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평창 알펜시아 1

2022.12.13-15
생일 기념 평창 여행

11월말에 제주 다녀온지 보름밖에 안됐는데 요새 아주 살판났다.(보름뒤에 또 여행 예정인건 비밀..) 남편이 한달전부터 회사 콘도찬스로 눈독들였던 생일맞이 알펜시아 이번 여행은, 예상밖으로 진행된 나의 연말 해외여행 때문에 중복 취소될 뻔 했지만 워라밸지킴이 남편의 휴가신공으로 어찌저찌 성사되었다. 아무리 상반기때 많이 못 썼어도 하반기만 남편 회사 휴가 10번은 쓴듯? 실화냐 ㅋㅋㅋㅋ

다녀오고나니 하는 말이지만 안다녀왔으면 섭할 정도로 에피소드투성이었단 역시 여행은 지르고 봐야한다.

이번 여행의 중요장면 중 하나,
강원도엔 대설주의보가 내렸고 진부IC에서 나가 리조트로 향하는 길. 예상 시간은 10분 정도 남았다.

휴게소 수유실에서 파우치이유식을 하나 먹였는데 소화시킬 새도 없이 급하게 차를 탄 탓인지 떡뻥을 먹던 아기가 잠시 주춤하더니 카시트에 앉은 채로 밥먹은 걸 다 토해버렸다. 평소에 잘 토하지 않는 아기라 뭐가 잘못된 건 아닌지 놀란데다 이제 여행 막 출발해서 2박3일간 내내 차를 써야 하는데 엉망이 되버린 차 내부에 착잡해졌다. 아기는 불편한지 울기 시작했다.

일단 빨리 가서 수습하자고 하고 차를 출발했는데 함박눈이 쌓이는 모양새가 심상치가 않다. 옆에 조그맣게 체인 탈착구간 이라는 글씨가 보였는데 그걸 보면서 쎼한 느낌도 잠시, 폭설에 오르막 구간 너머가 안보일 정도로 시야가 흐려졌다. 벌써 세번째 이어지는 오르막이었다. 차는 힘겹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고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남편이 "여기서 멈추면 끝이야, 계속 가야 돼" 하고 엔진브레이크를 가동했다. 터널이 나왔고 그 어둡고 좁은 공간이 그렇게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이 집 커피 하나를 테잌아웃해 가는 건 여행의 빠질 수 없는 루틴. 이번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받은 하얀색 패딩을 오늘 첨 개시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셀카 한장 ㅎㅎ

출발전에 두명의 테니스 레슨, 장난감 반납, 어린이집 서류제출, 커피 사기 등 미션을 마치고 오후 1시 15분에 출발 !

아기가 출발 후 곧 낮잠이 들었고 꽤 오래 잘 것 같길래 차를 잠시 멈추고 조수석 앞자리로 한번 옮겨봤다. 이렇게 타본 건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이다. 맨날 운전자 따로 나는 나대로 심심했는데 역시 차여행은 앞좌석 좌우에 앉아서 수다떠는 맛이지.

아기 밥도 먹일 겸 횡성휴게소에 들렀는데 서울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바람에 깜짝 놀라서 아기를 패딩 안에 감싸고 건물까지 냅다 뛰었다. 실내라도 바닥도 미끄럽고 으슬으슬 춥고 하여 걸려볼 생각도 안하고 다시 고대로 들춰업고 차에 탑승했다. 그러다 그 사단이..

숙소에 도착하여 찍은 사진. 진짜 심각하게 보험사 부를뻔 했다. 도착한게 4시 40분이었으니 곧 어두워졌을거고 여기저기 폭설 시작이라 한참 걸렸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휴..

방은 연식이 좀 있었지만 무척 따뜻하고 넓었다. 안온한 숙소에 아기도 곧 안정을 찾은 듯 했다.

올해 눈이 좀 날리는 날은 있었지만 이렇게 쌓이도록 온 건 처음이다. 한방에 여행지+ 겨울 느낌 완성

놀란 속을 진정시키려고 한우 촵촵하러 왔다. 보통은 여행시작날에 이거저거 장보러 마트도 들르고 근처 식당도 알아보기 마련인데 다시 차를 운전해서 나갈 엄두가 전혀 나지 않아 스킵. 리조트 내에 있는 한우집으로 -

남아공 스키캠프인지 국대인지 정체모를 외국인들 잔뜩과 함께 꽃등심 뽀개고 왔다 우하하

여기도 눈온다 눈! 모든 게 신기한 아기의 세상

편의점에 들러서 먹을 걸 사는 사이 아기는 장난감 코너에서 이것저것 만지작 거렸는데, 이 동그란 계란 같은 것이 율이가 처음으로 고른 매대 잡다구리 장난감 되시겠다. 담날 까보니 정체는 팽이자동차였음 ㅋㅋ

두껍게 입힌다고 입혔는데도 바람 많이 부니 놀라서 그런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소리지름 ㅋ쿠ㅠㅠㅠ

남편이 눈을 뚫고 인터컨티넨탈 라운지 옥시델리에서 사다준 생일 전야제 케익.

강원도 대설주의보 클라스에 깜짝 놀란 평창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