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 줌파 라히리
나의 2015 여름 휴가에 함께한 휴가책
김아애의 추천도서이자 오바마의 2015년 휴가책이라 함. (어쩌다보니)
인도 톨리건지의 低지대가 주 무대이고, 60~70년대 인도의 투쟁역사가 배경이다.
원래부터 대하소설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한권짜리라면 제법 길지라도 괜찮았다.
두 형제와 한 여자, 그리고 그 딸에 이르기까지 몇대의 삶을 특별하지 않게 그냥 흘러가듯이 보여준다.
나는 그 많은 개별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다방면으로 다시각에서 이해하고, 그중 누군가에 공감한다.
마치의 시대의 한 조각을 잘라서 그 시대상과 함께 풀어내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소수에게만 딱맞는 정해진 결론을 써대는 책보다 훨씬 우아할 수도 있겠다.
수바시는 우다얀을 따라간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직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게 화가 났다. 자신의 내부에서 늘 피어오르는 두려움에 넌더리가 났다. 자신이 존재감 없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의 우다얀의 뜻을 거스른다면 둘은 형제가 아닌 관계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따라다녔다. 수바시는 편지를 몇 번 더 읽었다. 우다얀이 거기 있으면서 말을 하고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서로 간의 믿음과 우애가 세계의 절반 거리를 가로질러 뻗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차하면 끊어질 수도 있는 한계점까지 뻗어있지만, 동시에 여간해서는 끊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가장 큰 벌은 자신의 내부에 존재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창피했다. 그뿐 아니라 우다얀이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과제, 벨라를 키우는 긴 세월의 과제가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처음에는 이것은 제자리에 두지 않아 찾지 못하는 물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파의 틈새에 끼어있거나 신문지 뭉치 뒤에 얌전히 놓여있다가 몇주후에 나타나는 가장 아끼는 펜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은 일단 찾으면 다시는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제자리에 놓이지 않은 그런 물건을 찾으려 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자연스레 찾아질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찾아지지 않았다. 이세상의 다른 모든 여자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해내는 것을 그녀는 하지 못했다. 고통스럽게 애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을 자신은 하지 못했다. 가우리는 벨라를 두고 떠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결함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가우리의 행동은 정직했으며, 최종적이었다. 비겁하지 않았고, 지속적이지 않았고, 수바시처럼 벨라의 신뢰에 몰래 달라붙어 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