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져간 그리스인조르바 책을 꺼내들었다. 꺼풀을 벗기니 샛노란색 표지에 그리스어 푸른 글씨로 작게 새겨져있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터였다. 초반 좀 복잡한 구성을 딛고 조르바가 등장할때까지 조금 신경써서 읽었다. 의외의 등장 및 전개가 이어졌는데 그건 바로 조르바가 65세 할아버지라는 것이었다. 난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청년인줄만 알았다. 희한하게도 -“
- 자주 회자가 되곤하는 책이 있다. 아니 책이라기보다 케릭터라고 해야하나, 굳이 표현해보자면 논문 레퍼런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몇백년전 소설 속 케릭터가 현실에 살아 돌아와 자주 목격되어 별명으로 비꼬아지는 경우.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케릭터가 단 한마디의 말로 명쾌하게 비유되는 그런 기분이 있다.
그렇게 원형(오리지날)이 되는 책과 케릭터라면 그것이 '문학분야에서의 상식'이 아닌가 싶다. 그리스인조르바는 그런 의미에서 오래동안 묵혀둔 숙제같은 책이었다.
-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리스를 표방하고 나와서 그런지 나라와 연관되는 어떤 이미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픽, 아테네, 민주주의, 소크라테스 등등 모든 것이 근원적이고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그리스에 대한 동경은 나 뿐 아니라 앎을 추구하는 모두에게 있겠지. 내게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이 책이 (소크라테스시절은 빼고) 그래서 더 소중했는지도 모르겠다.
- 말했듯 조르바는 유명한 케릭터이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케릭터이고, 세계문학 속에서도 러시아식 어려운 이름들이 수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네이밍 중 깔끔함으로나 읽기 쉬운 발음으로나(?) 돋보이는 이름. 책 제목에 이름이 떡하니 써 있어서 더욱 그렇겠지.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기전까지 조르바가 이런 사람이라곤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로 예상 외의 행보를 선보였다.
- 문장이 어려운 듯 날 것인듯 거침이 없다. 천지분별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용 또한 범상치 않았다. 그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라투스트라에 나온 초인이 현생한다면 조르바가 아닐까? ㅎㅎㅎ
- 구구절절 옮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서 받은 충격을 남기는 것 뿐이면 충분하다. 어떤 사람들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왜 인생의 책으로 꼽는 지 알 것 같다. 조르바의 나이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미칠듯이 자유로운 사상이다. 무례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의 행보가 궁금하다. 나는 왜 그처럼 살고 있지 못하는가. 그의 보스와 똑같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언제쯤 나는 조르바처럼 멋있게, 충실하게 자유롭게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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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자 그가 덧붙였다. “벌써 정오가 지났어요. 닭고기가 다 익었단 말입니다. 그 불쌍한 닭이 지금은 아마 흐물흐물해졌을 겁니다. 알겠소?”
“알았어요. 하지만 난 배가 안 고파요.”
“뭐라고요? 배가 안 고프다고요?” 조르바가 이렇게 말하며 자기 넓적다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육체 역시 영혼을 갖고 있어요. 그 영혼을 불쌍히 여겨야 합니다. 그러니 육체에 먹을 걸 주세요, 보스. 먹을 걸 줘야 합니다. 육체는 우리의 나귀나 마찬가집니다. 먹을 걸 안 주면 보스를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말 겁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육체의 쾌락을 업신여겨왔다. 가능하기만 했다면 마치 부끄러운 행위라도 저지르듯 음식도 몰래 숨어서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조르바의 비난을 그치게 하고 싶었다. “알았어요.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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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어나서 거지처럼 빗물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던 나는 별안간 울고 싶어졌다.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닌, 오직 나하고만 관련되는 것이 아닌 어떤 깊고 막연한 슬픔이 축축한 대지에서 올라와 내 뱃속 깊은 곳에 스며들었다. 공포. 한가히 풀을 뜯다가 두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자기가 함정에 빠져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불현듯 느낄 때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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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열정에서 벗어나 더 고상한 열정을 품는 것······. 그 역시 예속이 아닐까? 소신을 위해, 종족을 위해,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우리가 높은 곳을 지향하면 할수록 우리를 묶는 노예의 사슬은 점점 더 길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더 넓은 곳으로 나가 깡충깡충 뛰어다니다가 사슬의 한계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죽어버릴 수도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일까?
