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Portugal

포르투갈 1 - 포르투갈 가는길

19.09.28 ~ 19.10.06
포르투갈 여행

지난 가을, 남편 생일 주간을 명분삼아 다녀온 유럽여행 : 8박9일 포르투갈 여행기 -
올해는 어지간한 해외여행은 힘들테고, 유럽은 더더욱 어려워 보이니 추억팔이라도 하면서 심심함을 달래볼까나


-——-——-
여행 첫째날

 

출발 당일이다. 

어제 저녁, 여행전날 급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고 ㅇㅇ 님을 불러 새벽까지 먹고마신 벙개 여파로 머리가 아픈 와중에 짐을 다 못싸서 갤갤대다 아침부터 쿠사리를 들었다. 마지막 한식으로 라면을 한그릇 끓여먹고 짐은 뭐 까이것 대충 욱여넣고 집을 나섰다. 

그나저나 짐싸기 필수품 중에, 여행지에서 DSLR SD카드 사진을 폰에 바로 옮기는 아이폰 악세사리 잭이 있는데,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그걸 결국 못 찾았다. 그리고 여행앞두고 괜시리 새벽에 OS업데이트는 또 눌러가지고. 두시간이면 충분할줄 알았던 업데이트가 넘나 본격적인 것이라 가능여부 시간계산만 밤새 한시간반. 실제로 구동까지는 10%도 넘게 남았는데 출발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집 떠나면 데이터로는 업데이트가 또 안되는걸 알고 진퇴양난에 빠져 좌절. 이렇게 내가 사고뭉치인가. 

나중에 비행기에서 생각난 것 또 하나, 여행용 미니백 필수품 투미가방도 안가져왔다. 뱅기 좌석에서는 화장품파우치를 열다가 퍼프를 떨궜는데 뵈지도 않게 어딘가로 굴러가버리고 , 고개도 안 수그려지는 이코노미 좌석에서 혼자 고군분투나 하고 말이지
뭔가 꼬이는 느낌인데 이런이런. 

 

한편 , 이번 여행을 앞두고 뽐뿌를 올리기 위해, 공항 면세점에서 선그리를 하나 샀다. 실용주의자에게 사실 선글라스는 일생 한개면 충분한데, 하나더 사고 싶은 마음과 사치라는 마음이 몇년간 싸우다가 이번엔 그냥 기분낼 겸 하나 사기로. 디스플레이 고수들이 워낙 잘 꾸며놓아 그런지 면세점의 물건들이 다 예뻐보여서 다행이었다. 나도 내키는대로 지름질 하고 싶은데, 필시 구두쇠라 못하는 기분

비행기에서 두시간정도 잤나. 생각보다 쉬질 못하고 속도 좀 안 좋은듯 하다. 허리도 아픈듯 잠을 잘 못자고 뒤척이며 시간을 보냈다. 늘 하던대로 비행기 좌석 전면부 아케이드게임의 스토쿠를 열어서 다섯판 깨고, 영화 ‘극한직업’과 TV쇼 '문제적 남자'를 한편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장 중요한 ㅍ가 빠졌네 ㅎㅎㅎ

경유지에 도착!

이번 포르투갈 여행의 경유지는 각기 다른 두곳이다. 갈때는 프랑스 파리, 올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둘다 스탑오버로 1박씩을 하기로 했다. 여행 전 기간을 포르투갈 한 국가에 몽땅 할애했으니, 앞뒤로는 좀 색다름을 즐기고 싶어서였다. (물론 저렴한 비행기표를 고르다 나온 궁여지책이기도 했다)

파리는 2008년에 신영언니와, 그리고 2013년에 가족들과 와본 경험이 있다. 워낙 명성있는 국제도시이기도 하고, 또한 번잡스러운 것으로도 유명하니, 지체없이 시내로 향하는 길을 서둘렀다. 

시내로 향하는 RER를 타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우리가 서로 마주보고 앉은 좌석 복도 건너편 가까운 좌석에 만취한 라틴계 여성 셋이 앉았는데 흥이 오르신듯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그녀들은 슬슬 반쯤 일어나 춤도 추기 시작했고, 우릴 흘끗흘끗 쳐다보는게 느낌이 쎄하다. 차량 다른 좌석 앞뒤로 이들의 흥을 받아줄 사람이 좀 없나 찾아보았지만 늦은시간 RER에는 우리 두 팀 뿐이다. 

그녀들이 호응을 요구해온다.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네. 아..여행지의 뽐뿌가 오기도전에 피곤부터 밀려온다.

