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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행복 결혼 이후로 집에 사람들을 여럿 초대하여 먹고 마신적이 꽤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방에 먼저 들어와 쉬는 적이 많았다. 합정근처에서 놀다가도 일차만 하고 난 먼저 들어와 쉬거나 잠이 들었다. 둘이함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억지로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억지로 끝내기보다, 서로의컨디션에 맞추어 원할때까지 편히 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차가 끝나면 날 집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다시 그들끼리 편하게 놀게 두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자꾸 끝을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기억 역시 하나의 증거이다. 내 해마들은 벌써 많이 없어졌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나의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십여년전쯤에, 아니 20대초반부터.. 더보기
만남 내 넋두리를 말없이 들어주는 그녀를 보자니 , 역시 이 친구는 오래전부터 그릇이 크다는 기분이 든다. 집에 오면서 더할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 친구의 소회처럼 나역시 그러했지만, 사실 나의 무기력한 회사일들을 늘어놓다가 그 친구가 문득 던진 송곳같은 질문에 넉다운 되었었다. "그런데 말야. 그렇게 별로인데도 그만둘 생각을 해본적은 없어? " "그래도 .. 은행이 특성상 인적구성이 2-3년마다 바뀌어서 좀만 버티면 또 지나가 "뒤돌아보니 어찌나 변명 같던지. 그냥 자위하는 수준이다. 그녀가 최근 만난 하루라는 친구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이었다. 그 친구의 북토크에 찾아가 반하게 된 매력, 같이 여행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헤멘다는 일상. 처음 만나는 이들도 매력에 금세 빠지는 걸 보며 자극받는 이야기가.. 더보기
추석이 끝나고 ​ 추석이 끝난 월요일. 출근 지하철에 꽉 끼여가면서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 판촉물 홍보 같은 걸 하는 것 같은데,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 상품의 경쟁력 같은게 아닌, 그저 가련한 마음이다. 거의 두달여간 지겹게 팔이하던 추석도 끝났으니 대목도 사라졌는데, 각 회사에서 오늘부터는 또 어떤 명분으로 사람들을 갈굴까. 새로이 시작되는 날에 기강을 다잡는답시고 아침부터 어떤 식으로 모양새를 만들 것인가. 유통업계면 다음 타겟은 아마 할로윈과 블랙프라이데이가 될것이다. 여긴 다행히 그러한 상술의 대목 같은건 없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의 화이팅은 분명히 있을테지. 적어도 오늘은 안심전환대출 접수시작일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차림이 있다. 이런 날을 앞두고는 연휴도 휴일이 아니다. 어제 ‘휴식의기술’이라는 E.. 더보기
요새 인상적인 꿈을 계속 꾸는 기분이다. 주말에 아침잠이 길어지며 이야기도 같이 길어져 인상적으로 기억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아침도 긴 꿈을 꾸었는데 투명엘레베이터로 알프스같은 아주 높은 설산을 가로지르는 꿈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끝은 모래밭과 바다가 펼쳐진 해변이었고, 죽거나 살아있는 붉은 대게가 집게발을 내밀고 모래사이에 가득 숨어있어서 바다가 있는 곳까지 건너갈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신지는 않고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왜인지 양말이 없는 신발은 게에게서 나를 지켜줄수가 없었다. 해변에 다다른 기억은 없고 대신 다른 어느 건물로 들어가 색색이 꾸며진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물건을 정처없이 찾아 헤메었다. 방에서는 동창들 혹은 어디선가 봤던 유명인사들이 마구 섞여 등장했다. ​ 며.. 더보기
함께하지 못했던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이 더 많아 늘 외로우셨을 우리 아버지. 더 많이 손잡아드리지 못해서 더 많이 안아드리지 못해서 늘 죄송하고 안타까운 아버지. 이제 세상의 아픔 다 털어버리고 편히 여행을 떠나세요 사랑합니다 언젠가 읽었던 납골당의 문구가 볼때마다 마음을 울린다. 효도해야지. 더보기
아침 ​ 아침에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문득 플리트비체의 아침이 떠올랐다. 서늘한 날씨 덕인지 그날 아침 발코니에 나가 푸른 산속에서 한껏 마시던 공기가 생각난 것이다. 그러면서 이 휴가의 효용을 이제 열흘 지난 지금쯤 내가 느끼는구나 싶었다. 그 휴가 중간에는 몰랐다. 내가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와있는지 카를로바츠의 아침도 떠올랐다. 일어나 대충 옷을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도시를 달렸던 시간을. 모든 건 아침 때문이었다. 아침을 느긋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정해진 나가야 할 시간이 없는날 . 그것이 나에겐 휴가인가 싶었다. 더보기
마음이 복잡할때 마음이 복잡할때 들은 클래식과 바이올린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뭐든 이 복잡한 심경을 적지 않고서는 떨쳐버리지 못할것 같은 불안감에서 그냥 내려놓고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이완이 되는 걸 느꼈다. 하바네로와 파가니니와 조수미. 오늘 나의 영웅들. 더보기
거절의 화법 "어우 지금 그 말씀은 제가 듣기 정말 곤란한 말씀이에요. 앞으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이렇게나 정직하게 정면 거절하는 화법을 내가 과연 구사할 수 있을까? 이상적인것만 같아보이긴 허나 가능하기만 하다면 정말 정공법이자 뒤끝없는 완벽한 테크닉 (정색이나 안하면 다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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