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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생각해보니 이게 더 먼저 올 겨울여행: (1) 수안보

2020.01.18-19

수안보 여행

이름만 들어봤던 수안보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몇몇 지인피셜 이곳 한화리조트가 한화 전국리조트중 최악으로 구린 시설을 자랑한다 해도 나에게 온천호텔이 주는 설레임은 여전했다. 온천이 포인트였으므로 목욕짐을 싸면서 스킨푸드 필링과 마스크팩을 넣었다. 잠옷 한벌과 여분의 옷, 걸칠 옷 하나. 책은 ‘상식밖의 경제학’과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두권. 과연 이번엔 여행지에서 얼마나 읽고 갈란지.

오늘도 시작은 이디야의 풍경 - 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언젠가부터 이곳의 커피를 큰 잔 아이스로 테이크아웃하여 차를 본격적으로 달리는 루틴이 형성되었다.

가는길은 수월하였다. 별로 쉬지 않고 차를 달렸고 휴게소에서 기름을 한번 넣었는데 그 휴게소에 롯데마트가 붙어있어 들어가보았지만 술은 여전히 팔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무슨 제한때문인지 술을 팔지 않는다는 걸 알고있지만 혹시해서 들러봤는데 역시나. 이곳은 프리미엄 휴게소라고 하여 스벅과 맥도날드 망고식스 등 여러 브랜드가 들어와있지만 휴게소는 휴게소일뿐. 브랜드에 느끼는 감성이 점점 시들해짐을 느낀다.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들고 나온 건 인도네시아산 고구마스틱 뿐이었다. 그나저나 와인을 미리 구매하기 위해 큰 마트가 있는 충주에 들렀다 가야겠다. 간김에 점심도 먹고.

그래도 휴게소 뷰가 시원해서 좋네!

충주출신 아는 사람이 있냐 옆에서 물어서 생각해 보았는데 내 주위에 충주출신은 예전 팀장님인 육 지점장님 뿐이다. 청주출신은 젊은 또래도 생각이 나는데 충주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 좀 나이든 도시의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충주시내에서 제공하는 공식 지도의 모범 음식점을 한참 뒤지던 나는 꿩요리 산채정식 민어찜 오리탕 과 같은 한상차림이 부담스러워 결국 네이버에 충주맛집으로 검색을 하게 되었다. 그냥 언뜻 지나가다 보게된 충주 시청 근처의 고소미부엌이라는 작은 가게. 유부초밥과 김밥 아보카도 덮밥과 같은 예쁘고 캐주얼한 음식을 내놓는데 맛도 호평일색이라 좀 멀어도 이곳에 가보기로 했다.

가게앞 동네는 썰렁했다. 신축아파트 와 신도시 근처에 작게 형성된 상가에 자리잡은 가게. 그늘진 가게 앞 비좁은 공간에 차를 욱여넣고 가게문을 여니 작고 아담하게 꾸며놓은 공간. 그러나 앞에 두팀이 있다고 30분장도 기다려달란 말을 들었다. 뭐 두팀 쯤이야. 아주 오래걸리진 않을 듯 하여 알겠다 하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근처 하나로마트에 들러 장을 봐오기로 했다

 

와인과 물 귤과 과자를 사들고 돌아왔더니 25분쯤 지나있었나. 금방 들어갈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앞에 2시 예약팀이 나타나 먼저 자리를 채가면서 마지막 아보카도 덮밥을 주문. 우리앞에서 아보카도 메뉴 품절이 되었다. 나야 뭐 괜찮은데 심기가 불편해지신 옆에분 눈치를 보느라고 불안해졌다. 억지로 다른 메뉴를 주문한 후에도 또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여 그때부터 이 가게의 시스템에 근본적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겨우 안내받아 이층에 올라갔더니 8테이블 중 4테이블이 비어있고 상주 직원 없이 음식 서빙도 오르락내리락. 치울때도 마찬가지로 직원이 계속 드나들며, 추가메뉴나 상을 치우는 것 역시 비효율 동선의 끝판왕이다. 이러니 시간이 오래걸리지. 여기 알바는 뭔죄냐 ㅜㅜ

음식이 나왔다. 제법 예쁘게 세팅되었으나 사실 맛은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을정도...였는데
그때 한 직원이 조용히 올라와 오래 기다렸는데 메뉴도 떨어져 죄송하다며, 급히 사온 아보카도가 덜익었어도 이해하라며 연두색이 예쁘게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아 이것은, 일발 역전이랄까! 처음엔 그 예쁜 음식 색감과 인스타용 비주얼이 고 동네 젊은 여성들을 불러모았겠지만 결코 그게 다가 아니라 이런 소소한 배려가 깃든 가게운영이 바탕이 되었단 생각이 비로소 든다. 더불어 우리의 마음도 돌려놓았지! 젊은 여자 몇이 의기투합하여 하는 것 같은데 , 우리는 못 건넨 그 이야기를 누군가 잘 전달해주어 더욱 빛나는 운영의 묘가 되길(아보카도 덮밥 얻어먹었다고 이러는거 아님)

충주에서 수안보는 대략 30분 이내의 거리.

