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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pain

스페인 2 - 상공에서

 

도대체 공항에 제대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온 적이 있긴 있었던가. 아침 8시에 도착하려던 예정으로 집에서 7시 조금 넘어서 나오다보니 예전 중국여행 가던 길, 간지나게 인천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왔던 기억이 떠올라 어무니에게 인천공항까지 태워다달란 부탁을 하고 말았다.
 
준비성 없기로 소문난 나의 모습이 반복되는 게 부끄러워 어떻게 말로든 다른 핑계를 대보려 했으나, 어쩌랴 이미 시간은 일곱시 반인걸..
 
그리하여 어머니와 인천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여행의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마음이 떨려 최소한의 준비만 했다고. 어쩌다 하필 꼬인 케이스가 됐다고. 그러자 엄마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할 상황은 의외로 꽤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럴 때에 확신을 가지고 충분히 준비해놓고 (물론 '응답'이라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나중에 혹여 취소가 되더라도, 그 준비시간은 다음을 위한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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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여행을 준비한 한달 중 거의 3/4에 달하는 삼주간은 일정으로 인한 고민과 초조함, 내려놓음, 초연함, 배려, 짜증, 토로까지 모든 복합적 감정을 훑고 지나가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발령이 예정된 7월 16일 저녁,
5시반에 모든 업무를 후다닥 끝내버리고,
근태등록과 시재등록과 지점장님 인사까지 '간다'에 초점을 맞추고 이미 다 저질러버리고 나서
혜령이랑 나란히 앉아 공문을 클릭하기를 한시간 반. 
‘문서배포중'이라는 문구가 떴을때의 그 긴장감이란!!
 
나보더 더 걱정했을 화진이와
궁금함과 걱정을 담은 친구들의 문자
나보다 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못간다 했더라도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확정되면’갑니다' 세글자 문자를 돌려야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 문자를 찍을때의 통쾌함이란!
 
다른 모든 행원들이 여기를 뜨고 싶어하는 와중에
발령이 안 난 사실에 소리지르며 좋아하던 웃긴 상황이란.

그게 바로 어젯밤 일인데..
그리고 나서 막상 하루만에 갈 준비를 하려니까, 마음이 아직 따라오질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비행기에 일곱시간째 앉아있으면서도, 여전히 난 여행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직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잖아!
 
미리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상처를 받더라도 배움의 기회로 삼을 정도로 성장한 나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실제로 또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난 정말 준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도망갈까?
 
그 땐 적어도 지금보단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볼 순 있겠지.
그래도 이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과 에피소드로 남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하핫
 


아, 이제부터 정말 마음껏 즐길테다.
아이러니하게도 출발 비행기에 타고 있는 지금,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감성적 기반은 어느 여행에 못지 않을 듯하니
믿어봐야지, 그 다석권의 책을.

#2010스페인

댓글5

  1.  

    황민아

    `다석권`의책(?)^^ 모두읽었구낭 큭큭 언니싸이 업뎃표시뜨면, 난그저스페인사진일까 싶어서두구두구하며 클릭하는데 ㅠ 언제들려줄껀가용 ㅋㅋㅋ

    2010.08.06 10:05 답글쓰기 삭제
  2. 신지선

    아흐 귀여워라 둘다 !! 어머님 말씀 나도 새겨 듣고 가요.

    2010.08.07 10:18 답글쓰기 삭제
  3. 박준범

    윗 장문의 결론: 준비가 부족했다.

    2010.08.08 21:48 답글쓰기 삭제
    • 윤일로

      예리한 준배님 ㅋㅋㅋ

      2010.08.09 01:31 삭제
    • 혜진

      ㅋㅋㅋㅋㅋㅋㅋ

      2010.08.10 16:43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