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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16 - 피셔맨즈 와프, 피어39, 트램

차를 반납하고 나온 도로는 비치스트리트 , 해안가에 접한 길이다. 곧 피셔맨스 와프가 눈앞에 등장. 그 앞에 클램차우더 스프와 게살 샌드위치를 팔길래 아침도 거르고 바삐 돌아다닌 배를 달래려 바로 입성했다. 가판이었지만 나름 퀄리티 있는 해산물들이었다. 여기 늘어선 가판들은 관광객만 먹는 것 같다는 건 함정이지만-
날이 조금 개어오길래 다행이었다. 피어 39쪽으로 점차 이동을 하며 천천히 구경했다.

피어39는 1-45부두 중 가장 유명한, 완전히 관광지로 상업화된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다사자가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일터. 부두 끝에 몇십마리~ 백마리에 이르는 바다사자들이 일광욕 하는 포인트가 있다. 어제 본 코끼리바다표범과 종류가 어찌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는 바다표범과 물개의 차이도 궁금했다. 고양이과와 개과인가...?) 여튼 우는 소리만큼은 비슷하네. 부두 끝까지 가는 길은 나무데크로 아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롯데월드같은 공간이 이어져있고 온갖 상점과 먹을 곳들이 화려하게 늘어서있다. 햇빛들고 따뜻하니 플로리다프로젝트에 나온 그런 놀이공원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질감 역시 딱 그러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피어39에서 나와, 원데이 muni티켓을 사러 월그린에 잠시 들렀다가 귀여운 (하지만 느린) 열차를 타고 페리빌딩으로 , 이때쯤엔 날씨가 완전히 개었기 때문에 겉옷은 벗어서 허리에 묶었다. 페리빌딩은 하얀색 페인트를 곱게 칠한, 피어39보단 좀더 현지스러운 느낌이 나는 마켓들이 들어서있었다. 과일과 야채를 파는 식료품점부터 빵집, 초콜렛집, 와인샵 등등 구경거리가 많아 좋았다. 그리고 아는 이들은 또 나름 광분한다는 유명한 커피점 블루보틀이 있어서 여기서 커피를 뜨거운 것, 차가운 것 하나씩 주문하여 야외에 나가 잠시 햇볕 아래 망중한을 즐겼다. 심플한 컵이지만 하늘색 병이 그려진 디자인이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어서 기분이 산뜻해졌다. 뜨거운 커피는 폴바셋의 아메리카노맛이, 차가운 커피는 수퍼커피의 오렌지비앙코 맛이 나서 신기. 유명하다는 말에 혹해서 블루보틀의 커피콩이나 좀 사와볼까 하다가 커피콩 맛을 구분하면 뭘 또 얼마나 구분해 먹나 싶어서 관뒀다. 아닌게 아니라 이제 내일 데이투어만 하면 이번 미국여행도 끝인데 제대로 뭔가 그럴싸한 아이템을 여태껏 사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났다. 여행을 오면 사려던 게 없는데 기분상 뭐라도 사야해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웃긴데, 그렇다고 잡동사니 사가면 잡동사니인 채로 있다가 몇년 뒤 버려질 미래가 보이고, 그럴싸하지만 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는 걸 사려면 돈이 드는데 그 돈이 갑자기 지출되는 건 사치같고, 결국 실용적이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물건을 사려면 그런 쇼핑은 한국에서도 할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시간 들이며 그걸 사고 있는 게 웃기다는 결론이 난다. 그래서 결국 냉장고 자석 따위나 계속 사모으고 있는 것!! 이런 문제를 인식한 것은 벌써 꽤 나 된 듯 하지만 그러나 정말 이번여행처럼 아무것도 못 산 적은 처음이기도 하여 마음이 좀 급하다. 위와같은 마음의 과정과 원인은 스스로 잘 이해하지만 아무것도 못사면 그냥 왠지 서운하다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케이블카(이름은 케이블카지만 모양은 트램에 가깝다. ) 기착지인 파월역이다. 여기서는 수동으로 케이블카를 돌리는 광경도 볼수 있어 유명한 곳. 사람이 많아 한대는 보내고 두번째 걸 탔는데, 밖에 기둥을 잡고 서서 매달려 가는게 낭만이라지만 너무 춥고 몸이 썩 좋지 않아 안에 나무의자에 앉았다. 편도 7불의 비싼 교통수단인데도 사람이 이리 많다니! (우리는 케이블카포함 버스 트램등등 1일 무제한권을 할인가격으로 22->15불에 끊었고 이걸로 오늘 하루동안 8번의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종점부터 종점까지 20여분 갔나. 밖이 안보이니 사진도 못 찍고 시끄럽고 느린, 덜컹거리느라 엉덩이가 아픈 그런 케이블카로만 기억될듯 하네, 낭만은 무슨. ㅎㅎㅎ 그래도 모양새는 귀엽긴 했다.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