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 Pic/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밀리에서 볼만한 책을 찾다가 밀리에서 볼만한 책을 찾다가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를 보았다. 몇년전 시댁에서 빌려와 일년여간 집에두고 결국 보지 않고 반납한 그 책. 상큼한 연두색 표지가 기억이 난다. 어머니 아버지는 조정래 작가님을 참 좋아하셨는데, 그집에 진열된 여러 작품 중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은 엄두도 안나고, 단행본 두권짜리로 시작해보려다가 초반이 잘 넘어가지 않아 결국 끝맺지 못했던 기억이다. 이 책 제목만 보았는데 시어머니 생각, 그리고 시아버지 생각이 연달아 들었다. 책을 좋아하시던 두분과 뭔가의 교집합을 만들려 시작했지만 , 많이는 노력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우리 멋진 시부모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즐겁고 가치있고 아름다운 걸 함께 나누고 , 마음도 더 자주 깊숙히 나누고 싶었는데.. 더보기 거참 소심하고 예민하네 나이가 들면서 예민해지는 건지 소심해지는 건지 , 거침없는 언변에 남몰래 상처받는 나를 자주 본다. 마음이 계속 쓰이고 속상하다면 내가 소인배처럼 너무 집착하는 건지 그녀가 너무 상처주는 말을 한건지. 그걸 꺼내어 말하면 별거 아닌데 거참 예민하네 라고 할지 두렵다. 어떤 이의 말하기에 한구석한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생기고 그럼 그걸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친구와 그만 만나야 하는지 고민이 생긴다. 입을 다물수록 슬프고 속상하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이 든 뒤에, 오후 내내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뭔가가 응어리지게 되기 전까지 계속 신경만 쓰고 마음만 졸이는 내가 솔직히 좀 싫었다. 상처받은 마음이 괜찮은 척 하는 것이 남몰래 물밑에서 이렇게나 치열한 과정을 거치는 줄도, 예전엔 몰랐던 나였다... 더보기 매미 우리집 고양이는 어렸을적에 밖에서 놀다가 가끔 뭔가를 물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어. 어린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건드리는게 많거든. 그날도 평소같으면 문 열어달라고 현관에서 앙칼지게 울었을텐데 , 소리가 좀 답답하고 푸드덕 거리는 소리도 간간히 들리는게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별 생각없이 문을 열었어. 문이 열리는 걸 보자마자 고양이는 용수철처럼 튀어들어와 훈장처럼 자기가 잡아온 뭔가를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는데 난 그 시커먼 것에 기겁을 하고 몇발짝 물러났지. 고양이는 꼼짝도 않고 주인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기다리는듯 날 빤히 쳐다보는데, 바닥에 내려놓은 날개가 한장 뜯어진 매미는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갔지만 계속 원을 그리면서 돌아서 결국은 제자리만 뱅뱅 돌 뿐이었지. 그 매미를 보면서 난.. 더보기 돌아와서 일상으로 돌아온 첫 출근일. 사람들은 똑같이 붐비고 , 세상은 흘러간다. 마치 꿈을 꾼 것이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금 되짚어 생각하고 슬픔에 잠기는 것도 이제 조금 익숙해질 지경이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휴가 포함 열흘 남짓. 무언가를 정리한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었다면 그냥 모든 것을 내팽개쳐버리고 방안에 주저앉아 울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상투적인 말이 이만큼이나 유용한 말인지 몰랐다. 그래 ,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어떤 것이든 정신을 팔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을 하였다. 늘 아까웠던 시간인데, 지금만큼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그럼에도 너무 벅찬 슬픔은, .. 더보기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다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다.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할머니는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이고 담담한 표정이었다.분명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하셨다.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모든걸 정리할테니 당신을 도와달라고,다른이들은 다시 보지 않고 마지막은 혼자서 맞이하겠다 했다.여전히 담대한 모습이었다. 나는 할머니를 품에 꼭 안았다.작아진 키의 할머니의 이마가 내 턱끝에 와 닿았다.그 이마는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끈하고 팽팽했다.할머니를 이렇게 안아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더보기 행복 결혼 이후로 집에 사람들을 여럿 초대하여 먹고 마신적이 꽤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방에 먼저 들어와 쉬는 적이 많았다. 합정근처에서 놀다가도 일차만 하고 난 먼저 들어와 쉬거나 잠이 들었다. 둘이함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억지로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억지로 끝내기보다, 서로의컨디션에 맞추어 원할때까지 편히 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차가 끝나면 날 집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다시 그들끼리 편하게 놀게 두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자꾸 끝을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기억 역시 하나의 증거이다. 내 해마들은 벌써 많이 없어졌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나의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십여년전쯤에, 아니 20대초반부터.. 더보기 만남 내 넋두리를 말없이 들어주는 그녀를 보자니 , 역시 이 친구는 오래전부터 그릇이 크다는 기분이 든다. 집에 오면서 더할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 친구의 소회처럼 나역시 그러했지만, 사실 나의 무기력한 회사일들을 늘어놓다가 그 친구가 문득 던진 송곳같은 질문에 넉다운 되었었다. "그런데 말야. 그렇게 별로인데도 그만둘 생각을 해본적은 없어? " "그래도 .. 은행이 특성상 인적구성이 2-3년마다 바뀌어서 좀만 버티면 또 지나가 "뒤돌아보니 어찌나 변명 같던지. 그냥 자위하는 수준이다. 그녀가 최근 만난 하루라는 친구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이었다. 그 친구의 북토크에 찾아가 반하게 된 매력, 같이 여행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헤멘다는 일상. 처음 만나는 이들도 매력에 금세 빠지는 걸 보며 자극받는 이야기가.. 더보기 추석이 끝나고 추석이 끝난 월요일. 출근 지하철에 꽉 끼여가면서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 판촉물 홍보 같은 걸 하는 것 같은데,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 상품의 경쟁력 같은게 아닌, 그저 가련한 마음이다. 거의 두달여간 지겹게 팔이하던 추석도 끝났으니 대목도 사라졌는데, 각 회사에서 오늘부터는 또 어떤 명분으로 사람들을 갈굴까. 새로이 시작되는 날에 기강을 다잡는답시고 아침부터 어떤 식으로 모양새를 만들 것인가. 유통업계면 다음 타겟은 아마 할로윈과 블랙프라이데이가 될것이다. 여긴 다행히 그러한 상술의 대목 같은건 없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의 화이팅은 분명히 있을테지. 적어도 오늘은 안심전환대출 접수시작일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차림이 있다. 이런 날을 앞두고는 연휴도 휴일이 아니다. 어제 ‘휴식의기술’이라는 E..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