수안보 한화리조트는 소문대로 작은 산 가운데 언덕에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요새 숙소를 비교할 때 사이즈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세련됨일 것이다. 마치 고급호텔과 중저가호텔, 백화점과 작은 아울렛을 대놓고 비교할때의 차이 같은 것 말이다. 같은 물건도 디스플레이와 조명과 내장 인테리어, 유니폼 같은 것에 따라 상품의 질이 달라보이는 그런 효과.
그런 관점에서 요 리조트는 그닥 현대적인 느낌은 확실히 아니긴 하다.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내 눈엔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숙소도 많은데 그래도 콘도가 가지는 가족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기본적인 밝음이 있다고 해야하나. 하긴 나의 역치는 (수안보 한화는 기대감을 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 된다던) 황과장님의 그것보단 더 높을 거라 예상하긴 했다.

우리의 숙소는 315호. 로비에서도 주차장에서도 여태껏 방문했던 어느 숙소보다 가히 최단거리를 자랑하였다. 그만큼 자그마한 사이즈. 와인잔이 있는지 물어보려 전화기를 드는 것보다 5초거리인 로비에서 물어보는게 편했지만, 결국 와인잔은 없더라는 그곳. 방은 침대가 없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방도 넓직하고, 거실도 넓직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와 이불은 넉넉히 다섯채가 들어있어 거실에도 방에도 깔아놓고 마음껏 쓰자 했지만, 결국은 요를 두겹식 깔아 공주 침대를 만드느라 2인 침구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달려오느라 지쳤으니 자빠져서 휴식시간을 좀 취해볼까. 전날 야간근무로 피곤했던 그는 곧 잠이 들었고 , 나는 가져간 기후변화 책을 세장을 겨우 읽고 똑같이 잠이 들었다. 밖의 해가 뉘엿해질때쯤, 더 늦으면 안될것 같아서 부스스 일어나 준비하고 온천장으로 향했다.

남녀가 분리되어있는 구조인지라. 일행이 없는 우리 둘은 시간을 정해놓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작은 규모의 숙소라 온천장에도 사람이 적을줄 알았는데, 다들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안은 생각보다 바글바글하여, 앉을 틈조차 없었다. 실내 욕탕을 거쳐 노천탕에 잠시 몸을 담그고 오랜만에 느끼는 차가운 노천온천을 만끽했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노천 열탕에서 호젓하게 앉아있으니 밤하늘에 별이 간간히 보인다. 하늘을 수놓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늘게 눈을 뜨고 바라보면 또렷해지면서 자태를 드러낸다. 노천탕 주변으로 높게 뻗은 멋진 소나무와 그 사이에 쳐놓은 하얀 천막 가운데 비추는 노란색 조명들도 운치 있었다.

무엇보다 노천탕의 하이라이트는 수면 위로 형성된 수증기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런 기분! 

식사는 사우나 3층에 자리한 더 그릴이라는 고깃집에서. 


be high와 hugme 라는 벨기에 수제맥주가 있다고 해서 옛다 기분이다 한병에 8천원이나 주고 맛을 보았는데, 훌륭히 조화된 향이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특히 허그미 (이름도 어쩜) ark place인가 충북 양조장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맥주. 예전에 보리가 추천해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다. 서울 가는 길에 들렀다 갈까 했더니, 검색해보니깐 홈플러스에도 들어와있네 ㅋㅋㅋ


​신관이 생겨서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해도, 결국 숙소의 좋고 나쁨은 개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가 봐도 좋은 것을 빼면 추천에 조심스러워지는 이유이다. 그래도 난 수안보가 좋았다. 작고 오래되었지만 조용하고 맑았다. 아침에 일어나 느끼는 조용한 산속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아침에 콘도에서 나와 수안보 시내에 들러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왔는데 , 누가봐도 전통과 명성의 관광지 인 것이 티가 나는 곳이다. 이렇게 글자로 가득찬 식당이 줄지어 서있는 것도 오랜만에 본다. 글자범람 ㅎㅎㅎㅎㅎㅎ

 

식당마다 꿩 샤브샤브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도시 소개에도 특산물로 꿩 요리를 주로 많이 먹는다 하여 우리도 꿩 샤브샤브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일인당 7만원이나 하는 식대에 무너짐 ㅋㅋㅋㅋ 

오늘은 꿩 만두전골로 만족하고 다음에 꿩 샤브 먹으러 꼭 다시올께 수안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