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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르투갈 18 - 포르투 : 한달살기 하는 이유 알만하네, 대체 불가능한 포르투의 매력

 

 

 

오늘 아침도 흐린 날씨이다. 어제보단 좀 나은지 안개는 걷혀있지만 이건 할리데이 인에서보다 낮은 지역이라서 그럴수도 있다. 이쪽은 창이 눈이 많이 부시다. 벌써 8시가 넘었지만 푸르투에서는 흐린 날씨 덕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핸드폰 충전을 하면서 론리플래닛에 나온 쇼핑 스팟을 꾸역꾸역 구글 지도에 밀어넣어 기록했다. 펜으로 지도에 표시하는게 보기는 편한데 오프라인 지도와 온라인 지도의 과도기에서 나는 어디하나 적응하지 못하고 이거저거를 번갈아 보다가 제대로 하나도 안되는 상황에 외려 적응이 될 지경이다.

 

또 아침부터 열일하는 포르투 강변 조망

 

오늘은 포르투갈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이 마지막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자정쯤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경유지에서 우리의 짐은 찾지 못한 채 네덜란드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므로 캐리어에 나눠 넣을 짐을 고려하면서도 그간 샀던 잡동사니를 잘 꾸겨넣어 짐을 싸야한다. 오전중에 선물로 작은 포트와인들도 마저 구입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씻고 스웨터 하나를 걸치고 나와서 그나마 옷을 또한번 바꿔보겠다고 새옷을 골라입었다. 이번 여행의 옷 선택은 정말 어렵다. 나갈때마다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덜덜 떨거나 너무 더워 땀을 뻘뻘흘리게 되는 것이다. 바람과 그늘은 서늘하고 햇볕은 너무 뜨겁다.

 

 

엘리베이터가 체중이 늘어있었다. 어제 너무 먹었나. 이 아파트에 딸린 오래되고 쬐끄만 엘리베이터는 신기하게도 안에 들어간것들의 무게를 재어서 직접 보여준다. 기껏해야 3-4명이 겨우비집고 탈만한 작은 사이즈라 중량오바에 민감하여 그런가보다. 그나마 디지털 눈금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러면 저울에 올라간 고기처럼 적나라했을지도..?

 

 

숙소를 나와 일단 선물 구입차 상벤투 역 방향으로 향하다가 포르투갈 마지막 날이니 간단히 나타(에그타르트)를 한번 더 먹기로 한다. 상벤투역 근처 거리에 의자를 펼쳐놓은 가게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 - 이 놈의 포르투갈.

주문 받아간 직원이 돌아올 생각을 안한다. 숙소에서 나올 때 체크아웃이 11시인줄 알았다가 12시인걸 확인하고 그나마 아점도 먹기로 결정한 건데, 이래서야 한시간 줄인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게 생겼다. 11시까지는 돌아가 리패키징을 해야겠다고 세운 계획이 무색하다.

포르투가 유독 그런 느낌이었나, 이식당이나 저식당이나 서비스가 너무 느리고 속이 터진다. 한국이 워낙 빠른 서비스니 이에 비하여 유럽에서 기본적으로 느림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는데, 여기는 느리다 못해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 정도. 어제 노천식당에서 점심 먹을때도 식사시간은 이십분 정도였는데 기다리는 것만 한시간은 너끈히 지났었다. 그래도 거긴 알바생이 좀 안일한거 같아서 그 때문인 줄 알았더니만, 오늘 아침에 나타집에선 금 같은 시간을 쪼갠 것인데 삼십분은 허투루 날렸다.

 

 

아점을 먹고 일어나, 일단 급한대로 선물용 포트와인부터 사야한다. 우리가 맛본 이 신세계의 와인을 맛 보여주려고 이리저리 와인샵을 찾아 헤메었다. 주변에 애주가가 너무나 많아서, 이거 원 셀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네..

 

요 어여쁜 포스터는 결국 한국 집까지 데리고 옴 😍

 

선물가게를 기웃거리다 보니 만나게 된 예쁜 샵들. 그냥 지나치기에 포르투만의 오밀조밀한 집을 형상화한 상품들이 너무나 매력적인 것.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절벽위 집들 그림엽서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과도 비슷한듯.

