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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칠월과 안생 내가 읽은 소설중에 가장 감수성있는 단편이었다고 단연 최고로 꼽을수 있겠다. 짧아서 더욱 강렬하고, 아쉽고도 너무나 슬펐다. 더보기
체실비치에서 ​ 이언매큐언의 소설은 처음이다. 속죄 때문에 알게된 작가인데, 워낙 그의 명성이 대단하여, 지난 경의서적길에서 체실비치를 봤을때, 한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죄는 사두기는 했지만, 역시 내용을 알고 있다는게 치명적이다. 언제볼지는 글쎄. 1~5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줄거리 위주의 가벼운 소설을 후딱후딱 읽어내리는데 맛이 들린 상태에서는 묘사가 너무 장황하거나 혹은 표현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 크게 1,3,5 장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2,4 장에서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춰내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 역시 중반부(2장)의 영국가정 특유의 분위기 묘사가 이어질때는 몇문단을 슬쩍 넘겼다.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흥미.. 더보기
회색인간 회색 인간 을 읽다가 문득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열었는데 네이버 첫 화면에 제주도에 온 예맨 500여명 난민신청 기사가눈에 띄었다. 갑작스런 못보던 기사에 황당했는데, 내용역시 말레이시아를 통해 건너온 예맨 전쟁난민이 무비자 제주도에 몰려들어 입국신청을 하여 정부에서 고민중이라는 내용. 댓글에는 장난하냐 추방해라, 외국에서 난민수용 분분하더니 우리도 이럴줄 몰랐다, is는 무조건 막아야한다, 받아들여야한다, 제주도 비자 만들어라 난리인데 , 나는 어쩐지 방금 읽던 SF단편집에서 읽던 이야기가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지는거 같아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날 시험하는것 같은 상황. 그 난민들500명에게 지구 어디 영혼의 인간이 있다면 받아들일것인가,그들에게 바이러스가 퍼져있다면 제주도를 폐쇄.. 더보기
앙리픽미스터리 앙리픽미스터리 ​ 비블리아가 생각나는 문학추리물. 비블리아는 그 이름을 이야기할때마다 애잔하다. ​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책이 고작 두권째일 뿐인데, 전작 샬로테가 생각나는걸보면 작가의 문체가 특징적인 게 분명하다. 본인만의 문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일 것이다. 나는 너무 유치하지도 않고 너무 현학적이지도 않은 다소 감성적인 이 작가의 문체가 생각보다 잘 맞는것 같다. ​ 샬로테만큼은 못했지만, 나름 흥미진진한 전개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소재가 흥미로웠고,문장이 나름 쫀득한 맛이 있지만 찍어놓은 사진이 적은걸 보면 참신하지는 않았다. 미묘한 감정이라도 정확한 단어로 짚어내는 추출과 조합에 재능이 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 이 소설을 쓰면서 작가가 하고싶었던 말은 뭐였을까.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휘.. 더보기
팬텀스레드 팬텀 스레드 1. 한마디로 현대판 미저리와 같은 느낌, 처음에는 그 사랑스럽던 얼굴에서 막판에는 고집스러운 턱이 보이다 못해, 표독스러워보이기까지 했으니 알마는 어지간히 연기도 잘했겠다. 2. 마지막에 독버섯 오믈렛을 먹으며 사랑해라고 둘다 외치는 건 도대체 뭔가. 너무 난해하였다. 난 사실 그들이 결혼하겠다고 고백하는순간에도 감정의 흐름이 어이가 없었는데, 마지막에 오믈렛을 먹는 장면이 최고의 어이없는 장면이었다. 누가 나에게 설명좀 해줄래.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 갑작스러운 전개를 안겪여본것은 아니나, 이 둘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이해할만큼 이 영화의 상징과 기호가 나에게 해석되지 않았겠지. 3. 영화 내내 귀를 간지럽혔던건 소음이었다. 그리고 불협화음의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 반주. 소음이 이다지도 티나.. 더보기
영화 : 그것만이 내세상 그것만이 내세상 - 영화 1.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3악장 – 진태의 마로니에 공원 공연곡, 영화의 첫곡 워낙 유명한 곡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음표 찍어 만든 미디음악으로 많이도 들었던, 너무 익숙하고 정직한 곡. 그렇게 익숙한데도 주제멜로디가 나올 때마다 너무나 반가운데, 피아노의 저음부터 고음까지 몰아쳐오르는 변주가 다섯번째쯤 이르러 스타카토의 공격이 나올 때면 어느새 나도 트릴음을 따라 자연스레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곡이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는 얼렁뚱땅 뭉개지는 부분이 없고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아, 몰아치는 감정의 응축과 폭발을 청자에게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외치는 느낌이 든다. 과연 열정과 성실의 음악가답게, 끊임없이 우직하게 이어지는 왼손의 들끓는 반주가 마.. 더보기
17년 가을의 책 ​ 서재를 공유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 1.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 책 , 제목을 많이 들어봤는데 , 들을 때마다 참 귀여운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단어만 봐도, 작가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나, 낮보다 밤, '걷는다'는 활동적인 움직임, 귀여운 아가씨, 현재를 소중히 - 게다가 저 제목은 귀엽게 반쯤 명령하는 듯한 어조가 더욱 더 좋았다. 이 문장은 실제 주인공의 입을 통해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 약간 탄성이 나올 정도. ㅎㅎ 내용은 다분히 일본 판타지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소설로 옮겨놓은 기분. 작가가 주로 교토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는데, 교토에 놀러와서 서점에서 일본 만화를 들춰보고 있는 그런 기분. 그리고 제목과 책 표지 디자인을 뛰어넘는, 귀여운 문장이 있.. 더보기
슈팅스타 - 현대무용 ​ 슈팅스타 2017.11.12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안무 로렁스 야디 & 니꼴라 껑띠용 음악 블랙 스트링 아주 오랜만에 본 현대무용공연 여전히 무용수들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1막 모두가 슬로우로 합을 맞출때 마치 몸속에 있는 세포들의 움직임처럼 관성적으로 자연스러운, 그리고 본능적인 어떤 것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해양다큐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어둠속에 희미하게 선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몸을 보는 것은 마치 꿈속에 무언가를 보는 기분이었고, 곧이어 역동적으로 온몸을 털어낼때 춤만이 가진 카타르시스가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나도 하루에 한번씩 저렇게 힘껏 온몸을 움직이면 많은 것들을 비울수 있을 것만 같다. 가까운 친구가 이번 공연의 통역을 맡아서 단원들과 안무가와 공연준비기간 내내 호흡했다니 매우 신기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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