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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pain

스페인 5 - 도시의 첫인상 : 바르셀로나

 

어찌저찌 잘 찾아왔다. 사실 찾기는 굉장히 쉬웠다.
공항 도착터미널에서 터미널 2로 이동해서 LENFE를 타고 3번째 정거장 Sants Station.
 
공항과 공항철도를 나와 바르셀로나의 기대하던 첫 광경을 만났다. 하지만 어느 도시나 첫인상이 훌륭하기란 참 어려운 듯 싶다. 파리가 그랬고, 시드니가 그랬고, 베니스가 그랬다.
 
무거운 짐과 빠듯한 일정에 지친 여행자들이 처음 보는 길과 교통체계에 이리저리 헤메는 사이에 도시는 파여진 보도블럭, 번화한 역 앞의 노숙자들, 험악한 얼굴의 무임승차자들을 감추지 못하고 민낯을 드러낸다.

여기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열린창문의 찜통더위 터미널, 산츠역의 부랑자들, 아무 바닥에나 주저앉아있는 수상한 눈빛의 사람들, 담배를 물고 우리를 아래위로 훑고 지나가던 진한화장과 파마머리의 여자들.
 

밀선생 첨삭:머슬게이들의 딥키스 현장. 바로 여기 렌페 공항역

스페인 여행 블로그를 많이 뒤져보고 온 미르가 스페인은 '소매치기의 천국'이라고 하도 겁을 주어 그런가
유난히 역사마다 수상해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따라오는 양 싶어 지갑과 여권이 든 가방을 힘껏 움켜쥐고 오는 길. 이 EXPO호텔 입구는 왜 이냥 황량한 우범지대 같은지.

밀의 어머니께서 마련해주신 호신용 분홍색 토끼 호루라기. 그녀의 걱정스러움과 여기저기 달린 자물쇠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까스로 숙소에 들어와 마음을 놓고 쉬려했더니 방에 들어오는 순간 굳어버린 우리 둘. ㅡㅡ 70년대 시공한 건물벽을 연상케하는 오돌도톨한 시멘트벽에 어두컴컴한 조명, TV는 고장나서 나오지도 않고, 캐리어 하나 펼칠 구석 없이 불균형한 공간의 방구조다.
 
방을 바꿔달라고 했으나, 늦게 도착한 턱에 여분의 방은 이미 다 차있었다.  8유로를 더 내면 나머지 2일동안은 바꿔준다는데 사실 그곳도 어떨지 장담 못하는 거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다. 여러가지 악조건들은 뒤로하고 일단 자는 수밖에.

드디어 일어난 첫 아침-
입사 후 첫 휴가를 즐기는 미르가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휴가다~~!!' 하고 좋아하는 바람에 시차에 몽롱한 채 덜 깬 상태에도 나도 덩달아 기분 업이다
 
베란다 문을 열고 밖을 나와보니 이정도의 뷰 ㅋㅋ
뭐 그닥 빼어난 전경은 아니어도 카탈루냐 국기와 스페인 국기가 어우러진 소박한 아파트의 모습이 정겹다. 어제 무서운 분위기보다는 해뜨니까 훨씬 낫긴 하네
 
역시 푹자고 일어나 재충전한 뒤 여유있는 마음으로 보니 이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 장난꾸러기 같은 어린 시절로 돌아감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설렘.
 
황량하던 빠리와 시드니가 변신했듯이 바르셀로나도 이제부터 무언가 가득 품은 그 모습을 이제 공개해주겠지. 기대해보죠 오늘 하루!

#2010스페인

댓글3

  1. 서화진

    아 게이커플의 키스얘기가 빠졌어...^_^ㅋ 나에게 머슬게이들의 딥키스란 문화충격이었어요 이것이 스페인의 자유인가 ㅋㅋㅋ

    2010.08.30 22:37 답글쓰기 삭제
    • 혜진

      헉!! 완전 중요한 얘기인걸~ ㅋㅋ

      2010.08.31 07:03 삭제
    • 윤일로

      너무 놀라서 사진찍을 겨를이 없었어 아쉽 ;ㅁ;

      2010.08.31 23:3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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