 

 

아침부터 바삐 도시를 쏘다니다보니, 이곳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기분이 들 지경에 이르렀다. 가끔 거꾸로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는데, 서울에 놀러온 사람들은 내가 출근하는 걸 보며 비슷한 기분이 들겠지.

내가 여기 산다면, 그래서 아침에 눈 비비고 바삐 출근하는 상황이라면 이 거리가 지겨워보이겠지. 여긴 언덕이 왜이렇게 가팔라 하면서 불만을 늘어놓겠지. 지금은 여행자의 시선이라 이것이 이렇게 그저 낭만적이어 보이는 것 뿐이겠지. 하긴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아무데라도 여행가는 것이 갑자기 별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출근은 그만큼 크리티컬한 것 ㅋㅋ

 

 

아줄레주로 장식된 건물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한국에 오면 이천과 자매결연 정도 맺으면 딱 적당할 듯 ㅋ

 

 

동네 와인샵마다 땀나게 뛰어다닌 끝에 결국 500ml와인으로 세놈을 구입했다. 그덕에 숙소 주변 동네 골목이란 골목은 다 쏘다닌 것 같네ㅎㅎ

 

 

숙소에 들어가 짐을 싸서 나왔다. 캐리어가 터지기 직전으로 꾸역꾸역 넣었는데, 근처 큰 역 코인락카에 캐리어를 넣으려니, 너무 빵빵해진 터라 도통 들어가지지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 부셔지지만 말아라 하고 힘주어 뽝 밀어넣었더니 정면에 스크래치는 물론 코팅이 다 벗겨져나갔다 ㅋㅋㅋㅋ

2015년에 미국 신혼여행때 구해온 주홍빛 샘소나이트. 그간 많은 곳을 함께 쏘다녔는데,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로구나. 고생 많았다. 바이바이

 

 

캐리어도 맡기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 전철로 모로공원까지 이동하여, 가이아 지구의 낮구경을 좀 해보기로 하였다.

 

오 이렇게나 가까이 지나간다고? ㅋㅋㅋㅋㅋ 깜놀
전철구석 1열 포르투 1경

 

모로정원은 갑자기 나타났다. 전철 유리창에 코박고 도루강을 구경하다가 하마터면 모로역을 지나칠 뻔 했다. 트램(과 거의 흡사한 모양새의 전철이다)이 으레 그렇듯 다리를 건너자마자 딱 좋은 목 어귀에 정류장이 있었다. 사람도 한적하고, 초록색 노란색 나무들이 풍성하게 따뜻하게 예뻐서 여긴 다 어디야, 할때쯤 거기가 딱 바깥 역이었다.

 

 

아니, 전철 역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겁니까?

지하철 담도 없고 삼발이도 없이 뻥 뚫린 통행구간이다. 들어갈 때만 자율로 찍는 지하철의 위엄이다. 길과 이어진 지하철이라니. 상상도 해본적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전천후 환승 및 거리별 징수 시스템에서는 당근 어렵겠지. 그래도 예쁜건 좀 부럽다 ㅋㅋ

 

 

이렇게 생긴 야트막한 공원 언덕으로 올라가면 

 

 

도시 전경이 눈앞에 예쁘게 펼쳐지는데

 

 

 대략 이정도 퀄리티로ㅋㅋㅋㅋㅋ 🤩

 

 

어느새 햇빛이 뜨겁다. 이글거리는 해를 뒤통수에 받으며 도루강변까지 걸어 내려왔다. 

 

 

어제 그 저녁 지나갔던 길을 다시 접어들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와이너리 앞을 지나고, 잡다구릴 파는 사람들, 버스킹을 준비하는 사람들, 수많은 관광객 앞을 지나간다. 얇은 티셔츠 붉은 가디건 청바지에 운동화를 걸치고 나 역시 부족함 없는 거리의 일인이 되어본다. 

