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숙소로 짐을 옮겨야 한다. 아침에 짐을 빼서 차에 모두 담고 나니 유랑자의 느낌이 들었다.
오늘까지 이르러 이번 포르투갈의 여행의 숙박 장소가 모두 결정되었는데(여정 중간에 예약한곳도 있어서) 맨처음 리스본에서 사나호텔 2박을 제외하고는 모든 숙소에서 1박씩만 했다. 맨처음 이런 식으로 숙소를 잡았던 건 크로아티아였다. 그때 그 여행이 좋았던건 이 유랑자의 느낌이 주는 지분이 꽤나 컸던 것 같다. 숙소에 기반을 둔게 아니라, 차에 기반을 둔 여행. 매일 숙소를 옮기다보면 꽉꽉 눌러채워온 캐리어의 물건조차 필요/불필요가 금세 나누어진다. 어차피 내일 또 싸서 짊어지고 나와야되니까 필요없는것은 차에 두고 가게 되고, 그러면 부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은 배제하고, 정말 일박에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것들만 골라내게 된다는 것.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스타디움은 지하철의 마지막 정거장이지만 경기장에서 숙소까지 거리 자체가 멀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 도시가 아담하는 거겠지. 다만 고저 차이가 좀 있었는데, 경기장이 꽤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르투는 도루 강 유역을 따라 난 협곡 사이에 양쪽을 마주보고 조성된 도시이다. 강 하류쯤에 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협곡 때문에 집들이 겹겹이 겹쳐보이는 것이 양사이드에서 매력적이고 감성적이지만, 경사가 상당하다는 것이 단점. 경기장에서부터 빌라드가이아로 넘어가는 길은 높은 다리로 연결되어있었지만, 히베이라쪽 내륙으로 들어오는 길은 쭉 내리막길이었다. 내리막길 끝에는 강변이 이어져 있었다. 어제는 먼곳에서 도시를 조망했다면, 본격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포르투의 첫인상은 어제와 너무나 달랐다. 점심무렵의 반짝이는 햇살에 비치는 강변, 그리고 강 양면에 벽처럼 높게 둘러싼 협곡의 웅장함은 아래쪽에 내려오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깨끗한 하늘색에 빛나는 절벽 사이 자리잡은 소담한 색깔 지붕들의 이어짐. 오래됨도 빈티지로 승화시키는 것이 유럽의 마법인가. 굽이굽이s자로 둘러가는 찻길 만으로도 멋있었는데, 그 사이 갑자기 나타난 동루이스 다리.! 이 앙상한 철골 구조뿐인 다리가 왜 이리 멋있는지는 포르투 협곡의 높이를 느껴본 자만이 이해할 것이다. 여행전 모두들 이 다리를 이야기할때 나 역시 의아했는데, 와보니 비로소 알것 같았다. 위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다리이다. 금문교의 예쁜 색깔, 키웨스트의 세븐마일스 브릿지의 긴 길이 같이 특징적인 것들에 비하여 그 사이즈가 작을지라도, 훨씬 멋져보인건 그 자연이 준 협곡을 기반으로 높다랗게 설치되어 인간의 노력이 덧붙여진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변을 굽이굽이 지나가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 진짜 멋져!”
차에 있어서 풍경이 마구 지나가는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차를 맘추고 사진을 찍고싶었다. 그 강변이 너무 예쁘고 이 도시가 한방에 사랑스러워졌다. 급히 차창을 열고 사진기를 들이밀어봤지만, 늦었다. 어느새 차는 강변 끝 시내로 향하는 굴다리로 진입하고 있었다.
시내로 들어오자 어김없이 맞이해주는 유럽식 돌바닥 타일. 볼사 궁전 앞에서 우회전 하여 언덕을 올라가니 우리의 포르투 마지막 숙소가 등장. “로우코스트아파트먼트” (이름 참 ㅋㅋㅋ 이정도면 이름없는 숙소나 마찬가지)
운좋게 차를 바로 앞에 주차하였다. 공용주차장에 서성거리던 한 남자가 타이밍 좋게 차가 빠진다고 여기에 대라고 신호를 주길래 매너좋다 했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팁을 요구하였다. 헐!
어찌됐든 차를 잘 되었으니 되었다. 체크인시간까지 밥이나 좀 먹고 구경하다가 짐은 이따 넣기로.
