀다.  

찾기도 쉽지 않고 좋을지 어떨지도 몰라 망설였던 곳
굳이 찾아가야 하는지 중간에 여러번 고민했는데 그녀의 강력한 추천으로 결국 발을 들였었다. 
   
아마도 미르에게 꿀시장은, 나에게 Catedral과 같이 개인적 의미가 짙은 곳일 거다.
나의 입장에서 의미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녀가 보낸 신호는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러번이었고, 직접적이었다.
여기서 둔하고 예민한 건 변명에 불과하다. 그건 배려부족이다.
늦게라도 그 신호를 알아들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놓치는 신호는 얼마나 많은지 가끔 몸서리가 쳐진다.



여담-

이 꿀시장에서 내가 샀던 5유로짜리 화이트 와인은
밀이 여행내내 복통에 시달리고 피곤에 지쳐 잠들면서 끝내 마시지 못하고
호텔방 냉장고에 들락날락거리다가 결국 내 트렁크에 실려 집으로 왔다.

아빠에게 일부러 사왔다며 허풍을 약간 섞어 의기양양하게 내어놓고 
우리집 식탁에도 한달간이나 놓여있다가
어느날 아빠가 불현듯 와인을 따자며 잔을 갖고 오라셔서 냉큼 달려가 와인잔을 가져왔더니
오픈한 그 와인의 향과 점도가 뭔가 좀 이상하다.

투명한 노란빛에 걸쭉한 그 액체를 맡아보던 아빠가 의심에 찬 눈빛으로 앞에 붙은 라벨을 자세히 읽어보셨는데
스페인어로 적힌 그 라벨에선 virgin이란 글자와 체리를 닮은 노란 과실그림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

난, 천연 올리브유를 사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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