 

 

스페인이 추러스의 고향이라, 옆나라인 포르투갈도 당연 맛있을 줄 알고 시켰더니만 대실패. 밀크잼이 이빨이 시리도록 달기만 함 ㅋㅋㅋㅋ

 

 

그러나 곧 우리는 시장 푸드코트를 발견, 비싸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메뉴가 많은 곳에 럭키하게 자리잡았다! 모든 동선을 짜지 않는 것은 이럴때 뜻밖의 즐거움을 준다. 그 중간과정이 얼마나 빡빡했었는지 그 와중에 우연이 얼마나 섞이느냐가 여행의 노하우인데 참 그것이 어렵고도 어려운 것. 

 

메르까도-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이 엄청 외치고 다녔었지 ㅋㅋㅋ

 

어린 돼지 통구이요리와 프란시지냐 한번 더 먹고 맥주 두잔을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는 부른 배를 두둥기고 나오니 눈앞에 케이블카가 날아다닌다. 취했나 ..?

 

 

헛것 아니고, 이것이 포르투 강변의 유명한 관광 케이블카란다. 그렇담 바로 타봐야지. 강상류에서 하류방향(아래쪽 고도에서 위쪽 고도로 올라가는) 편도 방향으로 끊었다. 일인당 편도 6유로.

 

 

우오 떠다닌다 떠다녀

 

 

발 아래 어제 지나왔던 와인너리들이 지나간다. 

 

 

케이블카의 뷰가 엄청 좋았긴 한데, 문제는 나는 역시 이런 류의 탈것은 너무 무섭다 ㅜㅜ (고소공포증) 온몸이 긴장된 상태. 남편이가 좋아하니 그를 위해서, 그리고 사진을 위해서 탔는데, 사진은 무서워서 제대로 각잡고 찍지도 못해서 실패. 온몸의 솜털은 곤두섰지만 그래도 예쁘긴 정말 예뻤다. 

 

 

케이블카 하차장은 아까 왔던 모로공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한번 뷰 타임~마!

 

 

갤럭시 S20가 나왔을 때였나, 카메라 기능을 설명하면서 광고에서 포르투의 야경을 줌으로 확대하는 광고가 있었는데 , 그거 아마 여기 모로공원쪽 뷰로 (정확히는 세라도필레라는듯) 촬영했던 것 같다. 그때 줌업 할 때 히베이라 지구의 우리 숙소까지 보여서 깜놀했던 기억 ㅋㅋㅋㅋ 삼성 대단해요 

 

 

이번엔 동루이스 철제다리를 직접 위쪽으로 건너 히베이라쪽으로 가보기로. 다음 목적지는 상 프란시스코 성당이다.

 

 

아까 전철을 타고 지나갔던 그 다리이다. 이렇게 아무런 스크린도어도 없이 보행자의 조심성(?)에 기대는 시스템이라니, 놀라움 ㅋㅋ 그러나 생각해보면 길좁은 유럽에서 트램형 탈것은 죄다 이런 식이긴 하다. 속도를 아주 빨리 내지 않아서이기도 할테고, 길이 거기밖에 없는데 답답하게 벽세우고 길막 할수도 없겠지- 

아무것도 없으면 알아서 조심하는데, 안전을 위한다고 막으면 막는대로 사람들은 또 조심성이 사라져서, 더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고 도리어 왜 막아놓지 않았냐고 화를 내기도 하니 참 사람들은 알다가도 알수 없다. 

 

상류쪽 뷰
다리위에서 찍은 히베이라 지구
어제 축구장에서 포르투 진입하다 내가 반한 그 풍경
예쁜 것인지, 기괴한 것인지(?) 좀 헷갈리는 사진ㅋㅋ
높은 지역에 자리잡은 포르투 대성당

 

포르투 성당 중 가장 큰 볼거리가 바로 여기, 상 프랑시스코 성당이라고 했는데, 더이상 미사를 드리지 않아 박물관으로 입장료를 받는다는말에 뜻밖에 고민하게 되었다. 비싼 7.5유로였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할 순 없지. 입구는 평범해 보이는 걸?