코너를 돌자마자 작은 광장에 노천 식당이 많이 보였다. 그중 가장 완벽하게 길거리에 나앉은듯한 위치에 traca 라는 식당에 앉았다. 점심 메뉴가 밖에 보인 것이 이집의 신의 한수다. 오늘의 메뉴 세트 9.5유로.
맛집을 픽하는 성향의 남편에게 “난 언젠가 맛은 없어도 목좋은 노천 카페에서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것을 그가 잊지 않고 있었다. 매우 충족하는 위치 선정.
하지만 목좋은 곳은 사람이 많고, 직원이 바쁘고, 안그래도 한량인 포르투갈인들의 서비스에 속터지기 딱 좋은 것은 미처 생각 못했다. 노천카페를 즐기기보다, 시간을 좀먹는 기분이었달까ㅎ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볼사궁전 근처에 작은 유리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서니 복도 끝에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다. 간신히 몸을 끼워넣어 4층 숙소 문을 여는 순간 탄성!
와 정말 이숙소의 뷰는 미쳤다. 포르투의 강변이 너무나 멋들어지게 한눈에 들어오는 180도 통유리창. 가운데 복도(주방)을 끼고 디귿자로 만들어져있는데, 양쪽엔 침실과 응접실이 붙어있고 그 한쪽면은 모두 강변으로 난 창이다.
어제 할리데이인에서 보았던 뷰와 가격과 대조하니 더욱더!!
이하 사진 감상 ㅋㅋㅋㅋ
눈을 뗄수 없을정도라서, 여기서 뭉개며 나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ㅋㅋㅋ
그러나 또 부지런히 돌아보는 것이 여행자의 숙명. 차를 반납할 시간이 다 되어 짐은 다 옮겨두고 홀가분한 차림새로 숙소를 나섰다.
렌트카 반납장소는 포르투 도시지도에서 좌상단에 위치한 곳. 숙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이다. 차를 반납할 때 쯤이 되니 드라이브로 편하게 둘러보는 도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적당히 더운 날씨도 좋고, 반짝거리는 강변이 아름답다.
다시 뚜벅이가 되어서 도시 중심가로 걸어내려왔다.뚜벅이는 또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길가다 만나는 모든 것이 여행이 되는 기분. 차를 탈 땐 ‘이동과 멈춤’으로 나누어지던 것이 ‘거의 대부분의 여행과 그외’로 나눠진다. 여행을 즐길만한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문제만 빼면 ㅎㅎㅎ
멀리 보이는 건 구스탑(?)
거리구경은 카르무 수도원 근처부터 이어졌다. 살짝 언덕진 내리막 길을 따라 상벤투역쪽으로 오면서 자그만한 상점들도 구경하고, 건물 외벽의 아줄레주도 구경했다.
아줄레주로 장식된 코르무 성당의 외관. 포르투갈만의 '그 무엇'을 보여주기에 이만한 게 없다.
가을 정취도 구경하고
상벤투 역 옆에 그 유명하다는 맥도날드도 구경했다. 밖에만 예쁜 줄 알았더니 안에도 예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있다. 천장이 높고 샹들리에를 네개나 달아놨는데 그러니 소란스러워도 소음이 적은듯 하였다. 자그레브에서 갔던 맥도날드도 생각나고. 곳곳의 맥도날드도 스벅처럼 도시의 무언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가 좀 독특함 ㅎㅎㅎ
상벤투역의 아줄레주는 명성대로 황홀했다. 철도역사라는 개방형 건물에 맑은 오후의 따뜻한 빛이 비추면서 분위기가 더욱 근사해졌다. 다른 유럽의 어여쁜 철도역만큼 조각이 섬세하거나 한것은 전혀 아니고 역사도 네모진 편으로 건물의 구조는 매우 단순했는데, 그 안에 이어붙여 그린 거대한 규모의 타일들.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그림 타일들이 단순한 구조와 만나 더욱 빛났다.
포르투에서는 딱히 어딜 가야겠다는 의무감 없이 그냥 시내를 자유롭게 둘러보았던 것 같다.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문화역사적인 어떤 것보다 정취와 느낌이 중요한 도시라 나도 퓔 오는대로 ㅋㅋ
저물어가는 도시의 석양을 바라보는 여유도 가져보고
정제되지 않은 것이 포르투갈의 맛이라고 해야되나. 나름대로 도시마다 멋과 맛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다.
길거리를 쏘다니다보니 어느새 어둑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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