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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15 - 언덕 위의 샌프란시스코

18.9.6 (여행 6일차)

차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둘렀다.어제 못 먹은 아메리칸 차이니즈를 포장해서 트윈피크에 가서 목는 것이 일차 목표였는데 일단 나오니까 교통 상황이 헬. 일방통행 천지에 사방에서 치고 들어오는 버스와 트램에 겨우 적응하고 출발하려니 사거리마다 켜지는 신호가 발목을 붙잡는 기분.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일단 우리 뒷동산(?)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어제도 밥먹으러 갈때 봤지만 여긴 차로 운전하기 한눈에도 빡세보이는 곳인데 막상 타니까 훨씬 더 심각했다. 첫날 어느 차가 무단횡단 보행자에게 클락션 엄청 울려대는 걸 보았는데, 이게 지금 보니 그럴만도 한게 하단부에서부터 언덕 끝까지 탄력받아 올라가는게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변가 하단부분은 귀여운 경사였는데 거의 마지막 정상 부분에서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경사가 단계별로 이어졌다. (세로로 쭉 올라가지만 가로로 잇는 길이 하나씩 있어야 해서 계속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꿀럭꿀럭 서기는 선다) 맨위로 올라가니 바다쪽으로 그리고 시내쪽으로 보이는 쭉뻗은 길이 장관은 장관이다.

샌프란이 아무리 낭만적이라고 해도 운전이 필수인 나라에서, 이정도의 급경사가 있는 도시에서 산다는게 과연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물밀듯 밀려온다. 나는 경사로에서 가는 거 서는거 백하는거 주차하는 거 모든 걸 싫어하는데,, 게다가 여기는 중간중간 신호가 많아 경사로에 꼼짝없이 계속 기어넣고 서있어야 한다. 윽

대성당과 몇개의 포인트를 지나, 또 꿀럭꿀럭 내려온다. 신호가 많아내려올때조차 시원스런 주행을 기대하긴 힘들다. 몇개의 길을 구경하고는 목적지 트윈픽스로 향했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이 꽤나 길어지는데 자욱한 안개가 심상치 않았디만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전망대에서 -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사태가 오고 말았다. 내가 여태껏 올라가본 전망대 경치중에 이리 안보이는덴 처음이다. 오분도 안되어 다시 발길을 돌릴수밖에 없었다. 적당히라도 보여야 애를 써서라도 살펴볼텐데, 오미터 앞도 안보이는 수준이었다. 바다가 보일리가 있나 ㅎㅎ 그간 날이 좋은 날에 여행을 해왔던 것도 감사한 일이다. 원래 안개가 많은 동네라 하니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지.

아쉬운대로 주변의 귀여운 것들을 구경. 자개로 만든 계단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ㄹ자 길’로 유명한 구불구불 롬바드스트리트도 차로 건너내려왔다.(영화에 자주 나옴) 롬바드 길 초입에 뚜벅이들이 아주 많이 서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는데 마치 카 퍼레이드 하듯 그중간을 찬찬히 내려오는 기분이란. (난 운전자가 아니었지만, 운전을 했다면 시선이 넘나많아 무척 떨렸을듯ㅎㅎ)

뉴욕을 제외한 다른 미국들은 다 엘에이처럼 넓지막한 부지에 넢어봤자 한두층의 건물로 이뤄진 주택가와 상점. 빌딩들은 사오층 높이로 드문드문 떨어진 그런 모양새를 상상했기 때문에 샌프란도 이와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여긴 마치 뉴욕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빌딩 숲사이에 칼바람이 불고, 빌딩 사이 골목은 늘 그림자가 져있어 춥고 사람들은 종종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런 느낌. 물론 숙소가 다운타운이어서 그런 것이 크겠지만 전반적으로 도시 구조물의 조성이 그런 느낌이었다. 좀더 상세히 보태자면 미국과 유럽을 합쳐놓은 느낌이랄까. 벽을 공유(?)하는 (도대체 건물소유주가 재건축을 어떻게할수있을지 궁금한) 그런 시스템과 빌딩의 외관의 느낌은 유럽과 비슷하고, 그 안에 있는 내장재(컨텐츠와 내부인테리어)는 미국스러운 느낌. 게다가 언덕 경사가 심하고 빽빽이 들어차있으니 약간 홍콩스러운 면도 짬뽕된 기분.

샌프란 시내는 운전하기 쉬운 도시는 결코 아닌것이 분명했다. 좁은 길에 온갖 교통수단과 행인들까지 여기저기서 경적이 울리고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이 일상같아 보였다. 도시의 운전이 조금 익숙해질 때쯤이 되니 주변 경치가 좀 눈에 들어왔는데 어느 길은 굉장히 번화한 크나큰 대로이고, 어느길은 사람의 흔적이 없어보이는 휑하고 황량한 쓸쓸한 동네, 트윈피크 주변은 전망이 좋아서인지 좀 부촌이 단독주택식으로 몰려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항구 근처에는 좀 조용하고 작은 규모의 inn들, 모텔들이 몰려있는 그런 동네도 나왔다. 규모가 크다는 골든게이트 공원도 통과하며 봤는데 잘 정비된 유럽이나 센트럴파크보단 좀 야생의, 날것 같은 정글이 도로 주변에서 목격되었다. 이 도시는 어떤 특징적인 얼굴을 가진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아침나절 두시간의 드라이브 동안에 아주 많은 얼굴을 엿본것 같아 덕분에 오늘 관광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사실 걸어서나 대중교통으로도 잘 구경하고 다니긴 하지만, 이동네는 경사가 너무 심각해서 뚜벅이는 엄두가 안나고, 렌트카 반납전에 최대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도시다.

그나저나 처음 보는 도시와 길을 타임리미트와 변덕스런 지휘(?)에 맞춰가며 운전하는데도 잘도 능숙히 해내는 분의 운전실력에 다시금 감탄하며 나는 이제 점점 더 운전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기분인가....

12시까지 반납이었는데 11시 55분에 지정 미션 차고를 찾아 세이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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