 

 

와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금으로 떡칠했다고 해야되나 . 포르투갈만의 놀라운 금 기술!! 고민할 만큼 비싼 입장료였지만, 내가 여태껏 본 어느 성당보다도 특이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간 것인가. 방향이 좀 비껴나갔나. 성스러운 느낌보단 좀 자랑 느낌인가. 성가족 성당과 비슷하게 너무 많은 조각 때문에 전체적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드는게 기분이 좀 요상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중부쪽에서 들렀던 바탈랴 수도원이 훨씬 장중하고 좋았다. 그러나 여기 이 성당, 들어갈때 나오는 탄성 만으로 그 값은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는건 일단 뭔가 비주얼적으로 인상적이라는 뜻이니까.

론리에서 주의깊게 보시라는 성당 옆면, 가지에 붙은 열두제자들이 과연 화려하긴 화려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도루강변의 뜨거운 햇살은 조금 잦아들었고 어느새 낭만적인 햇볕이 내려 앉을 시간이다. 아이스 커피가 너무 먹고싶어 엊그게 본 코스타 커피를 찾아서 가볼까 생각했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오르막길이 문제. 사실 아이스 커피만 있으면 도루강변을 좀더 걷고 싶었는데, 역시 이노무 유럽놈들 아이스커피 파는데가 없다. 아무래도 이건 에스프레소 자부 문화라기보단 문명의 미발전이다. 우리나라 외국인들이 아이스커피를 얼마나 먹는지 모를거다 이놈들.

 

우리 숙소가 저 얼룩덜룩이 위에 붙은 팥죽색 공간이다. 저 얼룩 덕분에 멀리서도 숙소찾기가 아주 쉬웠음 ㅋㅋ

 

정처없이 길거릴 쏘다니다 우연히 만난 전망대에 저무는 햇살이 가득하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전망대에서 마지막으로 둘이 같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리스본엔 전망대도 많았는데 포르투에서 정식 전망대는 처음이었다. 언덕과 오르막길이 많아서인지 곳곳이 전망대인 느낌이긴 했지만서두.

그럼에도 역시 제1의 경치는 케이블카, 제2의 경치는 숙소였다. 69유로에 정말 훌륭한 숙소! (다시한번 칭찬해)

 

 

코스터 커피는 바깥좌석에 앉아있다가 흡연족이 너무 괴롭혀서 결국 안으로 이동했다. 공원에서는 파티라도 열렸는지 쿵짝거리는 큰 음악이 나오고 있는데, 아래 자리한 커피숍에는 우퍼 진동만 울리는바람에 쉬는 느낌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 

 

 

코스타 커피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천천히 걸어서 트리다데로 이동했다. 그리고 공항으로 -

 

 

비행기가 연착된다. 유럽의 저가항공에 이정도는 흔한 일이겠지. 이제 뭐 걱정도 되지 않는다.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남편이 문득 얘기했다. 우리가 포르투를 먼저왔다가 리스본에 갔었다면 그건 좀 감흥이 덜할수도 있었겠다고. 두 도시를 다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어느 나라의 인상을 어느 도시부터 보는지는 여행객에게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포르투는 대체불가능한 분위기가 있지만 리스본은 꼭 그렇지는 않다. 감성보다는 좀더 대도시에 가까운 느낌이긴 하니까. 그러나 리스본은 또 반짝이는 타일과 화창한 날씨 속에 쓸쓸한 남쪽 나라, 세상의 끝과 같은 희귀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포르투는 와인이 발달한 문화나 버스킹들도 그렇고 쓸쓸함보단 젊은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분. 관광객은 둘다 많지만 리스본은 노년의 관광, 포르투는 좀더 젊은이의 힙한 갬성 느낌이랄까. 


뭐 어쨌던 우리는 둘다 좋았다. 나름의 장점들이 있고. 사실 관광이나 힐링 어느하나만 주구장창 하는 것도 썩 취향은 아니니까. 그리고 소도시들도 좋았다. 신트라, 호카곶, 카스카이스, 바탈랴, 아베이루, 코스타노바, 브라가. 들렀던 작은 도시들이 사랑스러웠다.

비행기가 뜬다. 이제 마지막이다. 포르투갈 안녕~ 우리는 경유지에서 하루 더 놀다갈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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