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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hiangmai

치앙마이1 - 어떻게 떠나게 되었는가

2022.12.26-29
태국 치앙마이 3박5일

이 여행의 출발이 가장 평범치 않았다. 여행지로 선정한 적도 없고,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때도 아니었다. 어느날 저녁 오빠네 부부가 집에 놀러와 저녁을 먹다가 새언니가 건넨 우연한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연말에 언니 혼자 태국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혹시 생각 있으면 일정에 일부 합류하면 어떤지 건넨 말.

처음 들었을 땐 선뜻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언니가 먼저 말을 꺼내긴 했지만 과연 그는 (시누이인) 내가 정말 괜찮은가 , 그리고 나는 태어나 여태껏 떨어진 적 없는 17개월 아기를 두고 4박5일 해외일정을 자발적으로 갈 수 있을까 때문이었다.

언니가 2인 숙박 가능한 호텔도 다 해놨으니 그냥 왕복 비행기만 끊고 와서 숟가락 얹으면 된다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좋은 기회는 많지 않을 건 분명했다. 장소도 적절하고 복직을 앞둔 시기도 적절했다. 그래도 한달이 넘게 지지부진 결정을 못하고 미루고 있다가 어느날 밤 후회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갑자기 마음을 먹게 됐다. 시도도 안 해보고 지지부진 끌다 주저앉는 것이 내가 가장 경계해야할 후회의 전형적 패턴이었다. 그날 새벽 비행기를 끊었다.

남편과 함께 다닌지 오래되어서 혼자 비행기 예약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최저가 검색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와이페이모어에 가입하고 해당 카드로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분명 여러번 확인했음에도 예약 정보 일부가 잘못되어 전체 취소하고 재 결제하는데 수수료 2만원을 날렸다. 사실 오류는 금방 발견했고 발권전까지는 취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얼마간 있었으나, 고객센터 등이 즉시대처가 되지 않는 새벽이었고 다음날은 심지어 공휴일이었다. 티켓 구매까지 몇달의 여유를 두고서도 이런 날 이런 시간 실행에 옮긴 아마추어틱한 행동은 2만원 값에 치르기로 했다. 요 몇년간 정신 놓고 다니던 고삐를 슬슬 죄어보라는 신호인 걸로.

남편과 아기가 차로 공항에 배웅해주었고 그새 차에서 잠든 아기와는 제대로 바이바이도 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공항에서 대기하는 두세시간이 지나고 일몰시간즘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벌써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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