나는 잠시 해변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있을 때처럼 매혹적이지만 거칠고 해로운 고독이 내 앞에 펼쳐졌다. 세이렌들의 노랫소리와 흡사한 붓다의 시가 대지에서 올라오더니 내 폐부를 뒤흔들어놓았다. “내 언제 친구 없이 오직 모든 게 다 꿈에 불과하다는 신성한 확신 하나만으로 드디어 사막에 은둔할 수 있을까? / 내 언제 누더기만 걸치고 아무 욕망도 없이 산속에 즐거운 기분으로 파묻힐 수 있을까? / 내 언제 육신이란 게 결국은 병과 죄악, 늙음과 죽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유롭고 평온하고 행복하게 숲 속에 은둔할 수 있을까? / 언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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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보세요, 조르바!”
그러자 조르바가 퉁명스럽게 받았다. “나더러 그 얘기를 하라는 겁니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세상은 수수께끼고 인간은 야수라는 겁니다. 야수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지요. 마케도니아에서 나와 함께 온 요르가로스라는 잡놈이 있었는데 아, 글쎄, 이 더럽고 돼지 같은 놈이 어느 날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왜 우는 거냐, 이 돼지 녀석아?’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도 비 오듯 눈물을 쏟았지요. 그랬더니 이 인간이 나한테 달려들어서 안고 어린애처럼 하염없이 우는 거였어요. 그러더니 이 인색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지갑을 꺼내어 터키 놈들을 죽이거나 터키 놈들의 집을 약탈해서 빼앗은 금화를 쏟아내더니 한 움큼씩 집어서 던지는 겁니다. 알겠어요, 보스? 이런 게 바로 자유라고요!”
나는 일어나서 갑판으로 더 맑은 공기를 쐬러 갔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그게 자유야. 열정을 품는 것, 금화를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 그러다가 갑자기 열정을 버리고 그동안 모아온 금화를 사방에 뿌려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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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헛된 인생을 살았어. 지금이라도 걸레를 들고 내가 읽은 모든 것,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지워버린 다음 조르바의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진짜 알파벳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면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리라. 내 오감五感과 육신을 완벽하게 단련하여 그것이 즐기고 이해하게 하리라. 달리고, 싸우고, 수영하고, 말 타고, 노 젓고, 운전하고, 총 쏘는 법을 배우리라. 내 영혼을 육신으로 채울 것이며, 마침내는 내 안에서 함께 사는 이 두 적을 화해시키리라······.
나는 침대에 앉아 헛되고 헛된 내 삶을 다시 생각했다. 열린 문을 통해 마치 밤새처럼 바위에 쭈그리고 앉아 먼 바다를 응시하는 조르바의 모습이 별빛 아래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생각했다. 조르바야말로 진리 속에서 살고 있어. 그의 길이 옳은 길이야!
원시적이고 창조적인 다른 시대 같았으면 조르바는 추장으로서 부족을 이끌고 앞장서서 도끼로 길을 열었을 것이다. 아니면 이 성에서 저 성으로 돌아다니는 음유시인이 되어 모든 사람(성주도, 귀부인도, 하인도)이 그가 부르는 노래에 매혹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척박한 시대에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 울타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어느 삼류 작가의 어릿광대 노릇이나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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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고 나자 이번엔 내 차례가 되었지요. 그런데 이 친구는 머릿속이 텅 빈 꺼벙이여서 내가 겨우 세 마디밖에 안 했는데 벌써 ‘그만!’이라고 소리칩니다. 그거야 내가 바라던 바 아니겠어요? 나는 벌떡 일어나서 탁자와 의자를 치우고 춤을 추기 시작하죠······. 아, 요즘 사람들은 정말 너무 얌전해요······. 빌어먹을 인간들 같으니! 몸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리고 오직 주둥이로만 말을 하죠. 하지만 도대체 주둥이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 러시아 친구가 나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던 모습을 보스가 봤더라면 참 좋을 텐데!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다 알아들었지요. 나는 나의 불행과 여행을 춤으로 얘기했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결혼했는지, 내가 석공과 광부, 행상, 옹기장이, 의용군, 산투리 부는 사람, 볶은 병아리콩 장수, 대장장이, 밀수꾼 등 얼마나 많은 직업을 전전했는지를 춤으로 얘기했고, 내가 어떤 연유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거기서 탈출했는지, 어떻게 러시아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춤으로 얘기했지요······ .
