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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19 - 요세미티 첫번째. 나무의 바다, 바위 능선

두번째 내린 곳은 터널뷰. 애플컴퓨터인가 어디 배경화면에도 나왔다는거 같은데 요세미티 대표 명소인듯 하다. 여기는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넓은 지역에 강이 아닌 나무가 빼곡히 채우고 있었는데 이런걸 그야말로 씨오브트리스라고 표현하면 맞을듯. 나무의 바다를 감싸고 양 옆으로는 채도가 점차 옅어지는 산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한개의 둥근 산을 그린후 물을 점점 더 많이 섞어 뒤에 또 둥근산을 겹쳐 그리고 또 옅은 산을 뒤에 그리는 식으로 수채화 풍경화에 나올법한 그림같은 겹침이다.

몇달전 유명했던 캘리포니아 산불이 바로 이 요세미티에서 났었다는데, 그때 화재가 난 흔적이 가는 곳곳에 보였다. 한달반동안 국립공원을 폐쇄했을 지경이라니 어지간히 큰 불이었던 모양이다. 위성에서도 산불이 목격될 정도였다는 기사도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난다. 요세미티의 주종인 세콰이어 나무의 번식은 산불의 불씨를 타고 종자가 퍼지는 방식이라 자연발화된 어느정도 규모의 화재는 자연소멸될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단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흘러들어온 나무의 탄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이런 걸 오크향이라고 하나? 몇달전 우리집에 있던 아드벡이라는 싱글몰트 양주의 향과 매우 흡사했다. 탄냄새가 섞인걸 감안해도 매우 맑다는게 느껴질만큼 싱그러운 공기였다. 그러나 심호흡 한번 하고는 바로 또 승합차 탑승. 이런곳에서 슬슬 아침산책하는 것이 여유있는 휴가의 묘미이건만 평소보다 오히려 더 바쁘게 옮겨다니기만 하니 이런.

그로부터 차로 삼십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글래시어포인트. 메인 포인트 중 하나이다. 차에서 내려 십여분 걸어들어가니 넓직하게 공원같이 전망대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화강암으로 하얗게 덮인 바위의 웅장함이 한눈에 내려다볼만큼 높은 위치의 포인트였다. 펜스에 기대서 찬찬히 훑어보니 역시 바위산의 멋이 있었다. 웅장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능선.

글래시어에서 나와서는 자그마한 곳들을 차례대로 돌기 시작했다. 높은 위치의 전망대를 먼저 본 뒤 이제는 계곡의 바닥 근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전경이다. 스윙다리, 오바마의 국립공원 기념연설 뷰, 엘 캐피탄, 하프돔뷰, 암벽등반뷰, 밸리뷰 등 수도 없이 쏟아지는 뷰 포인트.

기억에 남는 암벽등반포인트는 아마 엘 캐피탄의 단면 같은데 사이즈가 크다보니 확실히 광경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아래는 황금빛 초원이 있고 그 한편에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1100미터 가량 높이로 서있었다.

놀라운 건 1km가 넘는 높이인데 거길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친구들이 있단다. 대개 4박5일정도 올라간다는데 중간에 줄을 잡고 잠도 자고, 먹고, 모든걸 해결한다는 놀라운 취미등반.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절벽에 붙은 사람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나도 빌린 망원경으로 두 사람을 찾았는데 망원경으로 보아도 개미만큼 작은 크기이다. 저 무시무시한 절벽을 오르면서 얻는 성취감과 절경이 그만큼이나 좋은 건가? 정말 위험해보이는데.. 존경스럽긴 한데 이해하기는 역시 어렵다.

그래도 물에 발 한번 담그고 가봐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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