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를 싸이에서 퍼온 건 7개요, 이곳 블로그에 원래 올려져있던 것이 4개인데 그렇게만 정비하고 끝내자니 아쉬워서 내친김에 나머지 포스팅도 쾌속 완성 해보기로 한다.
묻어둔지 어언 10년- 그날의 감상은 커녕, 도시간에 어떻게 이동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외장하드에 자고 있던 사진과, 그 여행에 들고다니던 여행기록수첩에 써놓은 괴발개발 글씨가 있으니 이것만이라도 옮겨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 와중에 다시 보니 내 친구의 미모가 너무 빛나 10년만에 다시 또 그녀에게 동의를 구해보기로
“사과양, 스페인여행기를 싸이에서 퍼오다가 써놓은데까지만 하기가 좀 아쉬워서 대충이라도 뒤에 거를 올려보려는데, 가만보니 니 사진이 너무 예쁜게 많구나 친구야. 10년만에 너에게 다시 동의를 구해도 될까? “
“ㅋㅋㅋㅋ어차피 난지도 모를걸”
“아 뭐여 ㅋㅋㅋㅋㅋㅋㅋㅋ왜몰라”
“ 얼굴이 넘나변함 ㅋㅋㅋㅋ추억팔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죵. 블로그 놀러갈께!”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투어 (1)구엘공원, (2)성가족 성당에 이어 (3)세번째로 가정집 건축 버전을 살펴보러 가는 길.
그란시아 거리를 따라 쭉 올라오면서, 두근두근했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몇 블럭 앞에 갑자기 떡 나타난 바뜨요네집. 이름하여 까사 바트요. (스페인어로 까사가 집이라고 하였다)
마지막 블럭 신호등을 건너 블럭 끝까지 걸어오는 길에 내가 제일 먼저 본 건 색색 타일의 굴뚝, 그리고 곧이어 아주 익숙한 물결무늬 발코니이다 (사진에서 하두 많이 보아 그렇다)
이곳은 늘어선 줄도 그렇고 외관도 그렇고 흡사 놀이공원과 같은 비주얼. 귀신의 집 정도 하면 딱 맞겠네 ㅋㅋ
“이럴 때 가장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백여년 전 이곳을 설계한 가우디가 딛고 있던 곳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사람들과, 그리고 토레스의 도시와 투우와 플라멩고를 즐기는 에스파뇨르의 도시와 (미국에서 마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스패니쉬가 딛는 이곳이, 그리고 지금 내가 앉아있는 까사바트요앞 이곳 보도블럭이 같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
난데없는 토레스 드립은 그당시 잘나가던 리버풀 시절 토레스의 잘생김에 내가 감탄했기 때문인가. ㅎㅎㅎ
일단 까사 바트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람이 워낙 많아 그런지 벤치가 여기저기 많은데도 대수랄쏘냐 맨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은 친구들도 많다. 그닥 깨끗한 바닥도 아닌데 그런 것 따윈 세상 소쿨한 표정이다.
눈 앞으로 veron 과 teves와 higuain 세 녀석이 지나간다. 내 옆에 앉아있는 벤치남은 Messi다. 지도를 꺼내들고 핸드폰에 무얼 누르고 있는 걸 보니 얘도 혼자 돌아다니는 관광객인 모양인데, 길 찾는 게 애먹는것 같아 나름 흥미롭게 구경 중이다. 이 와중에 참 좋은건 이렇게 노트에 끼적거리며 쓰는 말을 왼쪽 메시도, 오른쪽 테베즈도 알아볼 수 없어 아주 편하다는 것인데 자유라는 것이 한마디로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복작복작한 서울에서 정신없이 사회생활 하던 자에게 이렇게 남의 눈 신경 안 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숨통 트이는 느낌.
까사 바트요 건물의 높이는 한 6층쯤 될까. 1층과 2층은 사람 키의 두배는 될 법한 높은 층고이다. 1층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출구가 보이고 2층으로는 내부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다리 아픈 표정이 보인다. 2층과 3층 양 끝에는 창문을 세로로 나누는 기둥이 붙어 있는데, 위아래가 덜렁거려 떨어질 듯이 아슬아슬하다. 4층 이상에는 층당 4개의 발코니, 3층 가운데는 건물 정면 45도 각도로 철기둥 두개가 뻗어있다. 꼭 더듬이마냥.