좀 맹하긴 했지만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다 알아들었지요. 하나도 빠짐없이 다요. 내 다리가 말을 했고, 내 팔이 말을 했고, 내 머리카락, 내 옷이 말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내 허리띠에 매달려 있던 나이프까지도 말을 했지요. 내가 춤을 다 추자 그 꺼벙한 친구는 나를 꼭 껴안고 입을 맞추더니 술잔에 보드카를 철철 넘치도록 따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울다가 웃다가를 되풀이했지요······. 새벽녘에 우리는 헤어져서 비틀거리며 각자 잠을 자러 갔습니다. 그리고 밤에 또 만나곤 했지요.
왜 웃어요? 내 말이 안 믿기는 모양이군요, 그렇지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요? ‘이 신드바드 같은 뱃놈이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그러니까 춤으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무슨 씨알도 안 먹힐 소릴!’ 그렇지만 나는 신과 악마가 이런 식으로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데 내 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근데 보스, 졸리는 모양이군요. 당신은 몸도 약하고 강단도 없어 보여요. 자, 가서 자요.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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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난 원래 중심을 못 잡고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악마가 있고, 또 한쪽에는 하느님이 있어서 동시에 날 잡아당기면 내 몸은 둘로 찢기고 말아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보스처럼 말을 해준 덕분에 내가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나는 보았어요! 그리고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이제 죽이 잘 맞으니까 신속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돈이 좀 남았나요? 그 돈 아끼지 말고 다 씁시다! 구두쇠 근성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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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크레타 해안에서 처음으로 먹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저녁에 조르바가 화덕에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하여 먹고 마시면서 대화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 나는 식사라는 것이 심리적 기능을 갖고 있으며, 고기와 빵, 포도주가 정신을 만드는 재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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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아무것도 안 믿어요.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요? 난 조르바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 믿어요. 조르바가 다른 인간들보다 나아서가 아닙니다.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조르바 역시 짐승이지요. 하지만 난 조르바를 믿습니다. 조르바가 내가 유일하게 아는 인간이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모든 인간은 허깨비에 불과합니다. 나는 조르바의 눈으로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내장으로 소화시킵니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다른 모든 인간은 허깨비입니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겁니다. 조르바의 세계는 완전히 붕괴하는 거예요!”
나는 빈정거리는 투로 소리쳤다. “그건 이기주의 아닌가요?”
“어쩌겠습니까, 보스? 다 그런 거지. 난 내가 느끼는 대로 당신에게 얘기하는 거예요. 조르바식으로 말입니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조르바의 말을 들으니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처럼 강한 그가, 그 정도로까지 인간을 혐오할 수 있는 그가, 그러면서도 그들과 싸우고 살아가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그가 감탄스러웠다. 나라면 고행자가 되었거나, 아니면 그들을 견뎌내기 위해 그들을 가짜 깃털로 장식했을 것이다.
조르바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별빛에 그의 입을 구분할 수 있었고, 그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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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채광 작업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련다. 그러려면 인내심이 필요한데 나는 특히 그게 부족하다. 우리는 드럼통과 고리버들로 바닷가 근처에 오두막을 지었다. 동틀 무렵에 일어난 조르바는 곡괭이를 들고 다른 일꾼들보다 먼저 탄광으로 가서 갱도를 파다 별거 없으면 그만두고, 또 다른 곳으로 가서 갱도를 파다 석탄처럼 반짝이는 갈탄 광맥을 찾아내고는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러나 며칠 뒤에 광맥이 고갈되어버리면 조르바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저주하며 엿을 먹였다.
그는 일에만 열중했다. 더는 나와 상의도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탄광의 관리와 책임은 내 손에서 조르바 손으로 넘어갔다. 결정을 내리고 집행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다. 나는 그냥 필요한 경비만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앞으로의 몇 달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리라 느꼈던 것이다. 아무리 요모조모 따져봐도 헐값에 행복을 누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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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게 바로 인생입니다, 보스. 즐겁게 사는 거······. 자, 지금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대는 거지요. 닭 요리도 먹기 전에 죽어버리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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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건지 알아요, 조르바?”
나는 그를 놀려먹으려고 말했다. “그건 당신 잘못이에요. 당신은 정신을 집중할 만큼 정신력이 강하질 못하단 말입니다.”
“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심지어는 현명한 솔로몬조차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언젠가 작은 마을에 들렀는데, 아흔 살 먹은 할아버지 한 분이 아몬드나무를 심더군요. 그래서 물었지요. ‘아몬드나무 심으시네요, 할아버지?’ 그러자 할아버지는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 대답하더군요. ‘응, 얘야. 난 영원히 살 것처럼 산단다.’ 그래서 나도 말했죠. ‘전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산답니다.’ 우리 두 사람 중에서 누구 말이 옳을까요,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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