우리의 기분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이어간 본인들 소개를 들어보자니, 스페인에서 휴가 온 선생님들이라는데 영어선생님이라는 한 여성분은 윗두리를 벗고 나시티만 입은 채 미국춤(?)을 추고있고, 그 옆에 (전공은 모르겠는) 여성분은 우리에게 계속 말을 시키는데 옆친구들의 노랫소리 땜에 잘 들리지도 않는데도 토크를 멈출 생각이 없다.  동양인인 우리에게 아는 척 한 이유가로 혹시 아미라도 되는가 싶어서 그들이 틀어주는 노래를 자세히 들어봤는데, BTS는 커녕 모르는 노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리액션 한도초과가 왔고, 어색한 채 내리길 기다렸다. 여행지에 왔으면 모름지기 낯선 상황에 마음을 열고 응해줄 신나는 기분이 같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 참 시간이 갈수록 보수적이 되가는 기분이 드는구만.

 북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꾸역꾸역 도착한 한인민박. 예상보다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냥 조용히 지내는 곳 같은 느낌이다. 예상보다 시설은 좀 구리고 샤워실과 세면실 기타 등등이 바깥에 있어서 좀 놀래긴 했지만 (대학생 대성리엠티시절 이후 잘 안 겪어본듯) 그래도 그럭저럭 방은 크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있다.

이런 방이 하루에 100유로라니 파리가 정말 비싼 동네는 맞는 듯. 그래도 다음에 또 올지는 잘 모르겠다. 조식으로 매일 고향의 음식이 제공되니, 한식이 포기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파리에서의 1박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늦기전에 바토무슈를 타러 나가기로 했다. 이미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고 유람선 막차가 10시 반이길래 어째야 하나 불안했는데, 민박에서 미리 구매한 바토무슈 티켓을 줘서 (혹시 늦어서 못타도 나중에 쓸수 있다고 도로 돌려줘도 된다는 ) 안심하는 마음으로 받아 나왔다. 이런 점이 한인 민박의 장점인가. 그런 애로사항 쯤 흔히 일어난다는 듯한 주인장의 여유로운 표정.

 

바토무슈 선착장 근처의 지하철 역. 조금 걸으니 바로 센강과 에펠탑이 보인다. 2008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센강 유람선을 타본것 같은데, 그때 탄 건 50명 이내로 탈만한 좀 작은 유람선이었다. 이건 그에 비하면 꽤나 큰 배이다.

선착장은 에펠탑 건너편에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하여 무사히 탑승하였고, 배가 고파 뭘 좀 먹으며 출발을 기다리기로 했다. 입구에 매점이 있어 20센치 가까이 되는 긴 샌드위치 하나와 맥주 두개를 사서 기다렸다. 따뜻하고 든든한 음식이 고프긴 한지라 먹을것이 빵 밖에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바토무슈는 일층이 실내, 이층이 실외인데 승객 모두가 탑승 후 바로 실외로 올라간다. 남편도 이층을 원했지만, 난 그간 유람선들이 너무 추운 기억이 많아 따뜻한 안에서 보고 싶었다. 우린 고민하다가 결국 맥주와 생드위치를 먹는 동안만 실내에서 보고, 이후 밖에 올라가 마저 보기로 하였다.

 

 

바게뜨 빵봉지를 털레털레 들고서 아무도 없는 1층 실내에 들어왔다. 자리가 너무 많아 어딜 앉아야 할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이 유람선, 내가 예전에 타봤던 여느 배보다 큰 사이즈인듯 충분히 넓직하다. 중간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편하게 다리를 걸치고 앉아 샌드위치를 뜯어먹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남편이 무심한듯 툭하니 건네는 말을 들었다.

남편의 몇년전 처음 유럽 여행, 그것도 첫 도시로 파리를 여행하면서 이 유람선을 탔을때 그 혼자였는데, 이 밤 센강을 건너면서 아름다운 야경에 너무나 반했다고. 그때 지금과 같은 이 자리에서 맥주 세캔을 홀로 마시면서, 언젠가 꼭 나와 같이 와서 이걸 타야지 다짐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쯤, 유람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어쩐지 하루밖에 없는 이 파리 스탑오버 일정에 바토무슈를 타는게 어떠냐며 그렇게 몇번이나 흘리듯 이야기하더라. 난 그때마다 촌스럽게 웬 유람선이나며, 예전에 타봤는데 볼거도 별로 없고 춥기만 하다며 내내 탐탁치 않아했던 것이었다.

 

뻘쭘해진 내가 그에게, 진작 그 말을 했더라면 내가 기꺼이 유람선을 타지 않았겠냐 소심하게 중얼중얼 늘어놨더니, 정작 탈지말지도 모르는데 미리 말해봤자 김만 새지 않겠냐며 그래서 말하는건 탈때까지 기다렸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오 쏘 스위잇 !! ☺️

 

유람선을 다 타고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더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과 첫날부터 무리하고싶지 않은 마음이 격돌했다. 그는 한시간 기다리면 제대로 발광(?)하는 에펠탑을 한번 더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돌아가자는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우리는 보잘것없지만 안온한 민박집에 돌아와 첫날의 여독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