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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14 - 햄버거, 아울렛, 샌프란시스코

중간 목적지는 아울렛. 차를 반납하기 전에 아울렛쇼핑을 한번 더 제대로 해야했기 때문인데, 쇼쓰인 나는 시간을 아무리 줘도 뭘 잘 못 사기 때문에 이렇게 타임리미트가 걸리면 더욱더 버벅이게 된다.

미국에서 아울렛 쇼핑은 그냥 의무적인 느낌. 바지런히 움직이며 뭐라도 건지기 위해 애썼다. 은근히 미국옷들이 유행없이 실용적으로 사이즈도 넉넉한 것이 많아 좋다. 기회다 싶은 쇼핑찬스! 조금 보다가 또 근처의 그레이트몰로 이동하여 마저 쇼핑을 했다. 몰에 가기 전 유명한 인앤아웃버거를 테이크아웃하여 먹어봤는데, 4불도 안되는 햄버거세트가 간질간질 감칠맛이 훌륭하다. 왜들 이버거를 그리 외치는듯도 알법하네. ㅎㅎㅎ 역시 햄버거 패스트푸드의 본고장답게 걸진 음식들이 훌륭한 편. 그레이트몰에서는 이것저것 뒤지다가 눈에 띈 ‘ 빅토리아 시크릿’ 이 있어 욕심내어 입장을 해보았다. 유명한 속옷 브랜드로 나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라도 한번쯤 탐낼만한 아이템은 맞을 것이다. 워낙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가 있어서 혼자서 알아서 물건을 고를수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어느새 곁에 달라붙은 직원이 내게 다짜고짜 사이즈를 물었다. 어버버 하는 사이에 이미 분위기 감지한 그녀는 내게 휙휙 손짓하더니 어느새 손이 쑥 들어와 하리를 둘러 싼다. 잠시 숨이 멈춘듯 정적이 흐르는 사이 직원이 큰 소리로 외친다
“32B !! 거기 누구 와서 얘 사이즈좀 찾아줘 “

몇개 디자인을 보려고 엉거주춤 찾고있는데, 또 다른 직원이 다가와서 껌을씹으며(안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무서웠단 이야기다) 내가 집은 디자인을 보더니 아래 서랍을 쾅쾅 열어서 몇개를 꺼내주고는, 눈짓으로 안쪽의 피팅룸을 가리켰다. 다른건 더 찾지도 못하고 일단 들어서니 안에는 땅딸막하고 인상좋은 흑인 여자아이가 날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드디어 친절한 직원을 만났네. 이친구는 나에게 이름을 묻더니 작은 카드를 하나 빼내어서 이름과 받아온 사이즈를 적는다. 그리곤 탈의실 안으로 밀어넣고 견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검은 것을 내민다. 그리곤 갈아입고나서는 벨을 누르란다. 샘플거를 입어보고 부끄러움에 조심스레 벨을 눌렀더니 아까 그 친구가 들어와 거침없이 내몸을 앞뒤로 돌려 봐주고 팔을 들어라 내려라 하더니 고민하다가 34D 라고 다시 말해준다. D라고? 세상에 내가 뭐 잘못 들은거 아닌가 ?

그후로는 꼼짝없이 그 안에 갇혔다. 내가 뭐라 말하면 밖에 직원을 불러다 다른 색을 갖다주었고 디자인을 더 고를수도,짧은 영어로는 다른 어필을 할수도 없었다. 몇개 입어보다가 조심스레 얘기하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뭘로 하겠냐고(안사겠다는 건 옵션에 없나보다) 다른직원을 부르더니 얘 디자인 더 찾아주라고 인수인계를 하더니 놓아주었다. 인수받은 직원은 내가 너무 굼뜨게 다른걸 고르고 있자 지루한듯 서있다가 자기 잠시 창고좀 다녀오겠다고 얘기하길래 그틈을 타서 매장을 탈출했다. 30분은 족히 지났을 것이다. 아까 탈의실 나올때 쥐어준 종이만이 남았는데 그제서야 살펴보니 거기엔 내이름이 ‘JUNE’으로, 그리고 사이즈와 내가 고른 디자인들의 화려한 품목명이 줄줄 적혀있었다.

드디어 최종도시인 샌프란으로 향하는 길 , 이미 길은 어둑해졌다. 차를 타고 떠나는 미국의도시들은 그 옛날 카우보이처럼, 황량하면서도 도전적인 느낌이 든다. 십중팔구 광대한 토지에 쭉쭉 뻗은 도로 때문일 것이다. 어두워서 불빛이 사선으로 비어지는 도로의 가로등들을 스쳐지나며 베이브릿지를 건너 샌프란 반도쪽으로 넘어간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도시의 야경. 엄청나게 긴 대교의 끝에서부터 반도 건너의 도시야경이 촘촘히 가득차게 낭만적이었는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눈앞으로 닿을듯 점점 꽉차오는 느낌이 정말 압도할만큼 화려하고 예뻤다. 나중에 보니 평지가 아닌 , 높은 언덕에 겹겹이 세워진 야경이라 더욱 그리 가득차 보였다는 걸 알았지만, 그땐 그런 작은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맨눈으로, 사전정보도 없이 , 마음의 준비도 없이 너무 끝판왕을 맞이한 기분이라 해야하나. 이건 , 마지막 이 도시를 떠날때까지 아니 이번 휴가내내 이 나라를 떠날때까지 가장 멋지고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호텔을 찾아들어가 3박 체크인을 하고, 가까운 중식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문을 닫아서 대타로 그 옆에 한식집을 골라 적당히 끼니를 때웠다. 벌써 마지막 도시라니 아쉬움이 밀려오네. 남은시간 짧아도 부지런히 봐야지. 내일 더 아쉽지 않으려면. 포근한 호텔 침구가 잠을 솔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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