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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카를로 로벨리

 

얇고 가벼운 책인데다 쉽게 쓰였다고 해서 몇년전 야심차게 집어들었다가 좌절만 맛본 기억이 있는 그책.

책보다는 영상(혹은 대면설명)으로 일차적인 이해가 뒷받침 된 후에 읽으면 조금 더 쉬운 것 같다.

최근 과학의 재미있는 꼭지들을 추리자면,
블랙홀, 우주의 팽창, 양자역학, 중력파, 상대성이론 등등이 있는 것 같은데 (여러 대중 과학 교양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복잡한 공식은 나오지 않으며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게 과알못의 눈에도 잘 보인다.

책에서도 물리학의 복잡한 방법론을 배운다기보다 물리학 역사의 위대한 성과를 감상하는 측면을 이야기하고, 그 성과가 어떤 점에서 위대한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독자가 마음을 열고 읽으면, 친절하고 다정한 물리 선생님의 조곤조곤한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리를 넘어서 철학적 고민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법철학도 아니고 이건 뭐 물리철학이라 해야되나ㅎㅎㅎ

책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무엇을 배웠는지 말해보라 하면 한마디도 못하는 문송이지만, 그래도 과학책을 읽는 것은 날로날로 재미를 붙여나가는 중

추천추천! 📔


“ 시간의 흐름이 물리학에서 비롯된 것이 맞기는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사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할 때 시간의 흐름을 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통계학이나 열역학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시간의 미스터리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객관적인 ‘여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객관적인 상황에서는 ‘현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미세한 상호작용들이 하나의 체계 [예를 들면 우리 자신]에 의해 시간적인 현상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이 체계는 무수한 변수들의 평균을 통해서만 상호작용을 합니다. 우리의 기억과 의식은 이러한 통계적인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현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어서 아주 예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하면, ‘흐르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고, 우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장벽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존재인 우리 인간은 세상의 퇴색한 모습만 보기 때문에 시간을 살게 됩니다. 이 책의 편집자는 “분명한 것보다 불분명한 것이 훨씬 많다.”고 했는데, 이 내용에 아주 잘 맞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상의 모호함 덕분이기 때문이지요.


하이데거의 열혈 추종자들을 포함한 일부 철학자들은 물리학이 가장 근원적인 현실의 모습은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물리학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지식으로 격하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순간적인 예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들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지구 반대편인 케이프타운에서는 다리가 위쪽에, 머리는 아래쪽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지혜로운 실험의 종합적인 결과보다 순간적인 예감을 더 믿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노인이 마을 밖 거대한 세상이 자기가 이제까지 봐온 세상과 다를 수 있음을 믿지 않으려 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절친했던 친구 미켈레 베소 (Michele Besso, 1873~1955)가 죽었을 때 그의 누이에게 이런 글과 함께 감동적인 편지를 썼습니다.
‘미켈레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이 기이한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처럼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고질적으로 집착하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열은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만 이동하고 그 반대로는 이동하지 않는 걸까요?
이러한 의문은 날씨의 특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데도, 열이 상호 교환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간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명히 이렇다 할 관심은 받지 못할 듯합니다.

열이 어떤 절대적인 법칙에 따라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는 하는데, 이것은 그저 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통계적으로 뜨거운 물질의 원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차가운 원자에 부딪히면서 약간의 에너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많고, 반대로 차가운 원자가 뜨거운 원자에게 에너지를 남겨줄 가능성은 적기 때문입니다. 충돌을 할 때 에너지가 보존되기도 하지만, 충돌의 횟수가 많아지면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 골고루 분포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접촉 중인 물체들의 온도가 비슷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뜨거운 물체가 차가운 물체와 접촉한 상태에 놓였을 때 더 뜨거워지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적을 뿐이지요.



20세기 물리학의 두 기둥은 첫 번째 강의에서 이야기한 일반상대성이론과 이번 강의에서 다룰 양자역학인데, 이 두 가지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두 가지 이론 모두 자연의 미세한 구조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각, 그 한 가지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중력과 공간, 시간에 대한 단순한 시각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단단한 보석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양자역학, 혹은 ‘양자이론’은 다양한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것들을 응용함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정리하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 화려하고 경이로운 세상에서 우주가 폭발하고, 공간이 출구도 없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시간은 한 행성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려지고, 별과 별 사이에 펼쳐진 공간은 바다의 표면처럼 물결 모양을 이루며 흔들린다고 설명합니다.

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이론도 있습니다. 모든 개체가 어떤 상호작용에서 다른 상호작용으로 넘어가는 양자도약이 대부분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전자가 어디에서 또다시 나타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여기 혹은 저기에서 나타날 가능성만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잘것없는 가능성이 물리학의 중심부에, 모든 것이 정확하고 투명하고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규칙으로 통제되는 듯했던 곳에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내 생각에 우리 종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거북이처럼 자신과 유사한 종을 수천, 수백만 년 동안, 인류 역사의 수백 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존재하게 할 만한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수명이 짧은 종에 속합니다. 우리의 사촌뻘 되는 종은 이미 모두 멸종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기까지 하고 있지요. 우리가 변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결과 기후와 환경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구에게는 별일 아닌 작은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우리 인간은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과 정치계는 우리 곁을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들을 무시하고 묻어버리려 합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개인의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종은 우리 인간뿐일 것입니다. 나는 조만간 우리가 만든 문명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역시 진정으로 멸종에 이르는 모습을 의식적으로 깨달아야 하는 종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거대한 은하와 별들의 바다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현실을 구성하는 무수한 형태의 벽화들 사이에서 우리는 수많은 물결무늬 중 하나일 뿐입니다.


느끼고 판단하고 울고 웃는 존재로서 인간인 우리는 현대 물리학이 제공하는 세상이라는 이 거대한 벽화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을까요? 세상이 하루살이처럼 금방 사라지는 공간 양자와 물질 양자의 무리이자 공간과 기본 입자를 끼워 맞추는 거대한 퍼즐 게임이라면 우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역시 그저 양자와 입자로만 만들어졌을까요? 그렇다면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나 자신이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가치, 우리의 꿈, 우리의 감정, 우리의 지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