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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회사생활

질문하기게임 최약체 오후 집중력을 더해줄 커피를 뽑으러 간 탕비실 앞, 황과장님과 간단히 나눈 10분여의 대화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벼운 호기심(본인은 모르는 자의 오지랖이라 하였지만)에조차 대응하지 못하여 버벅였다. 그녀의 질문에 횡설수설하며 얘기하던 중간에 오류를 깨닫고 다시 내 대답을 화급히 정정했다. 이러한 복잡한 거래구조의 업무에서 모든 작은 가능성까지 상상하고 답을 미리 내려놓는 그러한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상상력이든 꼼꼼함이든 어떤 이름을 달았든지간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나는 예상조차 못한 질문을 , 그것도 다른 업무의 주 담당자가 , 그것도 커피뽑으면서 떠올릴 줄 아는 건 다 뭔가! 짧은시간이었지만 감탄한 나는 돌아와 몇분후 그녀에게 감동의 톡을 보냈다. “과장님은 쟁점 캐치가 빠른거 같.. 더보기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다음주 클로징을 두고 내게 불거진 죄책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완벽한 클로징을 위해 시간적 압박 업무적 압박을 견뎌가며 열일하면서도 굳이 내색하지 않는 황과장님의 마음과 표정, 말투를 느끼면서 모른척하는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비열하여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참여자들의 공던지기식 업무토스와 의존현상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는 여전히 너무나 소극적인 사람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쩔수 없이 부서에 녹아들고 동화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바인가, 아니면 다잡아야 할 때인가. 무른 내가 할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7살 이래로 계속해서 스케줄을 정해줬던 학교와 회사 때문이었다. 학교는 교육이니 그렇다.. 더보기
가지 않은 길 늘 본인 스스로를 폄하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때 외고에 진학했다가 날고기는 동년배들에 겁에 질려 입학한지 얼마 안되어 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려움도 두려움이겠지만 압박과 경쟁으로 가득찬 분위기와 그 사이에서 서로 견제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선택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이것밖에 되지 못했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때부터였나. 무엇을 대하듯 실패한 인생이고 원죄를 품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가지 않은 그 길이 어땠을까?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한다면 글쎄,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달콤해보인다. 혹여 그길을 가는것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수 있었을지라도, 현실의 고통을 담.. 더보기
성격과 염치 윗사람 몇이 자리를 한번에 비웠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조용하고 일 할만 하였다. 영업점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응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이곳저곳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정리할 수 있었고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수 있었다. 물론 무기한 이런 상황이면 이렇지만은 않겠지. 내게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역할이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원래 그들이 있다가 지금만 잠시 없는 시간이라 편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접어두고도 귀마개따위 생각나지 않는 오랜만에 너무도 정말 일 할만한 날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 전에 친구와 함께 만났었던 한 차장님이 휴직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나 건강으로 인한게 아닌, 퇴직 대신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자발적 휴직이다. 벌써 경력 2.. 더보기
삼겹살 평일 저녁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자고 고깃집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이것이 누군가의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워지는 소리와 그 뜨거운 기름판위에 부글거리는 비주얼이 뭔가 백색소음처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원시시대의 동굴 속 불을 바라보는 일처럼 긴장감을 내려놓는 일. 한편 익어가는 불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짠하는 유리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감대가 어떨때는 동료애로, 어떨때는 인간미로 기화하여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다른 관계적 의미나 사회적 지위들은 다 벗어던지고 지금 이 고기를 먹는 일과 마주 앉은 이와 짧아도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게 지금 주어진 미션같은 그런 느낌. 특히 회사라는 전장에서 누군가와 진흙탕 싸.. 더보기
감정다루기 12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지리한 회사생활속 쉽게 흘러가는 나날 중에서도 간혹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할 때가 있다. 가끔 내가 그분에게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하였나 생각할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분의 말과 글에 내면의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것 같다. 나는 그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 그건, 남들이 언뜻 보기에는 별다를것 없는 말로 비슷하게 표현되지만, 사소한 단어나 미묘한 타이밍으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은 작아도 엄청난 힘이 있는 법이다. 그분으로 인하여 나는 많은게 바뀌었다. 그 중 가장 큰 건 내 감정을 소중히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부정적인 기운이라 몰아내려고만 했던, 약해빠지고 나약해서 도망가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 더보기
진로 그간 미래를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아니, 치열히도 아니고 그냥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조차 별로 갖지 않았다는 자각. 서가를 정리하러 서재에 들어갔다가 짝꿍의 책중에 '신 행정학' 이라는 두꺼운 책이 보이길래 그걸 열어봤다가 한시간쯤 앉은채로 한 챕터를 읽게되었다. 은행서 외국환 법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법대들과 법률 기관, 민사법과 더불어 행정학이란 학문과 행정학과라는 생소한 내용만 듣다가 요 책을 보다보니 국가분립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마지막이 행정이라는 단어가 겹치는게 나 나름으로는 충격이었다. 은행에서 일하며 겪는 각 대외기관들, 선임기관들 국가의 부서들을 늘 귀납적으로 엮어서 생각해왔다면 그걸 이미 이런 책에서 연역적으로 상세히 서술해놓은 것이 충격적이었고, 그간 나의 전반적.. 더보기
지원과 선도 “네게 바라는 것은 영업지원이 아니라 영업선도다. 난 널 영업지원을 하라고 지금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니다. 네 역할에 정해진게 없으니 앞으로 네 마음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 이 말을 듣고 누군가는 반길 것인가?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반박하고 싶은데, 내 성격은 그게 아니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좋은 기회인데. 나는 그저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 거였을까. 아니면 그걸 진척시킬 과정에서 맞닥뜨릴 지점장을 포함한 여러 부서나 사람과의 갈등과 피곤함을 벌써부터 두려워할 뿐인 건가. 은행에 많은 소극적인. 보수적인. 내것을 내자릴 지키는, 나는 그런 사람인 걸까. 은행에 필요한 , 고객에게 필요한 선진적 서비스를 나는 전개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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