기둥과 발코니는 굴곡이 꼭 사람 뼈 모양과 흡사하다. 발코니는 심지어 두눈이 푹 파인 해골같기까지 하다. 내 친구 말에 따르면,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지을 때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데, 이 까사바뜨요야말로 악마의 계시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우디 건물을 보면 볼수록 정신이 반쯤 나간 이의 광기의 예술같은 기분 (그러나 동화같은 구엘공원 역시 그의 작품이라니 할말이 없다 ㅋㅋ) 아닌게 아니라 스페인 출신 인물들 세르반테스(돈키호테) 가우디, 달리, 피카소, 모두 이 더운 나라에서 더위에 살짝 정신을 놓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페인 다니다 보면 절로 들게 마련이니 광기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나저나 카사 바트요의 발코니 사이를 채우는 색색타일은 노을을 받았을 때 엄청 예쁘다는데, 도무지 해가 질 줄 모르는 이 나라에서(어제보니 21시 30분에도 환했다)벤치에 앉아 세시간이나 더 기다릴 순 없겠다. 이제 까사밀라 가야지.
카사 바트요에서 몇걸음 떼지 않아 등장하는 이 건물, 그 유명한 카사 밀라이다. 밀라씨가 의뢰한 집.
카사 밀라는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몰입하기 전 마지막 지은 작품으로 1906년에 설계해 4년만에 완공했다고 한다. 가우디의 가장 기념비적인 유명한 작품이지만 건축 당시에는 혹평 받았다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대에 봐도 엄청나게 전위적인 건축물인 까닭이다. 100년 뒤 방문한 사람 눈에도 이렇게 신기한데 그당시 고딕건축에 익숙한 사람들 눈엔 어땠었을런지. 이 건물엔 어느 곳도 일직선으로 된 벽이 없이 구불구불한 물결같은 외관을 갖추고 있는데 심지어 바르셀로나 최초로 건물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었다는 전설(?)도 이어져온다.
보면 볼수록 어떻게 이렇게 지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정도면 현시대에 지었어도 대한민국 건축대상 아니세계적인 프리츠커상도 받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보고싶던 카사밀라를 정면에 바라보고 앉아있다보니 실감이 아직도 안 난다. 내가 여기 스페인에 와 있는 것이 거짓말 같다. 매트릭스? 혹은 꿈처럼 - 바르샤 경기장도 좀 그러했지만, 여긴 아마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 더 이상한 걸까? 나라 자체가 낯설어서 그런걸까? 그러고 보면 같은 유럽 대륙이니까 파리와 로마와 이곳 사이에 물리적 거리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긴 한데, 아무래도 스페인에 대한 내 정신적 거리는 좀 많이 멀어져 있었나보다. 알게된지 관심갖게 된지 얼마 안된, 그저 멀게 느껴졌던 그러나 나만 몰랐던 대국. 그게 이유라면 이유랄까.
카사 밀라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고급 맨션의 중정 같은 느낌. 빛이 좀 적게 들어오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서 더 좀 엄숙한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까사 밀라에서 놓칠수 없는 포인트, 옥상에 올라왔다. 건물의 벽 외관만큼이나 충격의 연속.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보았던 솟은 굴뚝 같은 것들이 여기 다 와있군. 건축물의 재료가 뭔지 궁금한데 색깔도 저래놓으니 마치 자연이 바람이 만들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동심도 자극할만한 놀이동산 비주얼인데 애들이 보면 진짜 난리가 날듯 ㅋㅋㅋㅋ 이런데서 숨바꼭질을 해야 진퉁이지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라시아 거리.넓직하고 알록달록 해서 예쁜 거리다.
뒷편으로는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흔한 빌라들이 이어진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이런 기분은 숭례문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지.
인증샷도 하나 냄기고
가우디 구경을 실컷 하고 나오니 밖의 어느 작은 건물이나 나무 하나도 범상치 않게 보인다. 이것이 도시의 유명인 하나가 갖는 위력인가
'Travel > Sp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14 - 플라멩고 (0) | 2020.09.30 |
---|---|
스페인 13 - 그라나다에서 요양하기 (4) | 2020.09.25 |
스페인 11 - 바르샤 (2) | 2020.09.22 |
스페인 10 - 리세우 전철역에서 (4) | 2020.09.21 |
스페인 9 - 스페인 분수 (6) | 2020.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