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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pain

스페인 10 - 리세우 전철역에서


Liceu 리세우 전철역에서

초행길을 늦게까지 돌아다니느라 지친 다리를 이끌고 지하철을 탔는데
갈아타도록 되어 있는 역에 환승통로가 없었다.
반대편으로 가서 지하철을 다시 타야 하는데 표를 반납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공사중인지 어쩐지 안내문 하나 없이 밖으로 쫒겨나와
억울하게도 표값을 다시 치러야 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가까이 있는 직원에게 눈빛을 보냈으나, 어깨만 으쓱하고 무시하는 그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나
굳이 반대편에 있는 역사까지 쫒아가 다른 직원에게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따지러 걸어가던 길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냥 하면 안돼?"


" ... 얘기해야겠어. 이게 말이돼?"

" 난 한국에서도 잘 안 그러는데..'


" 나도 잘 안그러는데, 여긴 역 시스템에게 완전 기만당한 기분이라 참을수가 없어!!'



아! 이것이 내 고집이고, 남들은 질려버리는 그런 순간.


 
다행히 다른직원이 우리를 들여보내주어 결과가 뜻대로 나왔지만 이건 정말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게 내 진심이었고 그야말로 그게 내 성깔이지만
남들이 더이상 쓴소리조차 하길 포기하고 뒤돌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만한
나이든 할배 똥고집같은 이런 행동. 
느끼면서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평소의 나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라면 한층 진한 실망감을 안겨줄, 아니 굳혀줄 그런 사건.
그녀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나의 그 유치한 반응에도 그녀는 아무말없이 내 말을 들어줬다.


여행의 순간순간이 늘 기쁘고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날까지 첫날 첫걸음 때 마음과 같으면 좋겠지만 
피곤함에, 더위에, 긴장감에, 예상치 않는 위기에, 서로의 말에 
힘겹고 상처받고 부대낀다.
 

하지만 그 여행의 순간들에서,
상황이 짜증나거나 몸이 지쳐 힘들다거나
스케줄을 못 맞춰 마음이 자꾸 불안정한 순간들은
그건 내 돈과 내 시간을 들인 내 행복을 위한 여행에는 없어도 되는, 지워도 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몸이 지쳐 힘들면 멈추고 쉬면 되고,
스케줄이 많아 마음이 답답하면 스케줄을 빼고 욕심을 줄이면 된다.
짜증나는 상황이란건  
내가 원해서 하는 여행인 걸 되짚어 생각하면 모두 추억이자 에피소드로서 기억될 일이 된다.

같이 있어 불편한 문제라면 그(녀)를 위해 나를 위해 따로 다니면 되는 일이다.


무언가 마음이 불편하다는 건,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는 뜻이다.

그걸 찾아서 내려놓는 건
내가 계획하고 즐기는 이 시간에 있어 어느것도 불가능한 부분은 없다.

집에 못 돌아오는 상황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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