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보고싶던 책이었다. 앞부분만 읽고 덮어둔 채 몇년 동안 리스트에만 항상 있던 책. 오빠 작업실 책장에 세권이나 있길래 오래전 사모하던 그 마음이 생각나 빌려왔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 앞부분이 생각보다 길고 늘어진다는 생각에 한두어번 시도하다가 덮었던 기억인데,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흔한 프랑스 소설의 쓸데없이 긴 묘사같다고 느끼며 책장을 넘기던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 엄청난 밀도로 파고들었다. 그 지리멸렬하던, 구구절절하던 글의 효력이 나타나는 순간.
반절을 읽고서도 이해가 여전히 되지 않던 제목도 어느순간 부터 그 의미가 느껴졌다. 삶을 입에 억지로 먹일수는 없다고 울먹이던 모모의 대사부터 시작하여 결국 마지막에야 비로소 ‘자기앞의 생’ 이 완성되었다.
로자아줌마에게 닥친 죽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이렇게나 무섭고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마음에 엄숙함이 감돌았고, 내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도 났고 문득, 요새들어 하나씩 약해지는 나의 멘탈이 떠오르며 나는 과연 내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어지는 생각.
죽음에 의연히 직면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누가 의연하다고 말할 수 있나. 그저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눈은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나와 같은 회피의 마음으로는, 그 경험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 향수를 사다 들이붓고 옆에 누워있는 모모의 마음이 너무도 처절하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늘 어른스러웠던 꼬마의 행동과 꼬마라서만이 할 수 있는 그 순수한 행동이, 그 겹쳐지는 그 순간이 가슴속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사랑해야 한다” 이 책은 내게 마지막이 가장 인상적인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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