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기전에 숙소로 돌아와 옷을 챙겨입고 강변을 걷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또한번 마주한 저녁무렵의 환상적인 뷰.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지만 더 나은 광경을 향해 애써 엉덩이를 떼는 그런 흔치 않은 순간이 이어졌다. 이것은 여행이 훌륭하다는 반증.
구릉을 거의 뛰다시피 내려와 히베이라에 도착하자 절로 나오는 감탄. 이곳은 정말 낭만적인 곳이다. 어떤 의미로 누군가가 포르투를 각자 인생의 도시로 꼽는지 알것 같다. 강변에 모두들 나와서 사진기를 들고 노을을 찍고 있었다.
히베이라 분위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곳을 대체할만한 그런 강변이란 게 별로 생각나지 않을만큼. 네온사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이 어두워진 하늘에 점점히 박혀있었고 물결은 잔잔히 찰랑거리며 그 빛들을 반사하고 있었다. 따뜻하지만 조금 쓸쓸한 분위기에는 옆에 서 있는 누구라도 고생했다고 토닥토닥 프리허그로 안아줄 법 한 그런 밤이었다.
다리가 이어진 건너편에 보이는 동네가 가이아 지역이다. 빌라 노바드 가이아.
가이아는 다름아닌 포트 와인의 집결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포르투갈에서도 포르투에 방문한 큰 이유이기도 하지 ㅎㅎ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주정강화와인인데, 대항해시대 시절 항해를 오래해야했던 선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독한 와인(?)이다. 거의 와인+양주 를 함께 먹는다고 보면 됨
일반적으로는 포도농장이 많은 산지에 멀찍이 가야만 방문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이 포르투 작은도시에서는 강만 건너면 바로 펼쳐진다. Graham's , Sanderman, Dow's 등등 많은 브랜드의 와이너리가 여기 모두 몰려있기 때문에 포르투 강변의 분위기와 와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체불가한 포르투 되시겠다.
카메라로 찍으니 더욱 살아나는 색감!
한참을 구경하다가 이제 슬슬 걸어 건너편으로 가보기로 했다.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가는 내내 건너편도 예쁘고 이쪽편도 예뻐서 사진 찍느라 오미터에 한번씩은 멈춰선 듯 ㅋㅋㅋ 끝도 없이 계속해서 이쁜 풍경 옆에 이쁜 풍경이 나오는 게 놀라웠다.
한강만큼 마음(?) 먹지 않고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고 충분히 건너 오갈수 있는 것이 좋았는데 그냥 걸음으로는 한 15분이면 충분할 듯 , 그러나 세걸음에 한번씩 사진 찍느라 두배는 걸린듯 ㅋㅋㅋ
건너편에 올라오자마자 벌써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층 업된 텐션. 아마도 어디서 술내음이 나는것 같은데,
풍경 말잇못
와인을 종류별로 한잔씩 시음하는 곳들이 있다고 하여 찾아보고 있었는데 내내 레스토랑만 이어지다가 적절한 순간 나타난 와인 테이스팅 샵.간단한 안주와 시음 후 구매도 할수 있게 매장이 붙어있다. 여기서 테이스팅하라는 손가락이 귀욥. 그렇다면 손가락 끝에 붙여서 사진한번 찍어줘야지. ㅎㅎ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종업원들이 매너가 넘치게 안내해 준다. 작은 모닝빵 한 바구니와 난 화이트로 한잔. 남편은 테이스팅 1 레벨 작은잔 3개를 시켰다.
역시 이대로 멈추기엔 무리였다. ㅋㅋㅋㅋㅋFINE TASTE 한번 더-!
어제 왜 난 기껏 포르투에 묵으며 강변엘 안나와보고 피자한판 먹고 잠이 든 것인가. 오늘이 이곳에 온 처음이자 마지막 날인 것이 한이로다.
와인바 앞에는 버스킹을 하는 한 분도 보인다. 그리고보니 최근에 비긴어게인에서 포르투를 방문하여 이 어여쁜 도시를 화면에 담았던 것도 기억이 나는 듯 하네.
음악과 술과 강변이라. 엄청난 조합이다.
맥주들고 한강 공원만 가도 넘나 좋은데 강변 앞에 와이너리 테이스팅이라니 이거 너무 사기 아닙니까? 포르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도시다. 그중에서도 가이아!
히베이라가 단정한 관광객이라면, 노바드가이아는 음주자 관광객들 편이다. 과연 술을 빼고 낭만을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인가?
행복하게 강변 산책을 마치고, 저녁으로 해물밥을 먹으러 들어온 론리 추천 식당 - 에센시아 루사.
그나저나 이 도시는 다른 포르투갈 도시와는 다르게 한국 관광객이 꽤나 많은 편인 듯 하다. 지나가다 심심찮게 한국어가 들리는 것은 물론, 직감적으로 서로 단번에 알아보는 민망한 순간들도 적잖은 듯.
아까 레스토랑에서 안내받은 자리 옆에 앉은 한국여자 둘이 들어오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에 좀 당황했는데, 여자둘이 여행하다 어느순간 서로 말이 없어지며 빈정상하는 순간들이 온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로서는 그냥 뭐. 신경 쓸 일 있냐.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친절하고 깨끗한 음식점에서 배두둑히 저녁먹고,
숙소에 왔는데도 열일하는 포르투의 야경 -
창문 열고 환상적 야경을 안주삼아 이차를 또 먹었다. 이 도시에 한달살기 왜 하는지 알법도 하다. 나중에 누구라도 이 도시와 이 숙소를 추천해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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